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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의 온도가 존재한다고?

‘절대영도’, ‘0K보다 낮은 온도는 없다’와 같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처음 온도의 단위를 배울 때나 열역학 법칙들을 배울 때 흔히 음의 온도는 켈빈 척도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큰 오해다. “분자의 운동에너지와 비례하는 값이 온도 아닌가요? 에너지는 음수가 될 수 없으니까 온도도 항상 양수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이 오해를 풀기 위해 온도가 어떻게 정의되고, 이러한 오해가 어디서 생기는지 통계역학의 관점에서 보자.


온도의 통계학적 정의

온도의 정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뜨거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정의한 척도가 온도인데, 우리 몸을 이를 측정하는 기구로 계속 쓸 수 없으니 물질들의 열팽창의 척도를 통해 온도가 정의된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온도의 개념은 이 정의와 맥락을 함께한다. 하지만, 열역학이라는 학문이 볼츠만을 필두로 통계를 업고 바뀌기 시작한 이후, 온도는 조금 더 일반적인 개념들로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주위의 온도가 일정할 때, 우리는 계에서의 에너지 보존 식을 온도 차이로 인해 자발적으로 흐르는 열, 그리고 나머지 에너지 전달 형태인 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여기서 말하는 계는 우리가 관심 있는 부분으로, 보온병 안, 버스 안, 지구 등 그 형태는 상관이 없다. 주위는 계가 아닌 모든 것이지만, 우주의 온도가 모든 곳에서 균일하지는 않기에 계에 영향을 주는 곳의 온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자).

일은 온도와는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위 식으로부터 온도의 다음 표현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음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쉬운 것은 아니지만, 온도의 표현만 봤을 때는, 평형 상태에서 에너지에 대한 엔트로피의 변화율이 음수라면 온도가 음수일 때가 분명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맞다. 하지만 상태의 개수를 표현하는 엔트로피는 전체(우리가 우주라고 부르는)에서만 증가하면 되지, 우리가 관심 있는 모든 부분에서 증가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에너지에 대해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음의 온도를 구현하다, Purcell-Pound 실험

실제로, 위와 같은 통계학적 정의에 따라 음의 온도를 구현한, 심지어 간단한 실험이 있다. 바로 Purcell-Pound 실험인데, 강자성 물질에 가해지는 자기장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었을 때 엔트로피가 급작스럽게 높아지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식을 취하여 음의 온도를 구현했다.


자기장 아래의 자기 쌍극자들

강자성 물체를 위와 같이 이상적인, 서로 상호작용도 하지 않는 자기 쌍극자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해 보자(자기 모멘트의 방향이 두 개로 양자화되어 있는 two-state paramagnet). 실제로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이징 모형 등 더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는 모형이 필요하지만, 음의 온도의 효과를 보기 위해 필요한 직관적인 가정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림에서 계의 에너지는, 자기 모멘트의 정의에 따라 각 쌍극자의 자기 모멘트 값과 자기장을 곱한 것의 총합과 같다. 자기 쌍극자가 자기장과 수직일 때의 에너지를 0이라 두면, 쌍극자 하나의 자기모멘트의 절댓값, 자기장의 세기, 그리고 (자기장과 반대인 쌍극자 개수-자기장과 나란한 쌍극자 개수)의 곱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 계의 엔트로피를 출처의 코스모스 기사를 참조(홍석찬,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의 연결통로, 통계역학」)해서 구하고, 위의 통계학적 표현을 사용하여 에너지가 주어졌을 때의 온도를 구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N은 자기 쌍극자의 총 개수, B는 자기장의 세기(위로 보고 있다고 했을 때), 그리고 뮤라고 읽는 그리스 문자는 쌍극자 하나의 자기 모멘트의 크기를 뜻한다.

Purcell-Pound 실험은 자기장 아래에서 평형을 이루고 있는 강자성 물체에서 자기장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실험이다. 갑자기 자기장 방향을 바꾸었을 때, 자기 쌍극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 정렬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자기 쌍극자가 돌아간다면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에 음의 온도를 가지게 된다. 이는 위의 수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순간이기는 하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영역인 음의 온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에너지 출입이다.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겠지만, 음의 온도는 모든 양의 온도에 있는 물질보다 ‘뜨겁다’. 양의 온도와 음의 온도 물질이 붙어있을 때 직관적으로는 온도가 더 낮은 쪽이 무조건 열을 흡수할 것 같지만, 우리의 음의 온도를 가지는 계는 에너지를 잃으면 잃을수록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양의 온도를 가지는 계는 에너지를 얻으면 얻을수록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그래서 음의 온도는 무조건 양의 온도를 가지는 물질에게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어떤 양의 온도보다 높은 온도가 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부터 착각한 것일까, 볼츠만 분포와 Equipartition Theorem

그렇다면 어떤 물체의 온도가 0K보다 낮아질 수 없다는 주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사실 ‘차가움’으로만 봤을 때는 0K보다 ‘차가운’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의 온도는 심지어 ‘어떤 양의 온도보다 높은 온도’이기 때문에 0K보다 ‘뜨겁다’. 온도가 분자들의 에너지에 비례한다는 주장은 외부와 물질 출입이 없고 에너지 출입만 있는 닫힌계의, 서로 상호작용을 무시할 수 있는 기체에 대해서는 성립한다(몇몇 액체나 고체에서도 잘 들어맞는 경우도 있다).

닫힌계에서 어떤 입자가 에너지 E를 가질 확률은 (물론 총 에너지보다 E는 낮다) 다음과 같다.


이를 자유로운 기체 입자와 같이, 어떤 변수의 제곱에 비례하는 에너지(변위에 따른 탄성 에너지, 속력에 따른 운동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들의 계에 근사하여 적용하면 그 에너지의 평균이 온도에 비례한다는 Equipartition Theorem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자의 운동에너지의 경우 이러한 관계식이 성립할 수 있으나, 거리에 따른 퍼텐셜 에너지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지 않는 액체나 고체 사이의 결합에너지의 경우에는 이 관계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에너지는 음이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음의 온도는 그 어느 온도보다 화끈하게 존재한다.


과학의 발전과 음의 온도

온도의 표현은 점점 더 일반적인 경우에 적용될 수 있도록 발전하였다. 뜨거움의 척도부터 시작하여 열팽창을 척도로 잴 수 있는 양, 그리고 다입자계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통계학적 양까지. 음의 온도이자, 어느 양의 온도보다 뜨거운 상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뜨거움의 척도나, 열팽창을 척도로 하였을 때는 뜨거워지면서 길이가 수축하는 물질은 개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서 정의를 포용하면서 새로운 정의를 만들었을 때, 통계적인 표현이 완성되어 일반적인 계에 대해 적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이 음의 온도온도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음의 온도는 과학의 발전 과정, 개념의 일반화를 시사하는 뜻깊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황당한 개념을 볼 때, 연구를 하며 새로운 개념을 정의하고 포괄적인 경우들을 고려할 때면 음의 온도를 생각해 보자.

 

홍지우│Physics & Earth Sci.│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장하석, 『온도계의 철학』, 오철우 역/이상욱 감수, 동아시아(2013)

[2] David V. Schroeder, An Introduction to Thermal Physics, Oxford University Press, 2020

[3] https://www.ksakosmos.com/post/거시-세계와-미시-세계의-연결통로-통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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