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생존에 막대한 도움을 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인류는 종두법을 개발하여 천연두를 박멸했고, 살균과 멸균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위생은 향상되었으며 세균의 감염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급속한 의료 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을 도리어 의심하게 만든 것일까? 언젠가부터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에 대항하는 무서운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소문을 믿고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병임에도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고, 과학적 근거가 전무한 민간 요법적인 시술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이 기사에서는 이러한 의료 기술과 관련한 괴담과 소문에 대해 파헤쳐 보고자 한다.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
“한 번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하므로, 당뇨병은 다른 방법으로 완치시키는 것이 낫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봤을 법한 당뇨병에 관한 이야기이다. 언뜻 보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없으면서도,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일단 당뇨병이 무엇인지부터 보자. 당뇨병은 쉽게 말하면 혈당량, 즉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조절이 잘 안 돼 나타나는 병이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혈당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가 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제1형(의존성) 당뇨병이고, 나머지 하나는 인슐린의 분비는 어느 정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모종의 이유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하여 생기는 제2형(비의존성) 당뇨병이다.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치료법은 인슐린 주사가 유일하고, 제2형의 경우에도 운동과 식이요법, 경구 혈당 강하제 복용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 상태가 호전되지 않거나 임신, 간·신장 이상 등이 있을 때는 일시적인 인슐린 투여를 하기도 한다.

이제 다시 인슐린을 한 번 맞으면 계속 맞아야 한다는 주장을 보자.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 분비가 아예 되지 않으므로 인슐린 투약은 당연한 것이다. 다시 말해, 투약을 시작했다고 투약을 계속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이 유일한 치료법이기에 선택지가 그것밖에 없는 것이다. 또 제1형 당뇨병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당뇨병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우리나라 당뇨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2형 당뇨병은 어떨까? 이 경우 인슐린 주사는 절대 필수는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의사가 일시적인 인슐린 투여를 권고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당뇨병이 오래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약해져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할 수는 있지만, 초기 환자의 경우 대부분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충분히 완치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당뇨병은 완치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는데, 인슐린 투여를 계속한다 하더라도 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1형 당뇨병 환자나 경과가 오래된 당뇨병 환자는 정기적인 인슐린 투여가 가장 나은 방법이며, 잘 관리만 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슐린 투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인슐린 투여를 거부하고 비과학적인 민간요법이나 대체 의학을 이용한다면, 인슐린 부족과 더불어 훨씬 더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인해 인슐린 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면, 의사의 권고를 되도록 따르고 관리를 잘하도록 하자.
암에는 동물용 구충제가 약이다?
사람이 동물용 구충제를 먹는다고 하면 누구든 간에 ‘그래도 되는 건가?’ 싶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암 환자들이 단체로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penbendazole, C15H13N3O2S)을 사재기한 사례가 있는데, 이를 펜벤다졸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사건의 시작은 미국인 조 티펜스가 자신이 소세포 폐암 4기라는 것을 진단받게 되면서부터였다. 티펜스는 절망하던 와중, 지인인 한 수의사가 쥐에게 펜벤다졸을 복용시켰더니 기생충뿐 아니라 암세포도 제거되었다는 실험 결과를 보고 자신도 펜벤다졸을 복용했더니 암이 나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 후 티펜스는 펜벤다졸을 자가 처방하기 시작하고, 4개월 뒤 몸 속의 암세포가 사라지게 된다. 이후 티펜스는 자신의 펜벤다졸 치료법을 주장하며 전파하기 시작했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 일단 우리는 티펜스의 주장을 깊이 재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무엇보다도 펜벤다졸은 동물용 구충제이고, 티펜스의 사례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례이므로 인간을 대상으로는 전혀 검증된 바가 없다. 현대의학에서 검증되지 않은 약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허용하지 않는데, 바로 그 부작용과 위험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약물의 약효보다 부작용이 클 가능성도 있으며,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약물로 인해 간독성 등 신체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고, 이는 차후 다른 항암치료를 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치료 기회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펜벤다졸의 경우 “탁솔”처럼 원리가 비슷하고 검증된 약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더욱 복용해서는 안 된다.
펜벤다졸 신드롬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궁지에 몰린 환자들이 대상이라는 점이다. 특히 말기 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 자신에게 직접 임상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부작용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결국 펜벤다졸 복용으로 인한 모든 결과는 오로지 환자가 져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물론 펜벤다졸이 통증 완화 등에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검증이 되지 않은 이상 펜벤다졸 복용은 그 누구도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검증된 항암제를 복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아래 동영상은 펜벤다졸 복용에 대한 식약처의 입장이다.
새롭게 등장한 전염병, 백신 반대 운동
백신이란 질병에 대한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으로, 주로 질병을 일으키는 항원을 배양시킨 뒤 죽었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로 만들어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백신이 발명됨으로써 인류는 집단 면역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천연두, 디프테리아, 뇌수막염, 소아마비 등 많은 질병들을 막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집단 면역인데, 백신을 통해 사회 구성원이 대부분 항체를 보유하게 되면 해당 질병이 전염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 그러면 알레르기나 지나치게 몸이 허약해 백신조차 맞을 수 없는 사람들도 보호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백신을 맞지 말자고 주장하는 사람들, 이른바 백신 반대 운동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말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백신에 반대한다. 먼저 아주 드문 사례들을 가지고 백신을 맞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부풀려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례는 앞서 언급했던 백신의 내용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뿐더러, 예방 접종 전에 미리 확인하는 사항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백신으로 인해 자폐증이 생긴다거나 수은과 알루미늄을 사용해서 몸에 축적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해당 주장을 하는 논문은 모두 과학적 근거가 전무하고 애초에 둘 사이의 관계는 없으며, 백신 성분으로 포함된 수은이나 알루미늄의 양은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적기 때문에 어불성설일 뿐이다.

이렇게 백신 반대 운동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백신 반대 운동으로 인해 집단 면역이 무너지면서 피해를 입은 사례도 이미 여럿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다시 유행하게 된 홍역이나 백일해가 있다. 미국에서는 점차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예방 접종률이 90% 이하로 떨어져, 퇴치 직전이었던 홍역이 다시 유행하였고, 유럽에서도 홍역과 수두가 재창궐한 적도 있다. 또한 최근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는 백신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자연적인 면역력 획득”의 대가가 얼마나 큰지 반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OECD 국가 중 결핵 발병률 1위가 됨에 이어 홍역 발병률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안예모(안전한 예방 접종을 위한 모임)’이나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모임)’가 유명했었는데, 이 경우에서는 자신도 아니고 자신의 자녀의 예방 접종까지 거부하면서 자칫하면 치명적인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된다.
백신은 권리이기도 하지만 의무이기도 하다. 집단 전체가 백신을 맞음으로써 일종의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방화벽을 설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으면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백신을 거부하는, 이런 이기적이고 안일한 행태가 퍼져나가면 앞선 사례들처럼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백신 반대 운동”이라는 전염병을 없애고, 반드시 백신을 맞아 질병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현대의학을 의심하는 이유
지금까지 다룬 주제들을 보면, 왜 이토록 현대의학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지 의문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정말 무지에 의한 반감이 있을 수 있는데, 21세기에 이런 반(反)지성주의적인 주장들이 판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의학이 빠르게 발전한 만큼,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는 현대의학을 의심하고 급기야 반대하기까지 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백신 반대 운동을 하는 것이 이 경우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익을 얻고자 현대의학에 반하는 이야기를 퍼뜨리는 부류이다. 사기성 정보를 퍼뜨리는 공포 마케팅을 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많은 유사과학 상품을 파는 방법이기도 하다. 당뇨병 환자들이 “인슐린 주사 한 번 맞으면 평생 맞아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두려운 법인데, 이를 이용해 얼토당토않은 대체 의학을 권하는 식이다. 또는 정치적인 이익을 얻고자 유사과학적인 이야기들을 퍼뜨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옛날에는 종교와 의학이 많이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요법처럼 종교나 미신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현대의학은 완벽하지 않고, 아직 현대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인류에게 있어서 현대의학은 건강을 지키게 해 주는 최선의 방법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과학적인 검증도 완료된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그러니, 다시 강조하지만, 독자들은 정말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발 현대의학을 의심하지 말고 믿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과학이라는 헛소리」, 박재용 지음, MID(엠아이디), 2018
[2] 「유사과학 탐구영역 3」, 계란계란 지음, 뿌리와이파리, 2019
[3] 메디칼타임즈, “펜벤다졸 도넘은 묻지마 복용…해외선 이미 '경고'”, https://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29863, 2019
[4] 한국일보, “‘인슐린 주사=인생 끝' 당뇨병 환자들 편견 몸 속의 혈당 키운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09061226918069, 2015
[5] Wikipedia, Pseudoscience, https://en.wikipedia.org/, 2020
[6] Wikipedia, Vaccine hesitancy, https://en.wikipedia.org/, 2020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m.dongascience.donga.com/
[2] https://en.wikipedia.org/
[3] https://www.inquirer.com/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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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경규한
발행호 | 2020년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