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야에서의 매듭이론의 응용
신발 끈을 묶는 장난 같은 수학(매듭이론)이 어떻게 DNA의 꼬임을 풀고 최첨단 양자 암호를 설계하는 생물학과 물리학의 궁극적 무기가 되었는지 설명한다.
편집부 · 2021년 10월 13일 · 읽는 데 4분
신발 끈이 꽉 묶여서 짜증이 났거나, 주머니 속에 넣어둔 이어폰 줄이 미친 듯이 엉켜서 끙끙대며 풀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19세기 수학자들은 이렇게 선이 꼬이고 엉켜있는 모양을 칠판에 그려놓고, "이 엉킨 매듭을 가위로 자르지 않고 풀 수 있을까?"를 수학 공식으로 증명하는 기괴한 장난에 푹 빠졌다. 이것을 위상수학의 한 분야인 '매듭 이론(Knot Theory)'이라고 부른다. 끈을 묶고 푸는 이 쓸데없어 보이는 고차원 퍼즐은 한동안 다른 수학자들에게 괴짜들의 취미 생활로 조롱받았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이 장난 같은 매듭의 방정식은 현대 과학을 구원할 궁극의 열쇠로 부활했다. 생물학자들의 현미경 속 꼬여버린 DNA 가닥을 풀어내고, 물리학자들의 우주 공간(초끈 이론)을 설명하며, 해커들이 뚫을 수 없는 양자 암호를 설계하는 기적의 무기가 된 것이다. 이어폰 줄의 엉킴 속에 숨겨진 마법의 방정식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위로 자르지 않고 풀 수 있는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매듭은 끈의 양 끝이 나풀나풀 열려있지만, 수학의 매듭 이론에서는 끈의 양 끝을 딱 붙여서 '완벽한 동그라미(고리)'로 만든 상태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끝이 붙어있는 고리를 이리저리 비틀고 꼬아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으면 복잡한 매듭이 된다. 수학자들의 유일한 질문은 이것이다. "아무리 복잡하게 꼬여 있어도, 끈을 가위로 싹둑 자르지 않고(연속성을 유지한 채) 요리조리 밀고 당겨서 처음의 완벽한 훌라후프(동그라미) 모양으로 쫙 펴서 풀 수 있는가?" 만약 두 개의 매듭이 아무리 다르게 생겼어도 밀고 당겨서 똑같은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면, 수학자들은 두 매듭을 '완벽하게 똑같은 매듭(동형)'이라고 부른다. 이 동형을 구별하기 위해 수학자 존 콘웨이와 존스 같은 천재들은 매듭의 꼬인 방향(위, 아래)을 다항식(Jones Polynomial)이라는 끔찍하게 복잡한 수학 공식으로 바꿔서 계산하기 시작했다.
DNA의 치명적 엉킴, 토포이소머라아제
수학자들만의 놀이였던 매듭 이론을 구세주로 모신 사람들은 다름 아닌 생물학자들이었다. 인간의 세포 속에는 2미터나 되는 긴 끈 형태의 DNA가 아주 좁은 핵 속에 털실처럼 꽁꽁 뭉쳐(꼬여) 있다. 세포가 분열할 때 이 DNA 끈은 복제를 위해 양쪽으로 쫙 벌어져야(풀려야) 하는데, 좁은 곳에서 억지로 잡아당기다 보니 옛날 전화기 선처럼 미친 듯이 꼬이고 엉켜버린다. 엉킴을 제때 풀지 못하면 DNA가 찢어지고 세포는 죽는다. 놀랍게도 우리 몸속에는 가위를 들고 다니는 '토포이소머라아제'라는 효소가 있어서, 엉킨 DNA 끈 하나를 싹둑 자르고 다른 끈을 그 사이로 통과시킨 뒤 다시 완벽하게 붙여주는 마술을 부린다. 생물학자들은 매듭 이론의 공식을 이용해, DNA가 정확히 몇 번 꼬였고 효소가 가위질을 몇 번 해야 매듭이 0(완벽한 원)으로 풀리는지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계산하여 세포의 생존 공식을 증명해 냈다.
초끈 이론과 우주의 직물 짜기
우주의 본질을 파헤치는 이론 물리학자(끈 이론가)들에게도 매듭 이론은 필살기가 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입자가 점(알갱이)이 아니라, 미친 듯이 진동하는 1차원의 얇은 고무줄(끈)이라고 생각한다(초끈 이론). 이 수많은 끈이 모여서 11차원의 우주 공간을 직물처럼 엮고 꼬아가며 물질을 만들어낸다. 끈이 어떤 모양으로 꼬여서 매듭을 짓느냐에 따라 그 진동이 달라지고, 그것이 우리가 아는 전자도 되고 쿼크도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가장 밑바닥 설계도를 해독하는 데 필요한 문법이 다름 아닌 19세기 괴짜 수학자들이 칠판에 끄적였던 매듭의 방정식이었던 것이다.
절대 풀리지 않는 자물쇠, 양자 암호
현대의 수학자들은 매듭 이론을 이용해 슈퍼컴퓨터로도 절대 뚫을 수 없는 차세대 '양자 암호'를 설계하고 있다. 끈을 100만 번 꼬아서 만든 극도로 복잡한 가상의 매듭 구조로 암호 키(Key)를 만든다. 이 매듭은 다항식으로 완벽하게 풀리는 정해진 궤적(수학적 규칙)을 갖고 있지만, 정답을 모르는 해커가 끈을 힘으로 억지로 잡아당기면 매듭이 영원히 풀리지 않는 최악의 형태(데트 매듭)로 엉겨 붙어버려 암호가 통째로 폐기된다. 정보의 무결성을 수학의 기하학적 꼬임으로 막아내는 궁극의 방패다. ![파괴할 수 없는 암호화 키를 생성하기 위해 복잡한 위상 매듭을 처리하는 양자 컴퓨터의 미래 지향적인 빛나는 시각화](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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