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초 빛 인류의 성배 2023 노벨 물리학상
전자가 움직이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낼 수 있는 100경 분의 1초(아토초) 레이저 기술의 원리와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의 의미를 설명한다.
편집부 · 2023년 2월 20일 · 읽는 데 4분
달리는 스포츠카를 카메라로 찍으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길게 늘어지며 번져(Motion blur) 찍힌다. 자동차를 또렷하게 정지 화면으로 찍으려면 카메라의 셔터가 자동차보다 훨씬 빨라야 한다. 1초에 날갯짓을 백 번 하는 벌새를 찍으려면 1,000분의 1초 셔터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몸과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작고 가벼운 입자,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원자 주위를 미친 듯이 뱅글뱅글 도는 '전자(Electron)'의 사진을 찍으려면 셔터 속도가 얼마나 빨라야 할까? 전자는 100경 분의 1초라는 인간의 뇌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한의 찰나에 움직인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에게 전자의 세계는 카메라로 절대 찍을 수 없는 뿌연 구름 덩어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쥔 세 명의 과학자는 마침내 이 100경 분의 1초라는 시간의 벽을 깨부수고, '아토초(Attosecond)' 길이의 미친 듯이 짧은 빛의 플래시를 터뜨려 전자의 움직임을 멈춰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마침내 신의 시간을 훔쳐 전자의 모습을 생중계하게 된 초고속 레이저 물리학의 경이로운 승리를 엿보자.
1아토초, 우주의 나이와 심장 박동
아토초(Attosecond)는 10의 마이너스 18승 초다. 1초를 10억 개로 쪼개고(나노초), 그걸 다시 10억 개로 한 번 더 쪼개야 나오는 지독하게 찰나의 시간이다. 1아토초가 얼마나 짧은 시간인지 체감해 보자. 우주가 탄생한 빅뱅부터 지금까지 138억 년 동안 흘러온 전체 시간을 딱 '1초'라고 압축해 보자. 그러면 1초의 심장 박동 한 번이 똑딱 하는 그 찰나가 바로 우주의 스케일에서 본 1아토초에 해당한다. 반대로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정도로 빠르지만, 1아토초 동안에는 빛조차 옴짝달싹 못 하고 고작 '물 분자 하나' 크기 정도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이토록 기괴하게 짧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면 물리 법칙의 일상적인 상식은 모조리 정지하고, 오직 미친 듯이 펄떡이는 전자들의 기괴한 춤사위만 또렷하게 남게 된다.
고차조파, 빛의 파도를 구겨 넣다
전자의 사진을 찍으려면 셔터(플래시)를 1아토초 동안만 번쩍! 하고 껐다 켜야 한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 인간이 만든 가장 짧은 레이저 펄스는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수준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빛의 파장(파도) 한 번이 출렁이는 데 걸리는 시간 자체가 펨토초였기 때문에, 파도 하나보다 더 짧은 빛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1987년, 앤 륄리에(Anne L'Huillier) 교수는 놀라운 현상을 발견했다. 강력한 적외선 레이저를 '불활성 기체(아르곤 가스)'에 미친 듯이 쏘았더니, 기체 안의 전자들이 레이저의 강력한 힘에 뜯겨 나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튕겨 돌아오면서 잉여 에너지를 엄청나게 높은 주파수의 빛(자외선)으로 토해낸 것이다. 마치 기타 줄을 세게 튕길 때 기본음 외에 고음의 화음(배음)이 섞여 나오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이를 '고차조파(High-harmonic generation)'라고 부른다.
파도를 겹쳐 찰나의 펄스를 만들다
륄리에가 발견한 이 여러 개의 고음(높은 주파수의 빛 파동)들을 절묘한 위상(타이밍)으로 겹쳐(간섭) 놓았더니 마법이 일어났다. 파도들이 서로 부딪혀 상쇄되다가, 특정한 찰나에만 거대한 한 줄기의 바늘 같은 뾰족한 파도로 합쳐져 번쩍 솟아오른 것이다!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와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는 이 원리를 이용해 2001년, 마침내 인류 역사상 최초로 250아토초, 650아토초 길이로 딱딱 끊어지는 '아토초 플래시(펄스)' 빔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인류가 빛을 칼질하여 원자 속을 들여다보는 궁극의 카메라 셔터를 벼려낸 순간이었다.
전자의 모습을 생중계하다, 아토초 과학의 응용
아토초 플래시를 터뜨리자 과학계는 뒤집어졌다. 과거에는 식물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할 때 에너지가 순식간에 전달되는 과정을 그저 '추측'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광합성 분자 속에서 전자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점프하는 찰나의 순간을 한 컷 한 컷 연속 촬영(동영상)으로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반도체 칩에 전기를 걸었을 때 전자가 장벽(밴드갭)을 뚫고 넘어가는 순간을 나노미터 단위로 추적하여 발열 없이 완벽한 초고속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피 한 방울에 섞여 있는 특정 암세포 분자의 미세한 전자 떨림을 아토초 레이저로 감지해 내어, 암 덩어리가 생기기도 전에 질병을 진단해 내는 기적의 의료 기기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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