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숨겨진 입자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글에서는 탄산음료 위에 거품이 생기는 원리와 유사한 원리를 사용하는 거품상자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거품상자가 개발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안개상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안개상자는 거품상자가 개발되기 이전에 미지 세계를 연구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으며 많은 입자를 이 안개상자를 이용하여 관측할 수 있었다.


거품상자 이전의 상자?

거품상자가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안개상자라는 실험 장치가 존재했다. 거품상자, 스파크 상자, 와이어 상자 등이 만들어지는데 가장 지대한 공헌을 했던 장치 중 하나가 이 안개상자이다. 안개상자도 거품상자와 유사하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안개상자에 입자가 통과한 모습이다.
안개상자의 등장!

찰스 톰슨 리스 윌슨(Charles Thomson Rees Wilson, 1869년 2월 14일~1959년 11월 15일), 그는 안개상자를 만든 영국의 기상학자다. 기상학자였던 그는 산에 올라갔다가 안개를 보고 안개상자를 만들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지만 정말 그렇다고 한다.) 윌슨의 이 작업은 1890년대에 그의 기상학 분야에서 추구했던 모방 실험의 결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안개상자는 윌슨이 1912년에 발명한 실험도구로 그는 지금으로부터 92년 전인 1927년에 안개상자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윌슨이 발명한 안개상자를 이용해 입자의 궤적을 추적하는 원리는 제트기 뒤에 하얀 선이 생기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안개상자가 상자 내부에 기체를 넣어 안개를 만들고 이 사이에 대전입자를 지나가게 한 후에 이로 인해 만들어진 미소한 물방울이 줄지어 있는 모습으로 궤적을 관찰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1912년에 안개상자를 발명한 찰스 톰슨 리스 윌슨의 사진이다. 그는 물리학자나 공학자가 아닌 기상학자였다.
안개상자의 구조, 원리

어떻게 안개상자는 제트기 뒤에 선이 생기는 원리를 이용해서 입자를 관찰할 수 있었을까? 그냥 듣기에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비밀은 바로 증기에 있다. 안개상자의 기본적인 형태는 과포화, 과냉각된 물 또는 알코올 증기가 담긴 밀봉된 상자다. 여기서 과포화 상태를 만들려면 기체의 단열팽창을 이용하는 방법과 온도 기울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맨 처음 윌슨이 제작한 안개상자는 팽창식이어서 보통 윌슨의 안개상자라고 할 때는 팽창 안개상자를 이야기한다. 이에 비해 기체의 온도 기울기를 이용한 장치는 확산 안개상자라고 한다. 확산 안개상자의 경우에는 팽창 안개상자의 결점을 보완하여 입자가 통과되면 언제든지 비적이 보이도록 한 안개상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하를 가진 입자들은 자신의 이동 경로상에 이온을 남기며 움직이는데 안개상자 속 증기들은 이 이온들과 만나 반응을 일으킨다. 과포화된 증기는 이온과 만나 응결되고 이 반응으로 인해 안개상자 안에 작은 액체 방울들이 형성된다. 이 액체 방울로 이루어진 액체 구름을 통해서 입자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다. 응결된 방울들이 증기 사이에 있을 때 상자 안의 가스에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을 찍으면 입자가 지나가며 만들어낸 구름의 흔적을 촬영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안개상자의 동작 원리에 대해서 간단하게 요약하겠다. 안개상자 상단부에서 이소프로필 알코올이 증발하게 된다. 이때, 알코올 증기는 상온의 온도에 대해 과포화 상태가 된다. 드라이아이스 또는 펠티어 소자를 이용하여 하단부를 급속도로 냉각하게 되면 공기가 이소프로필 알코올에 대해 과포화 상태가 된다. 이때, 입자가 지나가게 되면 공기 분자들이 이온화되면서 응결핵으로 작용하게 되고 알코올 입자들이 달라붙어 궤적이 눈에 보이게 된다.


안개상자는 조금 더 정확하고 원활한 실험 진행을 위하여 강한 자기장 안에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강한 자기장 속에서 실험을 진행하게 되면 하전입자의 비적의 곡률로 입자의 하전부호나 운동량을 알 수 있다. 또한, 입자의 궤적이 휘면서 조금 더 작은 상자를 사용해서 더 많은 입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loud chamber track
안개상자 한계를 직면하다.

핵물리학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안개상자를 이용해 이온화 방사선 입자, 원자 붕괴, 핵융합, 우주선 등의 경로 등을 추적해오며 핵물리학의 많은 발전을 불러왔다. 그들은 알파 입자라고 불리는 헬륨 원자핵과 베타 입자라 불리는 전자, 뮤온 등과 같은 입자들을 안개상자를 통해 관측할 수 있었다. 천억분의 일 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입자를 안개상자를 이용해 가시화할 수 있었다.


안개상자를 이용하면 많은 입자의 궤적을 추적할 수 있었지만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전하를 띠지 않는 입자는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하를 뜨지 않는 입자를 자신이 이동하는 경로에 이온을 남기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이동한 자리에는 남는 것이 없다. 이온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증기와 반응할 무언가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입자 궤적의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안개상자를 이용해 관찰할 수 있는 입자의 범위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준비 시간도 문제였다. 안개상자는 한 입자를 측정한 후 다음 입자를 측정할 때까지 준비 시간이 길게 필요했다. 이런 문제점은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입자들을 측정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또한, 안개상자가 나오고 2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핵물리학에서 사용하던 안개상자에는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한다. 고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다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안개상자가 나온 당시만 하더라도, 수백만 볼트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만을 다루고 있었고 이 정도 수준의 에너지를 가진 입자는 안개상자를 통해 충분히 관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수백만 볼트 정도가 아닌 수억 볼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를 다뤄야만 했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1억 볼트가 넘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250억 볼트에 달하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가 가속기에서 나오면서 안개상자는 한계에 봉착한다. 이런 입자를 다루기 위해서는 백 미터가 넘는 길이를 가진 안개상자가 필요했다. 이제 그들에게는 안개상자가 아닌 고속의, 고에너지의 입자를 다룰 수 있고 전하가 없는 입자의 궤적도 추적할 수 있으며 준비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 않은 새로운 장치가 필요했다. 이때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이런 문제를 해결한 실험 장치가 지난 글에서 다루었던 거품상자이다.

안개상자가 가지는 의의

안개상자는 핵물리학의 토대를 마련한 실험 장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안개상자가 있었기에 우주선을 관측할 수 있었고 이온화 방사선 입자, 원자 붕괴, 핵융합 등의 경로 등을 추적할 수 있었다. 알파 입자라고 불리는 헬륨 원자핵, 베타 입자라고 불리는 전자, 뮤온이라 불리는 우주선의 일종도 모두 안개상자 덕분에 관측할 수 있었다.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입자의 크기가 커야 했기 때문에 정밀한 실험에는 부적합하긴 했다. 아무리, 안개상자가 다양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안개상자가 핵물리학, 더 크게 범위를 잡아서 과학에 준 영향은 꽤 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윌슨의 안개상자는 원자 구성 입자의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수많은 캐번디시 연구자들이 이 장치를 활용했다.

남은 이야기

앞서 계속하여 이야기했던 안개상자의 영어 이름은 cloud chamber이다. 이때, cloud chamber는 안개상자라고도 불리지만 구름 상자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윌슨의 구름 상자는 원자물리학 실험 분야가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윌슨 자신은 원자 물리와는 거리가 먼 기상학에서 활동했던 과학자였다. 70여년에 걸친 긴 학문 여정 속에서 윌슨은 항상 날씨와 관련된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했다.


<참고자료>

[1] 한국물리학회, 윌슨과 구름상자, http://www.kps.or.kr, 2019년 11월 20일

[2] 사이언스올, 안개상자 (cloud chamber), https://www.scienceall.com,2019년 11월 20일

[3] wikipedia, cloud chamber, http://en.wikipedia.org, 2019년 11월 20일


<이미지>

[1] wikipedia, cloud chamber, http://en.wikipedia.org, 2019년 11월 28일

[2] 위키피디아, 찰스 톰슨 리스 윌슨, http://en.wikipedia.org, 2019년 11월 28일

[3] seeker, cloud chamber tracks make beautiful music, https://www.seeker.com, 2019년 11월 28일

Physics 학생기자 송민우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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