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안개 속에 숨겨진 입자

산 꼭대기의 기상 현상을 연구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과 소립자의 궤적을 눈으로 보게 만든 찰스 윌슨의 '안개상자'의 물리학적 원리와 노벨상 수상의 궤적을 쫓는다.

편집부 · 2021년 2월 4일 · 읽는 데 4분

물리학 역사, 짙은 안개로 가득 찬 빛나는 투명 유리 챔버, 증기를 가로질러 쏘는 방사선의 빛나는 밝은 줄무늬 공개
물리학 역사, 짙은 안개로 가득 찬 빛나는 투명 유리 챔버, 증기를 가로질러 쏘는 방사선의 빛나는 밝은 줄무늬 공개

19세기 말, 물리학자들은 커다란 벽에 부딪혀 있었다. 뢴트겐이 엑스선(X-ray)을 발견하고, 마리 퀴리가 방사선을 찾아냈으며, 톰슨이 전자(Electron)를 쪼개어 발견했지만, 이 작고 빠른 녀석들은 인간의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연구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1911년, 스코틀랜드의 한 물리학자가 방사선의 궤적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마법의 상자를 발명하여 물리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놀랍게도 이 위대한 기계는 방사선 연구가 아니라, 스코틀랜드 산꼭대기에서 구름이 만들어지는 날씨 현상을 연구하다가 완전히 '우연히' 탄생했다. 기상학의 안개가 소립자 물리학의 눈을 뜨게 만든 경이로운 발명품, 찰스 윌슨(Charles Wilson)의 '안개상자(Cloud Chamber)' 속으로 들어가 보자.

벤 네비스 산의 구름을 병 속에 담다

찰스 윌슨은 원래 구름과 안개, 그리고 햇빛이 구름에 부딪혀 만드는 아름다운 무지개 현상에 푹 빠져있던 기상학자였다. 그는 1894년 스코틀랜드 최고봉인 '벤 네비스 산' 관측소에서 구름이 생성되는 모습을 넋을 잃고 관찰했다. 산에서 내려온 그는 실험실의 유리병 안에 물과 공기를 넣고 압력을 확 낮추어, 산꼭대기처럼 차갑고 축축한 '인공 구름(안개)'을 만드는 실험에 돌입했다. 공기 중에 수증기가 꽉 차서 물방울로 맺히기 직전의 상태(과포화 상태)를 유리병 안에 완벽하게 구현해 낸 것이다. 정상적인 구름이라면 먼지(응결핵)가 있어야 물방울이 맺히는데, 윌슨은 병 속의 먼지를 완벽하게 걸러내어 맑고 깨끗한 과포화 상태의 마법의 병(안개상자)을 만들어냈다.

유령이 남긴 하얀 발자국

1896년 엑스선과 방사선이 발견되자 윌슨은 호기심이 발동했다. "먼지가 하나도 없는 이 투명한 안개상자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엑스선을 쏘면 어떻게 될까?" 그는 방사성 물질(우라늄)을 상자 근처에 가져다 댔다. 순간, 상자 속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무것도 없던 투명한 허공에 마치 비행기가 지나간 뒤 하늘에 남는 하얀 비행운(구름 선)처럼 뚜렷하고 가느다란 안개 궤적이 여러 갈래로 쫙쫙 그어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 입자가 상자 속을 광속으로 날아가며 공기 분자와 부딪혔고, 공기 분자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며 '이온(전기 띤 입자)'이 생성되었다. 상자 속의 축축한 수증기들은 이 이온을 먼지(응결핵) 삼아 순식간에 찰싹 달라붙어 미세한 물방울(안개)을 만들어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총알(소립자)이 안개 속에 남긴 '하얀 발자국'을 찍어낸 것이다. 안개 낀 산봉우리에 서 있는 과학자의 초현실적인 비주얼로, 주변의 안개가 아원자 입자의 빛나는 궤적을 형성합니다

우주를 쪼개는 마법의 거울

윌슨의 안개상자는 소립자 물리학의 완벽한 돋보기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이 상자에 강력한 자석(자기장)을 걸어보았다. 전기를 띤 입자가 날아가다가 자석의 힘을 받으면 궤적이 우주로 휘어지는데(로런츠의 힘), 가벼운 전자는 궤적이 확 꼬부라지고, 무거운 알파 입자는 묵직하게 직진하며, 플러스 전기를 띠었는지 마이너스 전기를 띠었는지에 따라 휘어지는 방향이 정반대로 갈라졌다. 물리학자들은 그저 상자 속의 하얀 안개 선이 얼마나 두꺼운지, 어느 방향으로 휘어지는지 사진을 찍어 수학적으로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미지의 소립자들의 질량과 전하량을 완벽하게 뜯어볼 수 있게 되었다.

반물질의 발견과 노벨상 폭격

안개상자의 진가는 1932년 칼 앤더슨의 실험에서 폭발했다. 앤더슨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우주선)을 안개상자로 관측하다가 기괴한 궤적을 하나 발견했다. 전자와 질량이나 두께가 완벽하게 똑같은데, 자석에 의해 휘어지는 방향이 완전히 정반대(플러스)인 미지의 입자가 안개상자에 찍힌 것이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SF 영화에서나 나오던 반물질인 '양전자(Positron)'의 존재가 두 눈으로 입증된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윌슨이 이 상자를 만든 공로로 192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이 상자를 이용해 양전자, 뮤온, 파이온 등 새로운 입자를 낚아챈 과학자들이 무려 4개의 노벨상을 줄줄이 거머쥐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구름 방 내부의 미세한 뷰로, 우주선이 가스 원자에 부딪혀 빛나고 구부러진 입자 궤적의 폭발하는 스타버스트를 생성합니다](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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