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를 타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배터리의 원리와 한계
전기차를 달리게 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화학적 원리와, 에너지 밀도의 물리적 장벽 때문에 주행거리를 무한정 늘릴 수 없는 딜레마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2년 3월 31일 · 읽는 데 4분
요즘 도로를 보면 번호판이 파란색인 전기 자동차(EV)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엔진의 시끄러운 굉음과 매연 없이 미끄러지듯 달리는 전기차는 미래의 상징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를 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늘 '배터리 앵거(주행거리 불안)'라는 끔찍한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가다가 배터리가 방전돼서 도로 한가운데 멈추면 어떡하지?" 내연기관차는 기름이 떨어지면 5분 만에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다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릴 수 있지만, 전기차는 충전 시간도 길고 겨울만 되면 주행거리가 뚝뚝 떨어진다. "그럼 그냥 스마트폰 배터리처럼 더 크고 빵빵한 배터리를 자동차 바닥에 꽉꽉 채워 넣으면 주행거리가 1,000km로 늘어나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배터리의 세계에서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통하지 않는다. 전기차의 심장인 '리튬 이온 배터리'의 놀라운 작동 원리와, 주행 거리를 발목 잡는 냉혹한 화학적 한계를 뜯어보자.
리튬 이온의 출퇴근, 배터리의 원리
전기차 바닥에 깔린 수백 킬로그램의 배터리 팩 속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안은 '리튬(Lithium) 이온'이라는 꼬마 입자들의 거대한 수영장이다. 배터리의 한쪽에는 흑연(음극재)이 있고 반대쪽에는 금속 산화물(양극재)이 있으며, 그 사이를 액체 수영장(전해질)이 채우고 있다. 충전기를 꽂으면 리튬 이온들이 억지로 흑연(음극) 쪽으로 끌려가 빽빽하게 주차된다. 그리고 당신이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 흑연 쪽에 몰려있던 리튬 이온들이 전해질 바다를 헤엄쳐 반대쪽(양극)으로 쏟아져 넘어가며 강물을 일으키는데, 이때 전선(외부 회로)을 타고 짜릿한 '전기(전자)'가 흘러나와 자동차 모터를 미친 듯이 돌려버린다. 이것이 전기차를 달리게 하는 리튬 이온의 화학적 출퇴근(충·방전) 원리다.
에너지 밀도의 저주, 기름 vs 배터리
그렇다면 배터리를 2배로 무겁게 실으면 주행거리도 2배로 뛸까? 여기서 '에너지 밀도'라는 물리학의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휘발유는 미치도록 가벼우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1kg의 휘발유가 내뿜는 에너지는 1kg의 최첨단 리튬 이온 배터리가 내뿜는 에너지보다 무려 '10배'나 더 강력하다. 똑같이 500km를 달리기 위해 휘발유차는 50kg짜리 가벼운 연료통 하나만 달면 되지만, 전기차는 무려 400~500kg에 달하는 쇳덩어리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야 한다. 쇳덩어리를 너무 많이 싣게 되면, 차가 더럽게 무거워져서 결국 '자신의 무거운 배터리 무게를 끌고 가느라' 전기를 다 써버리는 끔찍한 모순에 빠지게 된다.
겨울철에 주행거리가 뚝 떨어지는 이유
게다가 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지독하게 까탈스럽다. 겨울철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리튬 이온이 헤엄치는 전해질 바다(액체)가 꿀이나 물엿처럼 끈적끈적하게 얼어붙기 시작한다. 물이 끈적해지니 리튬 이온들이 반대쪽으로 빠르게 헤엄쳐 가지 못하고 느려터지며 화학 반응이 급격히 죽어버린다(배터리 효율 급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추위를 달래려고 전기차의 히터를 켜는 순간, 엔진의 남는 뜨거운 열을 활용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오직 소중한 '배터리 전기'를 갉아먹으며 열을 만들어야 한다. 그 결과 겨울철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봄가을 대비 20~30%가 허무하게 날아가 버린다.
하이니켈 배터리, 벼랑 끝의 쥐어짜기
무게를 늘리지 않고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Nickel)'의 함량을 80~90%까지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하이니켈(High-Nickel) 기술을 쓰고 있다. 니켈이 많아지면 리튬 이온을 더 많이 가둬둘 수 있어 힘과 주행거리가 뻥튀기된다. 하지만 니켈을 너무 쑤셔 넣으면 배터리의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져서 충격을 받거나 과열되었을 때 순식간에 불기둥을 뿜어내며 터져버리는 화재(열폭주) 위험이 미친 듯이 치솟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왼쪽에는 조밀한 폭발성 빨간색 에너지가 가득 찬 액체 가솔린 작은 통을, 오른쪽에는 듬성듬성 파란색 에너지가 있는 무겁고 거대한 배터리 팩을 비교하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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