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엘니뇨는 한국의 여름과 겨울에 어떤 영향을 주나

태평양 반대편의 바닷물 온도 변화가 한국의 날씨에도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그 영향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해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원격 상관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4분

구름이 덮인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위성에서 본 모습
구름이 덮인 동아시아와 태평양을 위성에서 본 모습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이 변화는 대기의 흐름을 바꿔 지구 반대편 날씨에까지 영향을 준다. 이런 먼 거리의 연결을 원격 상관이라 부른다. 한국의 경우 엘니뇨가 발달한 해에 겨울이 다소 따뜻하거나 여름 강수 양상이 달라지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다. 그러나 그 영향은 해마다 크게 다르고 다른 요인들과 뒤섞여 있어서, 엘니뇨가 왔다고 한국 날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바닷물 온도는 어떻게 먼 곳의 날씨를 바꾸나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그 위의 공기가 데워져 상승하고, 비구름이 많이 생긴다. 평소에는 서태평양 쪽 바다가 따뜻해 이곳에서 활발한 상승 기류와 비구름이 만들어진다. 엘니뇨가 오면 따뜻한 바다의 중심이 동쪽으로 옮겨 가고, 상승 기류와 비구름의 위치도 함께 이동한다.

대기는 한 곳에서 공기가 오르면 다른 곳에서 내려오며 순환한다. 상승 기류의 위치가 바뀌면 이 순환의 모양이 달라지고, 그 변화가 파동처럼 대기를 타고 멀리 퍼져 나간다. 마치 연못 한쪽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반대편까지 이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열대의 변화가 중위도의 기압 배치를 바꾸며 먼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준다.

적도 태평양의 따뜻한 바닷물 위치가 평년과 엘니뇨 때 다르게 표시된 도식

한국에서는 어떤 경향이 나타나나

엘니뇨가 발달한 해의 겨울에는 동아시아 주변의 기압 배치가 바뀌며, 한반도로 찬 공기가 내려오는 흐름이 약해지는 경향이 보고되어 왔다. 그래서 겨울이 평년보다 다소 따뜻한 경우가 있다. 여름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위치와 세기가 달라지면서 장마와 강수의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계절 엘니뇨 해에 거론되는 경향 주의할 점
겨울 다소 따뜻한 경우가 있음 해마다 차이가 큼
여름 강수 양상의 변화 가능성 다른 요인의 영향이 큼
공통 열대 변화가 기압 배치를 바꿈 단정적 예측은 어려움

중요한 것은 이것이 '경향'일 뿐이라는 점이다. 엘니뇨가 강했던 해에도 한국의 겨울이 추웠던 적이 있고, 엘니뇨가 없던 해에도 따뜻한 겨울이 있었다.

왜 영향이 해마다 다르게 나타나나

한국은 열대 태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중위도에 있어서, 엘니뇨 말고도 날씨를 좌우하는 요인이 많다. 북극의 얼음 상태, 시베리아의 눈 덮인 정도, 인도양의 바닷물 온도, 대기 상층을 흐르는 제트 기류의 굽이 같은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엘니뇨의 신호는 이 많은 요인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약하게 전달된다.

엘니뇨 자체도 매번 같은 모습이 아니다. 따뜻한 바닷물이 동태평양에 집중되는 경우와 중앙 태평양에 집중되는 경우가 있고, 이 차이에 따라 대기에 주는 영향의 모양이 달라진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엘니뇨가 얼마나 강한지, 언제 발달하고 언제 사라지는지도 해마다 다르다.

기상청 예보관이 여러 대의 모니터로 기상 자료를 살피는 장면

엘니뇨 예측은 어디에 쓰이나

엘니뇨는 몇 달 앞을 내다보는 계절 예측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바닷물은 대기보다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열대 바다의 상태를 보면 앞으로 몇 달의 경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세계 여러 기관이 엘니뇨의 발달을 감시하고 예측해, 농업과 물 관리, 에너지 수요 대비에 활용한다. 한국의 계절 전망에도 엘니뇨와 라니냐의 상태가 참고 자료로 쓰인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기후 변화로 바다 전체가 따뜻해지면서 엘니뇨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지에 대해서는 연구마다 결론이 엇갈린다. 엘니뇨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기후 변화와 함께 어떻게 달라질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먼 바다의 변화가 우리 동네 날씨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를 정확히 풀어내는 일은 여전히 기후 과학의 중요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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