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한 장면이 있다. 푸른 실험실 불빛아래 탄생하는 새로운 생명체들. 우리는 항상 실험실에서 생명을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왔다.
실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생명체를 만드는 일은 실험실에서 이미 비일비재하다. 실험실에서 각 실험의 목적마다 만들어지는 돌연변이들, 즉 GMO들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이미 있는 생명체를 변형하는 것에 그친다.
그런데, 만약 생명을 세포 단위부터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 본적 있는가? 이것은 과연 신만이 가능한 것일까? 놀랍게도, 이미 합성 생물학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세포를 탄생시키는 일을 진행시키고 있다. 세포로부터 태어난 세포가 아닌, 실험실에서 조립된 세포, 단순히 세포를 넘어서 단세포 생명체는 이미 실험실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세포 합성, 그것이 실제 가능하게 하려는 연구가 바로 ‘합성생물학’이라는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합성 세포는 과연 지금 어디까지 왔으며, 합성생물학에서는 합성 세포를 어떤 식으로 만들고 있을지 알아보자.
합성생물학이란 무엇인가?

우선 합성세포 기술을 연구하는 합성생물학 분야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합성생물학이란 공학과 생명과학의 결합으로 말할 수 있으며, 기존의 생물체를 원하는 시스템만 갖추도록 변형하거나, 처음부터 마치 자동차를 조립하듯이 세포의 구성성분들을 하나하나 조합하여 새로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합성해내는 분야이다. 즉, ‘생명’을 재료로 하는 공학으로, 요즘은 합성생물학이라는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Engineering biology라고 부른다고 한다.
합성생물학에서 가장 크게 다뤄지는 것은 세포의 합성, 즉 합성세포의 생산이다. 그렇다면 합성생물학에서는 왜 세포를 새로 합성하려고 하는 것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세포’를 하나의 공장으로써 보고, 최적의 시스템을 구성하여 최대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예를들면 대장균을 이용해서 인슐린을 합성한다고 생각하면, 대장균이 ‘인슐린 합성’에만 집중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대장균은 최소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생명활동을 제외하면 모두 ‘인슐린 합성’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 대장균 세포는 어떤가?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활동 이외에도 너무 많은 생명 활동들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아직 사람이 잘 모르는 요소들까지 존재한다. 합성생물학에서는 이렇게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소화하고, 가장 효율적인 형태의 ‘최소 세포(minimal cell)’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minimal cell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아마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생각날 것이다. 첫 번째는 기존의 세포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불필요한 부분 없이 필요한 부분만으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모두 합성생물학에서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전자를 Top-down 방식, 후자를 Bottom-Up 방식이라고 부른다.
Top-down 방식 VS Bottom-Up 방식
Top-down 방식은 기존의 세포에서 유전자를 Knock-out 하여 minimal cell을 만드는 방식이다. 대장균과 같은 세포에서 생명 유지에 불필요한 모든 유전자를 제거하고 최소한의 유전자만 남겨두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연구에서는 4000개가 넘는 대장균 유전자 중 1000개 이상을 제거하여 만든 대장균 minimal cell이 있다.
사실 단편적으로는 당연히 단순 유기물에서 생명체를 합성해 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Top-down 방식에도 한계점이 분명이 존재한다. 가장 큰 한계점은 인간이 대장균의 유전자 서열 모두를 밝히고 있더라도,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을 100퍼센트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현재까지의 정보로는 분명히 대장균의 생명 유지에 불필요한 유전자만 제거하였는데, 제거한 대장균이 원래 대장균과 비교했을 때 생장 속도가 떨어지는 등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Bottom-Up 방식은 처음부터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Top-down은 불필요한 생합성 경로를 파악하고 그것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없애는 것이라면, Bottom-Up 방식은 세포가 분열하고 생장하는 것에 필요한 최소 유전자 조합을 찾아낸 뒤 그것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것이다. 정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의 발상이다. DNA 뉴클레오타이드를 연결하고 이것을 게놈으로 합성하여서 이식하게 되면 합성 세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합성세포, 어디까지 왔을까?
합성 세포 연구를 현재 얼마만큼 진행되었을까? 정말로 인간이 새로운 세포를 실험실 내에서 레고 조립처럼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준이 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거기까지 가진 못했다.
합성세포 분야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크레이그 벤터 박사팀은 미코플라즈마라는 박테리아를 이용하여서 합성세포 연구를 진행하였다. 크레이그 벤터 박사 팀에서는 2007년 최초로 서로 다른 종의 박테리아 사이에서 게놈 이식을 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것은 사실상 합성세포를 향해가는 첫걸음으로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합성 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 게놈을 세포 내에 이식해야 하는데, 기존에 자신이 가진 게놈과 다른 게놈도 세포 내로 이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8년, 최초로 박테리아 인공 게놈을 합성하였다. 이때 합성한 인공 게놈은 기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의 게놈을 모방하여 만들었다.
여기서 의문이 들 것이다. minimal cell을 만들기 위해 이런 연구들을 하는 것인데, 왜 유전자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유지 했을까? 아직까지 어떤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연구되지 않았으며, ‘인공’ 게놈이 가능하다는 것에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기존의 완전한 게놈을 따라서 만든 것이다. DNA 수십개 길이의 조각을 만들어 그것을 이어 붙여 하나의 게놈을 완성하는 방식을 취해서, 인공 게놈 합성도 가능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2010년, 이 인공 게놈을 미코플라즈마 박테리아에 이식해서 합성세포를 얻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사실 이 연구에 아직까지 큰 산이 남았다. 그것은 아직 ‘완전한’ 합성 세포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선 크레이그 박사 연구를 보면 알겠지만, 아직까지 인간이 인공으로 합성한 것은 ‘게놈’ 뿐이다. 세포의 생명활동에 있어 게놈, 즉 유전자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은 유전자 외에도 세포막과 세포소기관, 세포질 등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인공적으로 게놈이 없는 세포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쉽게 생각해서 세포의 가장 알맹이 부분인 유전자는 만들 수 있는데, 정작 그게 들어갈 껍데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에서 해결해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이 세포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공포가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신의 영역이라고만 취급되던 생명의 합성에 인간이 개입한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 일부는 그게 생명이냐? 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합성생물학 기술로 인해 인간이 생명을 창조해내는 경지에 다가가고 있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새로운 과학기술이 그랬듯, 합성세포가 가진 수많은 장점은 살리고, 윤리적인 문제는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1] http://cholab.or.kr/research/
[2] Science on 2010년 5월 24일자 기사 <‘합성게놈’ 통째로 이식, 박테리아 종을 바꾸다 > 오철우 기자
<이미지>
[1] http://cholab.or.kr/research/

Bio 학생기자 김보현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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