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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의 혁신, 크리스퍼(CRISPR)

2018년 6월 29일 업데이트됨

인류가 유전자 서열을 원하는 대로 잘라내고, 원하는 서열을 다시 삽입하여서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유전자 조작에 있어 혁신이라 불리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덕분입니다. 이름 그대로 유전자를 ‘잘라내는’ 새로운 도구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연구가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크리스퍼(CRISPR)란?


1987년, 일본의 한 연구실에서 대장균의 유전자 중 특이한 서열을 발견했습니다. 특정한 회문 구조가 발그러나 이 서열을 발견할 당시에는 이 서열의 기능과 역할을 알지 못한 채 잊혀 버렸습니다. 그러나 1994년, 최초의 세균 유전체지도가 나오게 되었고 이 반복서열은 재조명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역할을 알아내지 못하였고, 단순히 ‘Clustered Regular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 줄여서 ‘CRISPR’라는 이름을 붙이게 됩니다.


크리스퍼(CRISPR)가 빛을 보게 된 것은 2007년 기능이 밝혀지게 된 후부터 입니다. 덴마크의 요구르트 회사인 ‘다니스코’ 연구자들은 유산균의 파지 감염을 막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는 중 이 특이한 회문 구조의 정체를 밝히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산균을 죽게 만든 파지에 내성을 가진 유산균에 대해 주목한 이 연구팀은, 원핵생물인 유산균도 적응 면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 더 나아가서 그 적응 면역의 핵심이 역할을 CRISPR 서열이 한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박테리아 적응 면역의 원리를 요약하자면, 침입한 파지 DNA를 기억해서 나중에 동일 파지가 침입했을 때 그 파지를 찾아내서 DNA를 잘라버리는 원리입니다.



[그림] 박테리아의 적응 면역 경로

먼저 박테리오파지가 박테리아에 DNA를 삽입하면, 박테리아는 DNA의 일부를 잘라서 CRISPR 서열에 삽입시킵니다. CRISPR는 이렇게 파지 식별 DNA가 있는 spacer 부분과 공통적인 회문 구조가 있는 repeat 부분이 반복됩니다.


이 서열을 전사하게 되면, spacer 부분은 파지 DNA를 인식하는 상보적인 서열이 되고 repeat 부분은 일종의 뼈대가 됩니다. 이것을 gRNA라고 하고, Cas9이라는 효소에 결합하여 바이러스의 DNA를 자르게 됩니다. Cas9은 gRNA가 인식한 파지 DNA를 잘라서 기능을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여 파지에 대한 면역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통한 유전자 조작


위의 적응 면역에서 영감을 얻는 연구진들은 이 spacer 부분의 서열을 조절하여 특정 서열의 유전자를 잘라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바로 CRISPR 유전자 가위의 탄생 배경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CRISPR-Cas 9은 유전자 ‘가위’ 로 불립니다. 즉, 원하는 부분의 유전자를 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의 박테리아 적응 면역에서 보았듯이, 박테리아의 CRISPR-Cas 9은 바이러스의 DNA를 ‘잘라서’ 그 기능을 잃게 만듭니다. 이런 성질을 활용해서, 스페이서(spacer) 부분을 잘라내기 원하는 서열로 바꾸고 반복 서열(repeat)와 같이 전사하여 Cas 9 효소와 결합시켜 가위의 역할을 하게 만듭니다. 원하는 서열의 스페이서를 가진 CRISPR-Cas 9을 원하는 DNA와 만나게 한다면 마침내 잘라진 DNA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잘려진 DNA는 이중 가닥이 모두 잘려진 일종의 손상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세포 내부에는 이런 DNA 손상에 대비한 복구 메커니즘들이 존재하는데, 이 메커니즘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서열을 삽입할 수 있습니다. 즉, 앞의 방법으로 DSB(Double Strand Breaking)이라는 손상을 일으키고, 그것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서열을 삽입하여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것입니다.


NHEJ는 이중 가닥의 잘린 말단을 여러 단백질들이 관여하여 바로 연결시키는 메커니즘입니다. 바로 연결시키는 이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이유는, 잘린 말단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몇 개의 염기가 삽입되거나 결실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염기의 삽입 또는 결실은 단순히 삽입/결실 오류를 일으켜 다른 단백질을 생성하게 만들 수도 있고, 틀 이동 돌연변이를 일으켜 넓은 구간의 돌연변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HDR는 이중 가닥의 잘린 말단을 상동 유전자를 주형 가닥으로 하여 복구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같은 서열을 가진 상동 유전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잘린 DNA 이중 가닥의 3’ 말단과 5’말단을 일정 길이만큼 분해 시킨 후, 그 부분을 상동 유전자를 주형으로 하여 중합하여 새로운 DNA 가닥으로 채워 넣습니다.


또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유전자를 잘라내고 붙이는 방식이 아닌, 염기쌍 하나만을 조절하는 단일 염기 수정 방식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위 두 개의 방법보다 훨씬 더 정교한 수정이 가능합니다. 위 두 방법은 일반적인 CRISPR-Cas 9을 이용하여 DSB을 일으킨 뒤 유전자를 수정하는 과정이라면, 단일 염기 수정은 조금 변형된 Cas 9 효소를 이용하여 염기 하나만 수정하는 기술입니다.

이 방법은 DSB를 일으키지 않고 한쪽 가닥의 염기만 바꾼 뒤, DNA mismatch repair를 활용하여 오직 하나만의 염기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염기를 하나씩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조절이 가능합니다.


변형된 Cas 9 효소는 사이토신을 RNA 염기인 우라실로 변형시킵니다. 우라실로 바뀐 염기의 상보적인 위치에는 구아닌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상보적인 결합이 아닌 오류이므로 효소들이 이 오류를 수정하여 아데닌으로 바꿀 것입니다. 또한 원래 RNA 염기는 우라실을 그에 상응하는 DNA 염기인 티민으로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C-G 를 T-A로 수정 가능합니다.

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혁신’인가?


크리스퍼는 기존의 유전자 가위들과 비교했을 때 효율과 성능 등 수많은 면에서 앞서나갑니다. 1세대 유전자가위인 징크핑거는 정확도가 떨어지며, 2세대 유전자가위인 탈렌은 단백질을 활용하기 때문에 합성 비용이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RNA를 활용하기 때문에 합성 비용도 적게 들고, 이제는 염기쌍 하나만 단독으로 수정 가능하기 때문에 정확도 또한 향상되었습니다.

현재 어디까지 왔을까?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2012년 처음 등장하였고, 몇 년 사이에 많은 연구들로 발전하였습니다. 등장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연구되고 보완할 점이 많이 있고, 많은 과학자들은 크리스퍼를 개선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 성과를 거뒀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4월 22일 크리스퍼에 사용되는 RNA를 BNA, 즉 화학적으로 합성된 RNA와 유사한 물질로 대체하여 크리스퍼의 정확도를 1만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BNA는 RNA의 당인 리보오스에서 1번 탄소와 4번 탄소 사이가 마치 다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기존의 RNA보다 분자의 유연성이 떨어져서 결합 특이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퍼, 어디에 활용될까?


크리스퍼는 유전자 조작이 필요한 곳 어디든 활용될 수 있습니다. 멸종 동물의 복원부터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까지 많은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매머드 복원의 경우, 손상된 DNA는 난자에 직접 이식할 수는 없지만 그 서열을 읽을 수는 있습니다. 읽은 서열을 바탕으로 매머드와 유사한 코끼리의 유전자와의 차이점을 찾아내고, 크리스퍼를 이용하여 수정된 코끼리의 유전자를 통해 매머드 복원을 해볼 수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대의 조지 처치 교수팀은 매머드의 유전적 특징(극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북한 털 등)을 현생 코끼리에 붙여 넣어 매머드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GMO의 부작용을 줄이는 것에 크리스퍼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플라스미드를 활용한 방법은 삽입하고자 하는 유전자 이외에도 외부 유전자가 너무 많이 삽입되는 단점이 있지만, 크리스퍼는 유전자를 일부만 수정하여서 외부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 원하는 유전자를 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재 임상단계에 있는 체외치료 방법을 좀 더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를 이용하여 면역세포의 단백질에 돌연변이를 만들어 에이즈를 치료하는 방법이 임상단계에 있는데, 크리스퍼를 활용한다면 좀 더 정교한 돌연변이가 가능합니다.

크리스퍼, 과연 괜찮을까?


유전자 조작 하면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화나 소설 등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인류가 파멸에 이르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내어서 영화 등에 나올법한 괴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크리스퍼는 아직까지는 유전자의 오류 몇 가지를 수정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괴물을 만드는 일은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퍼가 등장하고 10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간 유전체 편집에 대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윤리적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연구를 위한 인간 생식세포의 유전자 조작은 허용되어야 할 것인지 등 유전자 편집과 관련되어서 논의할 문제점은 매우 많습니다. 크리스퍼가 발전하고 더 널리 이용되기 전에 우리는 이런 논의를 거쳐 크리스퍼의 무분별한 사용을 막아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크리스퍼의 미래를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2018학년도 1학기 바라던Bio

<작성자> 18-018 김보현

<분야> 유전공학(genetic engineering)

생물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인류에게 필요한 물질이나 생물을 대량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연구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큰 주목을 받게 된 분야입니다. 주요 기술로는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형질 도입, 세포 융합에 의한 키메라 합성 등이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네이버캐스트_생물산책 ‘크리스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9696&cid=58943&categoryId=58966

2. ‘CRISPR-Cas9의 진화..합성 가이드RNA로 정확도↑’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5387

3. Addgene: CRISPR Guide https://www.addgene.org/crispr/guide/

4. ‘정확도 1만 배! 합성 물질로 성능 개선한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584&aid=0000000749

<사진>

1. 네이버캐스트_생물산책 ‘크리스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9696&cid=58943&categoryId=58966 (2차 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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