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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에서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이유

페르미의 역설

1950년 어느 여름날, 네 명의 세계적인 과학자(엔리코 페르미, 에드워드 텔러, 허버트 요크, 에밀 코노핀스키)는 함께 점심을 먹으며 외계인의 존재 유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우주의 크기와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인규와 같은 외계 문명의 존재는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때, 페르미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나?’


상상도 하기 힘든 우주의 규모를 보면, 전 우주에 문명을 건설한 생명체가 인류 뿐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외계 문명과 접촉한 적도 본 적도 없다. 그렇다면 외계 문명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것이 페르미의 역설이다. 그리고 이 기사에서 소개할 ‘암흑의 숲(Dark forest)’ 이론이 바로 이 페르미 역설에 답하는 이론 중 하나이다.


암흑의 숲 이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자원 확보와 번식을 위해 다른 생명체와 경쟁하며 진화해왔다. 인류 역시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재 지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종으로 거듭났다. 심지어 인류 간의 경쟁 역시 존재하였으며,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문명은 항상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문명이었다. 우리 인류는 지구의 이곳저곳을 점령했으며, 영토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행성에 인류를 보낼 계획을 가지고 있고 더 나아가 다른 별들과 은하 역시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외계생명체들도 우리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우리 인류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이고 경쟁적일 확률이 높다. 만약 이러한 두 경쟁적인 문명이 만났을 때, 과연 부정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주는 암흑의 숲이에요. 모든 문명이 총을 든 사냥꾼이죠. 그들이 유령처럼 숲속을 누비고 있어요. 조심해야 해요. 숲속의 곳곳에 사냥꾼들이 숨어 있으니까요.”


어쩌면 인류는 암흑의 숲을 헤매며 왜 이 넓은 숲에 다른 사냥꾼이 보이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사냥꾼일 수도 있다.

류츠신의 소설, 『삼체 2부-암흑의 숲』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처럼 우주를 암흑의 숲, 우주에 존재하는 문명들을 총을 든 사냥꾼에 비유해보자. ‘인류’라는 사냥꾼은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며, 생존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냥꾼을 해할 수도 있다. 이 암흑의 숲에 있는 다른 사냥꾼들이 얼마나 평화적인지 혹은 호전적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심지어는 그들이 어디에, 또 얼마나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류’라는 사냥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냥꾼을 가차없이 제거할 수 있는 만큼, 다른 사냥꾼들 역시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우리를 해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크다. 이러한 경우에 우리가 큰 소리로 우리의 위치를 알려주고, 다른 사냥꾼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은 판단일까? ‘암흑의 숲’ 이론은 위와 같은 발상에서 출발한다. 페르미 역설에서 우리가 외계 문명을 찾지 못 하는 이유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드러나는 외계 문명은 이미 공격당해 멸망했기 때문이며, 암흑의 숲 비유처럼 우리를 비롯한 우주에 존재하는 문명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자신을 숨기고, 다른 문명에게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만약 이 ‘암흑의 숲’ 이론에 우리가 외계 문명을 찾았을 때 해야할 올바른 행동은 대화와 교류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 외계 문명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될 것이다. 꽤 암울한 이론이지만 이 이론을 강화해주는 근거는 다양하다.


암흑의 숲을 강화하는 근거 - 소통의 어려움

당신이 어느 날 아무런 준비없이 일본에 도착했다고 생각해보자.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괜찮겠지만 일본어를 전혀 하지 못 하는 사람에게 이 여행은 쉽지 않을게 분명하다.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로 멀지 않으며, 인류라는 공통된 종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이처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 이제 이 스케일을 확장시켜서 수십 광년 떨어진, 우리와는 전혀 다른 생명체와 소통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는 한국-일본 간의 소통의 난이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우주 문명이 만났을 때 이들이 겪을 소통의 어려움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들은 상대 문명의 성향은 평화적인지, 호전적인지, 진짜 의도는 무엇인지 알아내려 노력하겠지만 상대방의 언어, 표현방법, 단어의 의미를 알아내지 않고서야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그렇지만 수억 년 동안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방법으로 진화해왔을 두 문명이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과정에서 조그만 오해가 두 문명간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끝에 두 문명이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상호간의 완벽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두 문명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광년 단위에 달하기 때문에 두 문명의 소통에는 엄청난 시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시차는 두 문명간의 의심과 오해의 불씨를 키울 것이며, 서로의 메시지가 오가는 사이에도 두 문명은 상대방과의 소통을 이어가는게 좋을 것인지, 아니면 공격을 통해 위협을 없애는 것이 좋을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두 문명 중 어느 한 문명이라도 ‘상대 문명을 공격하기’라는 선택지를 고를 경우, 두 문명간의 전쟁이 발발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외계 문명과의 소통에는 여러 장애물이 존재하며, 이때문에 두 우주 문명이 만났을 때, 서로 전쟁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다.


암흑의 숲을 강화하는 근거 - 기술 발전의 위험

인류는 지금까지 급격한 기술 발전을 이루었다. 인류의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의 발전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인류의 발전 도표

그리고 이렇게 발전한 기술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되었다. 검, 총, 포, 탱크, 미사일, 핵무기 등 무기의 성능과 군사력은 시대에 따라 발전해왔고, 그렇기에 전쟁에서 수십, 수백 년의 시간 차이는 매우 비약적인 전쟁 능력의 차이를 만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계 문명을 맞닥뜨렸을 때,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수십년을 지체하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큰 행동이다. 그들이 처음에는 과학의 수준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나약해보이는 문명일지라도 통신을 위해 수십, 수백 년을 기다리면 자신의 문명을 훨씬 뛰어넘는 과학기술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 문명의 과학 수준이 자기 문명의 그것을 추월하게 된다면 상대 문명의 공격으로 문명이 멸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허용하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큰 일이다. 따라서 모든 우주 문명들은 상대 문명이 낮은 과학적, 기술적인 수준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이들의 기술적인 진보가 한순간에 비약적으로 일어나 자신의 문명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기에 대화를 시도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것보다는 빠른 공격으로 위험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에 매우 강하게 동의하는 외계 문명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문명은 어떻게든 아직 성숙하지 않은 다른 외계 생명체를 제거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우리를 드러내는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님을 보여주는 또다른 근거 중 하나이다.


암흑의 숲을 강화하는 근거 - 선제 공격의 유리함

위의 문단의 글을 읽은 뒤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외계문명과의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자신의 문명조차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굳이 선제공격을 감행하기보다는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문명의 생존에 유리한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광년 단위의 우주적 스케일에서 이와 같은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우주 문명간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쪽은 아마 선제공격을 감행한 쪽일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가 다른 문명을 공격하려 한다고 할 때, 정복군을 직접 그들의 행성으로 보내어 전쟁을 일으키는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 하다. 군대를 상대 행성에 보내는 사이 상대 문명의 기술 수준은 더욱 발전했을 것이며, 이미 자신을 정복하려는 세력에 대한 대비를 마쳐놓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상대 문명을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빛의 속도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고출력의 레이저나 그보다 약간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하지만 빛의 속도에 가까운) 발사체를 행성에 발사하는 것으로 그 행성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빛의 속도에 가까운 물체는 상대론적 효과에 의해 어마어마한 운동에너지를 가지게 된다.

상대론을 고려한 물체의 속도와 운동에너지 사이의 관계

이러한 물체가 단 한 발이라도 행성 표면에 충돌한다면, 행성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은 절멸될 것이다. 위와 같은 방식의 공격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에 한 번 발사되면 이를 도중에 멈추기는 매우 어렵고, 방어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신속하고 빠르게 다른 문명과 행성을 파괴할 수 있는 이 무기는 선제공격하는 문명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 먼저 공격을 감행하는 쪽이 이러한 무기를 사용하여 신속하게 상대 문명을 절멸시켰다면, 보복당할 위험도 없이 경쟁 문명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상대 문명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으면 위험부담없이 빠르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무기는 각 문명에게 선제공격을 강요한다. 또한 이것은 모든 문명을 서로가 서로에게 생존에 위협이 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이 이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암흑의 숲’ 이론을 듣고 난 뒤 우리가 취해야할 행동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다. 이 이론이 맞다는 것 역시 현재로썬 증명할 수 없다. 어쩌면 이러한 가설은 아직 약육강식의 원시적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우리의 착각일 수도 있다. 외계의 문명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우호적이고 정신적으로 성숙하여 설령 자신보다 낮은 기술 수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문명을 공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우주 문명간의 소통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쉬울 수 있고 광속의 움직임을 가지는 무기는 그리 방어하기 어렵지도, 선제공격을 하는 문명에게 유리함을 가져다주지 않을 수도 있다. ‘암흑의 숲’ 이론은 충분히 설득력있고 꽤나 어두운 이론이지만 그렇다고 이 이론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지금처럼 밤하늘을 주의깊게 확인하고, 친구 또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신중하게 관측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 숲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매우 적다. 그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숲의 본질과 다른 외계 생명체들에 대해서 탐구하고 배우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일 것이다.


 

최선재 학생기자 | Physics & Earth Science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youtu.be/xAUJYP8tnRE [2] https://url.kr/pa42v9

[3]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 [4] blogid=dasome77&artSeqNo=12812503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allhere.com/ko/wallpaper/1104500 [2] 이안 모리스,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3] https://openstax.org/books/university-physics-volume-3/pages/5-9-relativistic-energy [4] https://pxhere.com/ko/photo/91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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