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비건 패션 에 도전 해봐
동물을 학대하지 않고 플라스틱 공해도 일으키지 않는 파인애플 잎과 버섯 균사체 등 첨단 화학으로 빚어낸 식물성 비건 가죽의 혁명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3년 11월 18일 · 읽는 데 4분
우리가 걸치는 가죽 재킷과 들고 다니는 명품 가방 뒤에는 늘 피비린내 나는 희생이 따른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억 마리가 넘는 소와 양이 오직 인간의 '가죽'을 위해 도살당하고 있다. 잔혹한 동물 학대를 멈추자며 등장한 것이 바로 '페이크 레더(인조 가죽)'지만, 이 역시 폴리우레탄(PU) 같은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서 결국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병들게 하는 거대한 모순에 빠졌다. 동물을 죽이지도 않고, 플라스틱으로 지구를 오염시키지도 않는 완벽한 가죽은 불가능한 것일까? 21세기의 생명공학자들은 그 해답을 소의 등가죽이나 화공 약품 통이 아니라 농장의 쓰레기 더미와 숲속의 곰팡이에서 찾아냈다. 파인애플 이파리와 버섯이 에르메스 가방으로 둔갑하는 최첨단 '비건 패션(Vegan Fashion)'의 생화학적 기적을 입어 보자.
버려진 과일 쓰레기의 반란, 피냐텍스
식물성 가죽 혁명의 선두 주자는 뜻밖에도 열대 과일 '파인애플'이다. 필리핀 등지에서 파인애플을 수확하고 나면 어마어마한 양의 이파리들이 그대로 땅에 버려져 썩어가며 메탄가스를 뿜어낸다. 스페인의 섬유 전문가 카르멘 히요사(Carmen Hijosa)는 이 버려진 파인애플 잎사귀 속에서 밧줄처럼 질기고 단단한 '섬유질(셀룰로스)'을 발견했다. 이 잎사귀를 기계로 박박 긁어내어 질긴 실타래만 뽑아낸 뒤, 고무 등 천연 결합제를 섞어 펠트 천처럼 촘촘하게 압축하자 소가죽 뺨치게 질기고 가벼운 가죽 질감의 원단이 탄생했다. 이것이 세계적인 비건 가죽 '피냐텍스(Piñatex)'다. 버려지는 쓰레기(잎)를 재활용하여 농민들에게 추가 소득을 주고, 소가죽을 만들 때 쓰이는 수십 가지의 독성 발암 화학 약품(크롬 등)을 완벽하게 퇴출해 버린 완벽한 친환경의 승리였다.
숲속의 연금술사, 버섯 균사체 가죽
과일 잎사귀를 넘어 더 혁신적인 화학적 질감을 자랑하는 것은 바로 '버섯'이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땅 위로 솟아오른 열매일 뿐, 땅속에는 버섯의 진짜 몸통인 하얗고 미세한 실뿌리, '균사체(Mycelium)'가 거대한 그물망처럼 엉켜서 자라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톱밥이나 농업 폐기물을 깔아놓은 쟁반 위에 이 버섯 균사체를 뿌려놓았다. 며칠 뒤, 수억 개의 균사체 실가닥들이 먹이를 파먹으며 미친 듯이 증식하더니 자기들끼리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푹신푹신하고 두꺼운 '스펀지' 같은 매트릭스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과학자들은 이 균사체 덩어리를 꾹 압축하고 무두질 공정을 거쳤다. 그 결과물은 소가죽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통기성이 뛰어나며, 무엇보다 버리면 땅속에서 완벽하게 썩어 없어지는 100% 생분해성 바이오 가죽(마일로, Mylo)이었다.
선인장부터 사과 껍질까지, 극한의 추출 기술
비건 가죽의 실험은 끝이 없다. 멕시코의 척박한 사막에서 물도 없이 알아서 쑥쑥 자라는 노팔 선인장의 잎을 으깨어 말린 뒤 단백질을 추출해 낸 '선인장 가죽(데세르토)'은 뛰어난 탄성(신축성)과 통기성으로 자동차의 인조 가죽 시트를 대체하고 있다. 심지어 사과 주스를 짜내고 남은 사과 찌꺼기의 섬유질을 갈아서 폴리우레탄과 섞어 만든 '사과 가죽'까지 등장했다. 식물 세포의 뼈대를 이루는 거대한 탄수화물 고분자(셀룰로스와 펙틴) 사슬을 으깨고 엮어서 동물의 콜라겐(단백질) 사슬을 흉내 내는 극한의 화학적 재결합 기술이다.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의 함정
물론 비건 가죽이 아직 완벽한 구세주는 아니다. 식물에서 섬유를 뽑아내더라도, 그것을 가죽처럼 튼튼하고 방수가 되게 뭉치기 위해서는 여전히 소량의 폴리우레탄(플라스틱)이나 화학 코팅제가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한, 대량 생산 단가가 소가죽이나 인조 가죽보다 몇 배나 비싸서 일부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의 비싼 한정판 마케팅(착한 소비)으로만 소비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왼쪽에는 동물 가죽을 위한 오염성 독성 화학 제혁소를, 오른쪽에는 버섯 가죽을 재배하는 깨끗하고 빛나는 녹색 실험실을 보여주는 분할 화면](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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