물리·지구과학

죽어있으면서도 살아있는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

상자를 열기 전까지 고양이는 죽어있는 동시에 살아있다는 양자역학의 기괴한 중첩 원리를 꼬집기 위해 만들어진 물리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고실험을 다룬다.

편집부 · 2023년 10월 11일 · 읽는 데 4분

양자 역학, 살아 있고 건강한(푸른 빛) 유령 고양이와 부패하는 해골(붉은 빛)이 같은 공간에 동시에 겹쳐 있는 초현실적이고 빛나는 강철 상자
양자 역학, 살아 있고 건강한(푸른 빛) 유령 고양이와 부패하는 해골(붉은 빛)이 같은 공간에 동시에 겹쳐 있는 초현실적이고 빛나는 강철 상자

세상에 '죽어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동물이 존재할 수 있을까? 좀비나 뱀파이어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 물리학의 가장 깊은 곳,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눈으로 관찰하기 전까지 우주의 모든 물질이 두 가지 상태로 동시에 겹쳐서 존재한다는 미친 소리를 과학적 진실로 받아들인다. 이 기괴한 주장을 참다못한 천재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ödinger)는, 양자역학자들을 조롱하기 위해 아주 끔찍하고도 기발한 상상 속의 상자 하나를 설계했다. 바로 과학 역사상 가장 불쌍하고 유명한 동물,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ödinger's cat)'다. 과학자들의 논쟁을 비웃기 위해 태어난 이 투명한 역설의 상자가 어떻게 양자역학의 가장 위대한 교보재가 되었는지, 그 기괴한 사고실험 속으로 들어가 보자.

코펜하겐 해석, 관찰이 현실을 결정한다

이야기의 발단은 1920년대,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같은 양자 물리학자들의 충격적인 선언(코펜하겐 해석)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입자(전자나 빛)들은 우리가 쳐다보지(관측하지) 않을 때는 '이곳에 있으면서 동시에 저곳에 있는' 여러 상태가 확률적으로 겹쳐진 파동(중첩)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현미경으로 들이대고 '관찰하는 순간', 확률의 파동이 붕괴하며 수많은 가능성 중 오직 하나의 상태로 팍 하고 굳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네가 쳐다보기 전까지 달(Moon)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철학적 궤변처럼 들렸다. 이 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어진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그들의 주장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치명적인 함정을 판다.

죽음의 방아쇠, 잔혹한 사고실험의 세팅

1935년, 슈뢰딩거는 머릿속에 완벽하게 닫힌 밀폐된 강철 상자를 하나 그린다. 그 안에는 살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아주 기괴한 장치가 있는데, 1시간 뒤에 딱 '50%의 확률'로 붕괴(폭발)하는 방사성 원자 1개가 들어있다. 만약 50%의 확률로 원자가 붕괴하면,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망치가 떨어지고 독가스 병이 깨져 고양이는 즉사한다. 반대로 50%의 확률로 원자가 붕괴하지 않으면, 독가스는 나오지 않고 고양이는 무사히 살아남는다. 자, 1시간이 지났다. 상자 뚜껑은 아직 닫혀 있다. 지금 상자 속의 고양이는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빛나는 방사성 원자 옆에 기계식 망치와 빛나는 녹색 독가스 병, 슈뢰딩거 실험의 치명적인 방아쇠 장치가 클로즈업되어 있습니다

살아있음과 죽음의 기괴한 중첩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살았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인데, 우리가 아직 안을 안 봐서 모를 뿐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양자 물리학자(코펜하겐 해석)들의 논리에 따르면, 관측하기 전의 방사성 원자는 '붕괴한 상태'와 '붕괴하지 않은 상태'가 양자적으로 동시에 겹쳐(중첩되어) 있다. 방아쇠가 중첩되어 있으니, 방아쇠에 연결된 독가스 병도 '깨진 상태'와 '안 깨진 상태'가 겹쳐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뚜껑을 열어 관측하기 전까지, 저 상자 속의 고양이는 '죽어있는 상태'와 '살아있는 상태'가 50 대 50으로 유령처럼 겹쳐서 존재해야 한다는 미친 결론이 나온다. 슈뢰딩거는 이렇게 외쳤다. "이 양자역학 바보들아! 눈에 안 보이는 원자가 중첩되어 있다는 너희 논리대로라면, 거시 세계의 고양이도 죽음과 삶이 겹쳐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말이 되냐?"

슈뢰딩거의 패배, 양자의 승리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을 조롱하기 위해 이 고양이를 꺼내 들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이 사고실험은 양자 중첩을 설명하는 가장 완벽한 예시가 되어버렸다. 현대 물리학의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명확한 일반 컴퓨터와 달리, 바로 이 고양이처럼 0이면서 동시에 1인 '중첩(큐비트)' 상태를 이용해 1만 년 걸릴 계산을 1초 만에 풀어버리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슈뢰딩거가 비웃었던 그 유령 같은 겹침 현상이 우주를 지배하는 진짜 물리 법칙이었음이 완벽하게 증명된 것이다. ![왼쪽에는 눈을 감은 사람과 흐릿하게 겹쳐진 고양이를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눈을 뜨는 순간 고양이가 단일 현실로 응고되는 것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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