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제 4의 물질 상태 플라즈마

고체, 액체, 기체를 넘어 엄청난 열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미쳐 날뛰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상태인 '플라즈마'의 파괴적인 에너지를 소개한다.

편집부 · 2023년 8월 27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얼음 덩어리(고체)가 물(액체)로 녹고 끓어서 증기(기체)가 된 다음 강렬한 에너지의 폭격을 받아 빛나는 보라색 플라즈마가 되는 극적인 시각적 묘사
물리학, 얼음 덩어리(고체)가 물(액체)로 녹고 끓어서 증기(기체)가 된 다음 강렬한 에너지의 폭격을 받아 빛나는 보라색 플라즈마가 되는 극적인 시각적 묘사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세상의 물질은 얼음(고체), 물(액체), 수증기(기체)라는 세 가지 상태뿐이다. 온도를 높이면 고체는 액체가 되고, 액체는 부글부글 끓어올라 기체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렇다면 수증기(기체)를 수만 도로 펄펄 끓여버리면 어떻게 될까? 수증기가 타버리고 끝날까? 물리학자들은 기체에 엄청난 에너지를 들이부으면, 물질을 이루고 있던 원자 자체가 와장창 깨지면서 끔찍하고 기괴한 '제4의 물질 상태'로 돌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태양의 표면을 덮고 있고 번개의 심장 속에 번쩍이는 불꽃, '플라즈마(Plasma)'다. 지구상에서는 번개나 오로라를 칠 때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사실 온 우주의 99%를 꽉 채우고 있는 물질의 진짜 지배자인 플라즈마의 펄펄 끓는 세계로 들어가 보자.

원자가 갈기갈기 찢어지다, 이온화의 지옥

플라즈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원자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과 다름없다. 기체 상태일 때 원자는 무거운 '원자핵(양전하)' 주변을 얌전한 '전자(음전하)'가 궤도를 돌며 중성 상태로 평화롭게 결합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수만 도의 엄청난 열기(에너지)를 가하거나 초고압의 전기를 쾅 하고 때려 박으면, 원자핵 주변을 얌전하게 돌고 있던 전자들이 그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궤도 밖으로 미친 듯이 튕겨 나가 버린다(이온화 현상). 얌전한 기체 입자들이 껍질이 까져서, 음극을 띤 번개 같은 '자유 전자'들과 묵직한 '양이온(원자핵)'들이 뒤죽박죽 섞여 미친 듯이 날뛰며 부딪히는 끔찍한 전기의 수프(가스 덩어리)로 변해버린 것, 이것이 바로 플라즈마의 정체다.

빛과 전기의 마술사, 번개와 네온사인

전기적으로 중성인 맹탕 기체들과 달리, 플라즈마는 전자들이 자유롭게 풀려나 날뛰고 있기 때문에 '전기가 엄청나게 잘 통하고 자기장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마법을 부린다. 비 오는 날 하늘에서 수억 볼트의 번개가 칠 때 그 섬광 주변의 공기가 찢어지며 플라즈마가 되고, 태양에서 날아온 거대한 플라즈마 폭풍(태양풍)이 지구의 자기장에 부딪혀 빛을 뿜어내는 것이 바로 북극의 신비로운 '오로라'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네온사인' 간판도 유리관 안에 네온 기체를 넣고 양쪽에 강한 전기를 찌릿하게 걸어주면, 기체가 찢어지며(플라즈마 상태) 붉고 화려한 빛을 뿜어내는 원리다. 플라즈마 상태, 격렬한 붉은 핵과 빛나는 푸른 전자가 혼란스럽게 대전된 수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서로 찢어지는 극도로 뜨거운 원자의 미세한 관점

우주의 99%를 채우는 불타는 바다

우리는 고체, 액체, 기체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지만, 사실 지구라는 아주 차갑고 특이한 행성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구 밖으로 눈을 돌려보자.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거대한 덩어리인 별(항성), 즉 우리가 매일 쳐다보는 '태양' 전체가 펄펄 끓는 거대한 플라즈마 가스 덩어리다. 태양뿐만 아니라 우주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거대한 성간 가스 구름들도 모두 플라즈마 상태다. 온 우주의 물질(암흑 물질 제외) 중 99% 이상은 기체가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진 플라즈마 상태로 우주를 불태우고 있다.

인공 태양을 만들어라, 핵융합 발전

과학자들은 이 끔찍한 플라즈마를 지구로 끌어내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영원히 해결하려는 미친 도전을 하고 있다. 이른바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이다. 섭씨 1억 도로 끓어오르는 플라즈마 가스(수소)를 도넛 모양의 거대한 자석 통(토카막 장치) 안에 가두고 꽉 쥐어짜면, 양이온들이 서로 강하게 들이받고 합쳐지면서(핵융합) 태양처럼 무한한 청정에너지를 뿜어낸다. 문제는 이 1억 도짜리 플라즈마 불덩어리가 자석 통의 벽면에 닿기라도 하면 통째로 다 녹아버리기 때문에,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공중에 둥둥 띄워놓고 가둬두는 극강의 물리적 서커스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왼쪽에는 플라즈마가 들어 있는 작고 빛나는 네온 사인을 보여주고, 오른쪽에는 거대하게 타오르는 태양의 눈부시게 장엄한 플라즈마 표면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

남은 과제

핵융합로 안에서 춤추는 불안정한 플라즈마는 조금만 방심해도 자기장 그물을 찢고 나와 난동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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