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벨 부등식 실험, 숨은 변수로는 설명되지 않는 상관관계

아인슈타인은 얽힌 입자들이 처음부터 답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그 생각을 실험으로 판가름할 방법을 찾은 것이 벨 부등식이다.

Antigravity AI · 2022년 4월 18일 · 읽는 데 4분

레이저와 거울, 검출기가 놓인 광학 실험대
레이저와 거울, 검출기가 놓인 광학 실험대

벨 부등식은 얽힌 입자들의 측정 결과가 '처음부터 정해진 답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학적 한계다. 1964년 물리학자 존 벨이 이를 제시했고, 이후의 실험들은 실제 입자들이 이 한계를 넘어선다는 것을 거듭 보여 주었다. 즉 얽힘의 상관관계는 숨은 정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실험들은 2022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다.

아인슈타인은 무엇을 의심했나

양자역학의 설명으로는 입자의 성질은 측정하기 전까지 정해져 있지 않고, 측정하는 순간 확률적으로 정해진다. 아인슈타인은 이 설명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했다. 얽힌 두 입자의 결과가 늘 맞아떨어지는 것은 두 입자가 만들어질 때부터 답을 나눠 가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그 숨은 정보를 모를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비유하면 장갑 한 켤레를 상자 두 개에 하나씩 넣어 멀리 보내는 일과 같다. 한쪽 상자를 열어 왼손 장갑이 나오면, 다른 쪽에는 오른손 장갑이 들어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안다. 신비로울 것이 없다.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미리 정해진 정보를 숨은 변수라 부른다.

상자 두 개에 장갑을 하나씩 넣는 모습을 그린 삽화

벨은 어떻게 둘을 가려낼 방법을 찾았나

오랫동안 이 논쟁은 철학의 문제처럼 보였다. 두 설명 모두 같은 측정 결과를 예측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벨은 측정 방향을 여러 가지로 바꾸어 가며 결과를 비교하면 둘이 다른 예측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숨은 변수 이론이 옳다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측정한 결과들 사이의 상관관계는 어떤 값보다 클 수 없다. 이 상한선이 벨 부등식이다. 반면 양자역학은 특정한 측정 방향 조합에서 이 상한선을 넘는 상관관계를 예측한다. 이제 질문은 실험으로 답할 수 있는 형태가 되었다. 실제 입자들이 상한선을 넘는가, 넘지 않는가.

실험은 무엇을 보여 주었나

1970년대부터 빛 알갱이인 광자 쌍을 이용한 실험이 이어졌다. 존 클라우저의 초기 실험, 1980년대 초 알랭 아스페의 실험은 벨 부등식이 깨진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양자역학의 예측대로였다.

하지만 비판도 있었다. 측정 장치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을 가능성, 검출기가 일부 광자를 놓쳐 결과가 치우쳤을 가능성 같은 '빈틈'이 남아 있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실험은 이 빈틈을 하나씩 막는 방향으로 정교해졌다. 측정 방향을 입자가 날아가는 도중에 무작위로 바꾸고, 두 측정 장치를 빛조차 오갈 시간이 없을 만큼 멀리 떨어뜨렸다. 2015년 무렵에는 주요 빈틈들을 동시에 막은 실험들이 발표되었고, 결과는 여전히 벨 부등식의 위반이었다.

시기 실험의 진전 결과
1970년대 광자 쌍을 이용한 초기 검증 부등식 위반
1980년대 초 측정 방향을 빠르게 바꾸는 실험 부등식 위반
2015년 무렵 주요 빈틈을 동시에 막은 실험 부등식 위반

어두운 실험실에서 레이저 빛줄기가 갈라지는 장면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나

벨 부등식이 깨졌다는 것은, 측정 결과가 미리 정해져 있고 멀리 떨어진 곳끼리 즉각적인 영향이 없다는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장갑 비유로는 얽힘을 설명할 수 없다. 자연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 곧 '물체는 관측과 상관없이 정해진 성질을 갖고, 멀리 있는 것끼리는 즉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

이 사실은 실용적인 기술로도 이어졌다. 벨 부등식의 위반은 얽힘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시험지 역할을 한다. 양자 암호 통신에서는 이 시험을 통해 통신 장치가 조작되지 않았는지 검증하는 방법도 연구된다.

아직 남은 질문

실험은 숨은 변수를 이용한 '국소적인' 설명을 배제했지만, 그렇다면 자연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경쟁한다. 측정이 세계를 갈라놓는다는 해석, 멀리 떨어진 곳끼리의 연결을 받아들이는 해석 등이 있으며, 실험만으로는 이들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측정 방향을 고르는 선택 자체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극단적인 가능성은 원리상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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