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운동한 다음날도 두 발로 걸을 수 있도록 근육통의 원인과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운동 후 찾아오는 지독한 근육통(DOMS)의 진짜 원인이 젖산이 아니라 근육 섬유의 미세한 찢어짐과 염증 반응이라는 스포츠 생리학의 진실을 파헤친다.

편집부 · 2025년 9월 28일 · 읽는 데 4분

생물학, 운동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굵고 붉은 근육 섬유가 격렬하게 찢어지고 밝은 붉은 염증으로 빛나는 극적이고 미세한 시각화
생물학, 운동 근육 손상을 나타내는, 굵고 붉은 근육 섬유가 격렬하게 찢어지고 밝은 붉은 염증으로 빛나는 극적이고 미세한 시각화

오랜만에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하거나 등산을 다녀온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비명이 튀어나온다. 계단을 내려갈 때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팔을 들어 올릴 수도 없다. 우리는 흔히 이 지독한 고통을 두고 "아, 근육에 젖산이 쌓여서 그래. 젖산을 빼야 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 스포츠 생리학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당신을 며칠 동안 걷지 못하게 만드는 이 끔찍한 통증의 범인은 젖산이 아니다. 오히려 젖산은 억울한 누명을 쓴 희생양에 가깝다. 그렇다면 도대체 내 허벅지와 종아리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이토록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지연성 근육통(DOMS, Delayed Onset Muscle Soreness)'의 진짜 생물학적 정체와 찢어진 근육들의 눈물겨운 복구 작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젖산의 억울한 누명

우리가 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격렬한 무산소 운동을 할 때, 우리 몸은 에너지를 빨리 만들기 위해 포도당을 불완전하게 태우고 그 찌꺼기로 '젖산(Lactic acid)'을 뿜어낸다. 과거 과학자들은 이 산성 물질인 젖산이 근육에 찌꺼기처럼 쌓여서 근육을 쿡쿡 쑤시게 만든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틀린 가설이다. 운동이 끝난 직후 핏속에 가득 찼던 젖산은 고작 12시간만 지나면 간으로 이동해서 다시 에너지원(포도당)으로 재활용되며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우리가 겪는 진짜 지독한 근육통(DOMS)은 운동 직후가 아니라, 젖산이 이미 다 사라지고 난 '24시간48시간 뒤'에 가장 극심하게 찾아온다. 즉, 다음 날의 통증과 젖산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통증의 진짜 범인, 미세하게 찢어진 근육

다음 날 찾아오는 지독한 근육통의 진짜 원인은 근육 섬유의 '물리적인 파괴' 때문이다. 우리가 무거운 역기를 들었다가 '천천히 버티면서 내릴 때(신장성 수축)', 근육 섬유(근원섬유)들은 팽팽하게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엄청난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세하게 툭툭 끊어지고 찢어져 버린다. 현미경으로 보면 근육 세포의 뼈대(Z-선)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무너져 내려 있다. 근육통은 바로 이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상처에서 발생한다. 왼쪽에는 산성 젖산(신화)을 마시는 사람을, 오른쪽에는 찢어진 근육을 복구하는 미세한 면역 세포의 확대된 뷰를 보여주는 분할 화면

불타는 근육, 염증 반응의 시작

근육이 찢어지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비상이 걸린다. "허벅지 근육에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구급대원(백혈구, 대식세포)들이 찢어진 근육 부위로 미친 듯이 몰려들어 죽은 세포의 찌꺼기를 먹어 치우기 시작한다. 이 청소 과정에서 독한 화학 물질(프로스타글란딘 등 염증 물질)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물질들이 근육 주변의 통증 신경을 예민하게 자극하여 불타는 듯한 고통(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이 염증 공사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이 바로 운동 후 이틀째(48시간)이기 때문에, 첫날보다 둘째 날이 훨씬 더 지옥처럼 아픈 것이다.

초과 회복, 찢어짐이 근육을 키운다

그렇다면 이 끔찍한 고통은 그저 손해일뿐일까? 아니다. 염증 청소가 끝나면, 우리 몸은 "다음번엔 안 찢어지게 아예 벽을 더 두껍게 발라버리자!"라며 원래 있던 근육보다 단백질을 훨씬 더 크고 단단하게 뭉쳐서 상처를 메워버린다. 이것을 '초과 회복(Supercompensation)'이라고 부른다. 찢어지고 아프고 다시 두껍게 붙는 이 고통스러운 파괴와 재건의 사이클을 수백 번 반복해야만 비로소 보디빌더의 거대한 왕자 복근과 태평양 같은 어깨가 완성되는 것이다. 운동 후 염증 감소에 대한 한랭 요법의 효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쑤시고 붉게 빛나는 근육을 감싸는 빛나는 얼음빛 파란색 얼음 목욕

남은 과제

지독한 근육통을 빨리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가벼운 운동(동적 휴식)'과 '얼음찜질'이다. 가볍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서 혈액 순환을 펌프질해 주면 염증 찌꺼기가 빨리 청소된다. 반대로 아프다고 진통소염제를 덥석 먹어버리면 염증 반응이 멈춰서 오히려 근육이 굵어지는(초과 회복) 기회를 날려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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