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자르지 않고 고친다, 염기 교정과 프라임 편집

크리스퍼 가위는 DNA를 끊어서 고친다. 끊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줄이려고, 글자 하나만 바꾸거나 끊지 않고 고쳐 쓰는 차세대 편집 기술이 나왔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DNA 가닥에서 글자 하나가 강조되어 고쳐지는 모습
DNA 가닥에서 글자 하나가 강조되어 고쳐지는 모습

염기 교정과 프라임 편집은 DNA의 두 가닥을 모두 끊지 않고 유전자를 고치는 기술이다. 기존의 크리스퍼 가위는 DNA를 끊은 뒤 세포가 스스로 이어 붙이는 과정을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글자가 끼어들거나 빠지는 일이 잦다. 염기 교정은 DNA 글자 하나를 다른 글자로 직접 바꾸고, 프라임 편집은 원하는 서열을 그 자리에 고쳐 써 넣는다. 끊지 않으니 부작용이 줄어든다.

왜 자르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나

크리스퍼 가위인 Cas9은 목표 위치에서 DNA 이중 가닥을 모두 자른다. 세포 입장에서 DNA가 끊어진 것은 위급 상황이다. 세포는 서둘러 끊어진 끝을 이어 붙이는데, 이 응급 수리는 꼼꼼하지 않다.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몇 글자가 빠지거나 엉뚱한 글자가 끼어드는 일이 흔하다.

유전자를 망가뜨려 기능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엉성한 수리도 괜찮다. 그러나 많은 유전 질환은 DNA 글자 하나가 잘못 바뀌어 생긴다. 이런 경우에는 정확히 그 한 글자만 원래대로 고쳐야 한다. 끊고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는 이런 정밀한 수리가 어렵고 효율도 낮다. 게다가 여러 군데를 동시에 끊으면 염색체가 크게 뒤섞이는 위험도 있다.

끊어진 DNA 가닥을 이어 붙이는 과정을 단순화한 도식

염기 교정은 글자를 어떻게 바꾸나

DNA는 A, T, G, C 네 가지 염기로 쓰인다. 염기 교정은 이 가운데 한 글자를 다른 글자로 화학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원리는 Cas9의 가위 기능을 무디게 만든 뒤, 글자를 바꾸는 효소를 붙이는 것이다. 무뎌진 Cas9은 길잡이 RNA를 따라 목표 위치를 찾아가지만 DNA를 끊지 않는다. 대신 함께 붙은 효소가 그 자리의 특정 염기를 다른 염기로 바꿔 놓는다.

예를 들어 C를 T로, A를 G로 바꾸는 식이다. 사람에게 생기는 유전 질환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한 글자 바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염기 교정은 정확한 치료 도구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바꿀 수 있는 글자의 종류가 정해져 있고, 목표 근처의 다른 글자까지 함께 바뀌는 문제가 있어 정밀도를 높이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프라임 편집은 무엇이 다른가

프라임 편집은 더 넓은 범위의 수정을 할 수 있다. 무뎌진 Cas9에 역전사 효소라는 효소를 붙이고, 길잡이 RNA에 '고쳐 쓸 내용'까지 함께 담는다. Cas9이 목표 위치를 찾아 DNA 한쪽 가닥에만 살짝 홈을 내면, 역전사 효소가 길잡이 RNA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그 자리에 새 서열을 써 넣는다. 세포는 이어서 반대쪽 가닥도 새 서열에 맞춰 고친다.

기술 DNA를 끊나 할 수 있는 수정
크리스퍼 가위(Cas9) 두 가닥 모두 끊음 유전자 망가뜨리기, 큰 서열 넣기
염기 교정 끊지 않음 정해진 종류의 한 글자 바꾸기
프라임 편집 한 가닥에만 홈 글자 바꾸기, 짧은 삽입과 삭제

프라임 편집은 이론상 열두 가지 글자 바꿈을 모두 할 수 있고, 짧은 서열을 넣거나 빼는 것도 가능하다. 대신 구성 요소가 크고 복잡해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가 더 어렵다.

연구실 피펫으로 시험관에 용액을 옮기는 장면

치료에는 어디까지 쓰이고 있나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한 치료제는 이미 일부 혈액 질환에서 승인을 받았다. 염기 교정과 프라임 편집은 그보다 뒤에 나온 기술이라 임상 시험 단계에 있는 것이 많다. 혈액 질환, 콜레스테롤 수치와 관련된 유전자, 일부 희귀 유전 질환이 주요 대상이다. 환자의 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고친 뒤 다시 넣는 방식과, 편집 도구를 몸 안에 직접 넣는 방식이 함께 연구되고 있다.

남은 과제

가장 큰 숙제는 전달이다. 편집 도구를 원하는 장기의 원하는 세포에만 정확히 보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간처럼 약물이 잘 모이는 장기는 비교적 쉽지만, 뇌나 근육처럼 도달하기 어려운 조직도 많다. 목표가 아닌 곳을 잘못 고치는 문제, 편집한 세포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오랜 관찰이 필요하다. 자르지 않는 편집이 부작용을 줄인 것은 분명하지만, 안전성을 충분히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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