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영재학교 창조관 1층에는 많은 KSA 학생이 들어가 보지 못했을 NMR, SPM실이 있다. 이 중 NMR은 유기 실험실에서 합성을 한 후, 그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핵자기 공명 분광법(NMR spectroscopy)의 원리를 알아보고, 그중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1H-NMR의 결과 해석 방법을 알아보려 한다.
NMR의 기본 원리
NMR은 Nuclear Magnetic Resonance, 즉 핵자기 공명의 약자로, 분석하려는 시료를 원자핵의 회전 전이를 일으키는 RF(라디오 주파수) 공명을 이용해 측정하는 방식이다.
입자에 자기장이 가해지면 스핀 각운동량에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에너지가 갈라지고 그 차이를 이용하여 화합물을 분석한다. NMR 분광법은 원자번호나 질량수, 둘 중 하나라도 홀수인 핵에 대해 측정할 수 있다.

핵자기 공명 현상은 자기 모멘트를 가지는 핵이 에너지를 흡수하여 외부 자기장에 대해 스핀 방향을 바꿀 때 일어난다. 이 공명 진동수가 각 핵의 화학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 값을 이용하여 분자 내 원자의 위치를 분석한다.
NMR 스펙트럼 해석 방법
NMR 분광법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 살펴봤으니, NMR 스펙트럼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분자 내에서 화학적으로 동일한 환경에 있는 모든 수소는 화학적으로 동등(chemically equivalent)하다고 한다. 수소 주변의 다른 수소 개수가 같거나 가리움에 영향을 주는 작용기나 원자의 조합이 같으면 보통 동등한 환경에 있다고 본다. 화학적으로 동등한 수소들은 NMR 스펙트럼에서 같은 흡수 피크를 나타낸다.
NMR 스펙트럼에서 각 피크 아랫부분의 면적은 그 피크를 나타내는 수소의 개수에 비례한다. 즉, 피크의 면적 비를 구하게 되면 각 유형의 수소 개수 비를 알 수 있게 된다. NMR 분광기에는 전자적으로 각 피크의 면적을 적분하는 기능이 있는데, 각 피크 위에 수직으로 선을 그어 적분을 나타내고, 그 높이 또는 피크 면적은 수소 개수 비와 비례한다. 현재는 피크 구간을 표시하면 적분 값을 디지털로 수치화해주는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적분 값만으로는 수소의 절대적인 개수를 알 수 없다. 다른 적분 값과 비교하여 수소 개수 비를 구하고, 피크 중 하나라도 정확한 수소 개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외부 자기장의 세기가 다르면 핵의 공명 진동수도 달라진다. 따라서 화학적 이동 값은 Hz 단위의 공명 진동수를 MHz 단위의 기기 진동수로 나눈 값인 δ로 나타낸다. 외부 자기장 하에서 수소 핵의 원자가전자는 회전하여 외부 자기장과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효과를 반자기성 가리움이라고 한다. 알려진 물질 중에서 가리움이 가장 큰 물질인 TMS(tetramethylsilane)를 기준으로 원자핵의 전자가 벗겨져 있을수록(가리움이 덜할수록) 화학적 이동이 커지고 아래 그림에서 피크가 더 왼쪽에 나타나게 된다.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피크가 몇 개로 갈라졌는지를 보고 그 수소의 주변에 몇 개의 다른 수소가 있는지를 추측할 수 있다. 이 현상을 스핀-스핀 갈라짐이라고 부르며, 이때 적용되는 규칙을 n+1 규칙이라고 하는데, 주변에 수소가 n개 있다면 피크는 n+1개로 갈라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 규칙은 주위에 위치한 수소가 모두 동등할 때만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주변 수소의 개수는 자신이 결합하고 있는 탄소 원자 옆에 있는 탄소와 결합한 수소의 개수를 의미하는데, 그림에서 노란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경우는 4개(파란색 표시), 파란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경우에는 2개(노란색 표시)가 주변 수소의 개수가 된다.

이 방법으로는 피크가 겹치거나 갈라진 개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다른 방법들을 사용한 후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게 된다.
1H-NMR 스펙트럼 해석 예시
1-H NMR 해석 방법을 알아봤으니 예시를 통해 직접 해보도록 하자.

실제 상황에서는 주로 기본적인 골격만 가지고 스펙트럼을 통해 정확한 구조를 알아내지만, 지금은 구조를 모두 아는 상태에서 각 피크가 어떤 수소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해보도록 할 것이다.

위 그래프에 있는 각각의 피크가 어떤 수소의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화학적으로 동등한 수소들을 분류해야 한다.
이 구조에서 수소를 표시하고 화학적으로 동등한 수소들을 같은 색으로 묶으면 다음과 같다.

그래프에서 각 피크의 적분 값을 구해보면 각 피크의 비율이 왼쪽부터 약 2:2:3:2:3이므로 파란색이나 보라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화학적 이동이 1.18 또는 3.83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경우 벤젠 고리에 결합하고 있으므로 화학적 이동 값이 6.5~8.0 사이인데 그 범위에 있는 피크가 2개이므로 주황색, 노란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피크가 그 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보닐기(carbonyl group) 가까이에 있는 수소보다 메톡시기(methoxy group) 가까이에 있는 수소의 가리움이 더 크므로, 화학적 이동과 가리움을 고려하면 주황색인 수소가 7.07인 피크를 가지고, 노란색으로 표시된 수소가 7.86인 피크를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적으로 동등한 수소 2개가 들어간 그룹이 초록색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3.54인 피크가 초록색으로 표시된 수소임을 알 수 있다. 남은 파란색과 보라색 그룹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주변 원자들의 전기음성도를 고려해서 화학적 이동을 비교하면 된다. 파란색 그룹이 붙어있는 탄소는 산소와 결합하고 있지만, 보라색 그룹은 또 다른 탄소와 결합하고 있다. 산소의 전기음성도가 크기 때문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수소의 화학적 이동이 더 크고, 따라서 3.83인 피크를 가지게 된다. 최종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다.

이렇게 앞에서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1H-NMR 스펙트럼 분석을 해보았다. 실제로 유기 화합물을 합성하고 NMR 분광법을 이용하여 분석을 해보면,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NMR 분석의 기초적인 내용 소개에 초점을 맞췄다. 만약 더 많은 내용이 알고 싶다면 유기화학을 전공하신 오진호 선생님을 찾아가서 질문해보자. 분명 많은 것들을 알려주실 것이다.
<참고자료>
[1] 분광학의 이해(Pavia) 03장 핵자기공명 분광학
[2] 화학장인 멘토링 자료
<이미지>
[1] 분광학의 이해(Pavia) 121페이지 그림 3.3
[2] 분광학의 이해(Pavia) 127페이지 그림
[3] 자체 제작
[4] 화학장인멘토링 자료
[5] 화학장인멘토링 자료
[6] 자체 제작
[7] 자체 제작
[8] 자체 제작
[9] 화학장인멘토링 자료

Chemi 학생기자 최우정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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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화학, 분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