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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모방하다: 게코 도마뱀

9월 23일 업데이트됨

우리 주변에는 자연을 모방한 기술들이 많습니다. 낙하산은 민들레 씨앗의 모양을 모방해 만들어졌습니다. 상어 지느러미가 작은 돌기들로 코팅되는 리블렛 구조는 물과의 마찰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구조는 수영 선수들이 과거 입던 전신 수영복의 표면에 활용되었습니다. 그 효과가 너무 좋아 현재는 국제 대회에서 금지되기까지 했습니다. 도꼬마리나 엉겅퀴 등 식물의 가시 모양을 모방해 만든 벨크로, 찍찍이는 이미 많이 상용화되어 신발, 가방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구조나 특징을 모방해 활용한 기술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런 생체모방기술 중 게코 도마뱀의 발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엉겅퀴 가시의 갈고리 모양을 모방한 벨크로(찍찍이)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

게코 도마뱀

위 사진은 게코 도마뱀의 모습입니다. 참 귀엽죠? 게코 도마뱀은 도마뱀 붙이라고도 부릅니다. 게코도마뱀은 애완용으로 많이 거래되며 표범을 닮은 레오파드 게코, 볏이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플라잉 게코 등이 있습니다. 이 귀여운 게코 도마뱀의 발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은 게코의 발바닥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게코 발바닥을 확대한 사진. 반복적인 나노 구조가 표면적을 넓힌다.

게코의 발바닥 표면에는 사진과 같은 미세한 강모(Micro-hair)가 있습니다. 각 강모는 50~100μm의 길이와 5~10μm의 지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코 발바닥에는 이러한 강모가 수백만 개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각의 강모는 또다시 수백 개의 섬모(Nano-hair)로 나눠집니다. 그리고 섬모 하나는 1~2μm의 길이, 200~500nm의 두께로 매우 작은 크기입니다. 머리카락의 두께가 평균적으로 약 100μm인 것을 생각하면 구조 하나하나가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강모와 섬모는 게코 도마뱀 발바닥의 표면적을 크게 증가시켜줍니다.


발바닥의 표면적이 넓으면 어떤 점에서 유리할까요? 분산력, 혹은 반데르발스의 힘(Van der Waals force)은 원자나 분자 사이 작용하는 작은 인력을 말합니다. 원자나 분자 한두 개 사이의 힘은 매우 작지만, 수백만 개에 이르는 강모는 이 반데르발스의 힘을 극대화합니다. 그 결과,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은 강력한 접착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게코 도마뱀의 이 끈끈한 발바닥은 우리에게 큰 아이디어를 제공해줍니다. 게코 발바닥의 접착력은 특별한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 아니라서 밟은 부분에 끈적끈적한 물질이 남지 않습니다. 문어나 오징어의 빨판처럼 붙었던 부분에 압력 차이에 의한 자국이 남지도 않습니다. 또한, 앞서 설명한 벨크로, 즉 찍찍이처럼 갈고리에 의한 조직의 미세한 손상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게코 도마뱀의 이 특이한 발바닥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게코 테이프?!

게코의 발바닥을 활용한 테이프? 심지어 점액도 없는 게코의 발바닥이 테이프로 활용된다니, 쉽게 연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숙한 테이프는 한쪽 면에 접착제가 발라져 있어 끈적끈적한 면이 대상을 접합해줍니다. 하지만 붙어있던 절연테이프나 박스테이프를 오랜만에 떼어내면 끈적한 접착제가 남아 불편했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게코 발바닥의 구조를 활용하면 이러한 단점을 쉽게 보완할 수 있습니다. 접착제 대신 테이프의 나노구조를 통해 접착력을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게코 테이프의 접착하는 면에는 도마뱀 발바닥과 유사하게 아주 가느다란 섬모가 많이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아주 가는 나노물질을 수십억 개 사용해 테이프를 코팅하면 도마뱀 무게의 수천 배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게코의 강모와 섬모를 모방하여 테이프 표면의 극세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가 만든 인공 나노 섬모 패치의 확대 사진. 게코 도마뱀의 강모와 섬모를 모방한 극세사가 패치를 덮고 있다.

기존 테이프의 접착제는 인체에 유해하고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게코 테이프는 인체에 무해할 뿐만 아니라 나노 구조만 유지된다면 떼어낸 후에도 접착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게코 테이프는 인체에 직접 부착되어야 하는 수술용 접합 테이프과 여러 번 떼었다 붙였다 해야 하는 게시판 등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게코 테이프 두 개를 맞대어 미세 섬모끼리 맞물리게 만든다면 기존의 벨크로를 ‘찍’ 소리가 나지 않는 찍찍이로 변형할 수도 있습니다.


게코를 모방한 기계들
게코 그리퍼(gecko gripper)

게코 테이프처럼 게코 발바닥의 구조를 모방하고, 이에 공학적인 요소를 더한 기계들이 있습니다. 위 사진의 게코 그리퍼(gecko gripper)는 NASA에서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할 때 사용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사용되어도 나노 구조의 변화가 없으면 접착력을 잃지 않는다는 게코 발바닥의 특징이 잘 사용된 사례입니다.


게코를 모방한 게코 로봇

게코 자체를 모방한 게코 로봇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게코는 발바닥의 공 덕분에 벽면을 수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이러한 게코를 로봇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코 테이프와 다르게 게코 도마뱀 로봇이 벽을 오를 때 힘이 아래쪽으로 일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극세사보다는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된 나노 구조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게코 로봇은 게코의 발바닥 뿐만 아니라 게코의 낮은 체형을 통한 안정성, 그리고 낮은 체형에서 게코 다리 관절의 움직임 등을 모방했습니다.


유럽우주기구(European Space Agency, ESA)에서는 이러한 게코 로봇을 우주에서 사용할 방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주와 유사한 진공 상태와 고온과 저온 상태 모두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고 합니다. 우주에서 도마뱀들이 무인 로봇으로 각종 수리와 유지를 담당해준다면 인공위성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지구에서 수정하거나 추가한 사항이 실시간으로 우주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에는 모든 인공위성에 게코 로봇이 타고 있어서 우주선을 게코 조종사가 운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며

게코 도마뱀의 발바닥만 가지고도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와 발명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게코의 발바닥 외에도 현재 연구되고 있는 생체모방기술은 매우 많습니다. 자연의 모든 생물, 그리고 무생물까지도 모방하고 배울 점이 있다니 생체모방기술의 미래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자료조사를 통해 여러 생체모방기술의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정말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고 잠시였지만 사례들을 보며 얻은 아이디어도 있었습니다. 작은 게코마저 인간의 모방 대상이 되기에 자연 앞에서 다시 한번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도 게코가 아니더라도 주변 환경에서 모방을 통한 아이디어와 그 원리를 생각해본다면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고자료>

[1] EurekAlert-How gecko feet got sticky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6-10/uoc--hgf100616.php

[2] Sciencetimes-벽을 오르내릴 수 있는 발바닥 개발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B%B2%BD%EC%9D%84-%EC%98%A4%EB%A5%B4%EB%82%B4%EB%A6%B4-%EC%88%98-%EC%9E%88%EB%8A%94-%EB%B0%9C%EB%B0%94%EB%8B%A5-%EA%B0%9C%EB%B0%9C&s=%EA%B2%8C%EC%BD%94

[3] EurekAlert-Gecko-inspired adhesion: Self-cleaning and reliable

https://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4-02/ha-gas021914.php

[4] esa-From geckos to space: Inspiration for new docking mechanisms

https://www.esa.int/Enabling_Support/Space_Engineering_Technology/Shaping_the_Future/From_geckos_to_space_Inspiration_for_new_docking_mechanisms

[5] d라이브러리-“게코도마뱀 발바닥에서 딱정벌레 날개를 봤습니다!

http://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3N039


<이미지>

[1] https://violetsleepbabysleep.com/

[2] https://tenor.com/view/crazy-gif-5155755

[3] https://a-z-animals.com/animals/jellyfish/

[4] https://jolggu.tistory.com/531

[5] https://notefolio.net/lxxhyeonsin/94874

[6] https://themilitarywifeandmom.com/starting-babywise-top-10-newborn-baby-sleep-tips/

Bio 학생기자 강찬우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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