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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초 빛, 인류의 성배: 2023 노벨 물리학상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

벌새는 1초에 80번 정도의 날갯짓을 한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으로는 벌새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볼 수 없고, 움직임이 뭉뚱그려져 흐릿한 잔상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하면 날갯짓 동작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나누어 포착할 수 있다. 이는 벌새가 한번 날갯짓을 하는 시간보다 더 짧은 노출시간으로, 즉 초고속 카메라의 경우 셔터를 열고 닫는 속력이 더 빠르도록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물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해당 사물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사진을 찍는 시간도 더 짧아져야 한다.


전자는 완전한 고립계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 1초에 10^18번 정도 진동한다. 전자가 한번 진동하는데는 아토초(10^-18초)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흔히 첨단기술하면 떠올리는 ‘나노’의 세계보다도 10^9배만큼 더 작고 빠른 세계가 바로 아토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원자 속 전자의 움직임을 사진으로 찍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짧은 시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야 하는데, 가시광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전자기파도 이렇게 빠르게 진동하지 못하기에 ‘원자의 순간’은 포착할 수 없었다.


적어도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아토초 펄스 빛 연구가 있기 전까지는 말이다.


날갯짓하는 벌새

레이저로 짧은 펄스 빛 만들기

빠르게 진동하는 빛인 짧은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 20세기 초부터 자주 쓰였던 방법은 레이저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레이저는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준말로, 외부에서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두 에너지 준위 차이만큼의 에너지를 가진 빛을 쪼여 주면 높은 에너지 준위의 전자가 낮은 에너지 준위로 떨어지면서 외부에서 쪼인 빛과 같은 방향과 위상의 빛을 내는 유도방출(Stimulated Emission)을 이용하여 빛을 증폭시키는 방식을 이용한다. 쉽게 생각하자면 투입한 빛이 원자를 지나면서 복사가 되는 것이다.


ND:YAG crystal을 이용한 레이저의 내부 구조 및 원리. Laser medium은 다른 물질로 교체될 수 있다.

위 그림의 레이저 내부 구조에서 알 수 있듯이, 레이저 속 빛은 특정 위상(요컨대 거울에 수직으로 입사하는 위상)의 빛이 두 거울을 계속해서 왕복하며 거울 사이의 Laser medium 속 원자에 의한 유도방출로 증폭된다. 그렇기에 레이저 안에서 증폭된 빛은 서로 어느 정도 결 맞은(coherent) 상태가 되고, 이것이 짧은 펄스 빛을 만드는데 재료로 쓰일 빛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이다.


레이저의 두 번째 특성은 레이저 내부 구조에서 여러 빛의 합성으로 만들어지는 빛이 마치 기타줄을 튕기면 나오는 모양처럼 기본적으로 투입된 파동 주파수의 정수 배 주파수를 가지는 조화파(overtone)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저 구조 속 Laser medium에는 수많은 원자가 있기에, 일반적인 레이저에서 결맞은 빛끼리 진동의 위상이 모두 일치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레이저 내부에서 빛이 서로 상쇄되지 않고 계속 증폭되기 위해서는 조화파 형태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며, 실제로 진동의 위상을 일치시켜주어 합성된 빛이 특정 주기로 세기가 강해지도록 하는 위상 잠금 기술(mode locking)로 조화파의 파장과 같은 파장을 가지는 짧은 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래 그림이 이를 설명하며, 조화파는 차수가 높아질수록 진동수가 커지기에 파장은 짧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조화파(overtone)의 모습. 아래로 내려갈수록 차수가 큰 조화파를 나타낸다.

레이저 속 빛의 합성을 통해 짧은 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

이런 방식을 이용해서 만든 짧은 펄스로는 분자의 형성 및 화학반응 과정을 볼 수 있을 정도의 펨토초(10^-15초) 단위 시간 분해능을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펨토 화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한 과학자들에게 1999년 노벨 화학상이 수상되기도 했을 정도로 이 역시 중요한 과학적 발전이었지만, 펨토초의 벽을 뚫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은 어떻게 이를 뚫어낸 것일까?


Anne L’Huillier, 고차조화파로 아토초 펄스의 가능성을 열다

앞서 보았듯이 짧은 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차수의 조화파를 만들어야 했다. 마치 긴 파장의 빛을 잘게 썰어서 한번 진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레이저 내에서는 아토초 단위로 진동하는 고차조화파를 만들지 못했는데, 2023 노벨 물리학상의 첫 번째 주인공인 Anne L’Huillier의 연구팀이 이를 처음으로 만들어내었다. 그 방법에 대한 단서는 1982년 Anne L’Huillier가 Kr 원자에 특정 주파수의 빛을 가했을 때 ‘비순차적 이중 이온화 현상(Non sequential double ionization)’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얻게 된다.


표현이 어렵지만, 이 현상은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본래 전자는 원자핵의 전기적 인력으로 인해 이온화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받지 않는 이상 원자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에너지적 장벽으로 막혀있는데(Coulomb barrier), 1979년 Pierre Agostini의 연구에 따르면 레이저와 같은 빛이 조사될 경우 빛이 가진 전기장의 영향으로 이 장벽이 기울어져서 전자가 에너지 장벽을 뚫고(Quantum tunneling) 나갈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빛은 진동하기 때문에, 즉 주기적으로 전기장의 방향이 반전되기 때문에 이렇게 장벽을 뚫고 나온 전자는 곧 반대로 힘을 받아 원자를 강하게 치고 지나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전자가 이온화되며 마치 이중으로 이온화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비순차적 이중 이온화 현상’이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 장벽을 뚫고 나온 전자가 빛의 전기장에 의해 다시 원자로 떨어지면서 에너지 장벽 내에서 전자가 원자핵과의 전기적 인력만으로 바닥상태로 떨어질 때보다 더 강한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공중으로 쏘아 올려진 공을 공중에서 잡아 중력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지면을 향해 내던지면 자유낙하할 때보다 더 큰 에너지로 공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에너지가 큰 빛은 진동수 역시 커지기에, 기체와 같은 원자들에 레이저를 쏘는 것은 아토초 펄스를 만드는데 큰 단서가 된 것이다.


레이저를 이용한 고차조화파 형성의 원리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Anne L’Huillier는 1987년 적외선을 이용하여 만든 고출력 펨토초 레이저를 18족 원소 기체들에 가하여 차수가 수백차에 달하는 고차조화파를 만들어내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Journal of Physics B에 출간하게 된다. 이는 아토초 펄스의 가능성을 연 연구로 평가받고 있으며 노벨상 위원회 역시 이를 Anne L’Huillier의 주요 업적 중 하나로 언급하기도 했다.


Pierre Agostini, 최초로 아토초 펄스를 측정하다

Anne L’Huillier의 연구는 고차조화파를 통해 아토초 펄스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지만, 고차조화파 자체가 레이저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정말 이것이 결맞음성을 가지는지, 레이저에서의 위상 잠금 기술처럼 위상을 서로 맞추어 펄스로써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했다. 결맞음성은 쉽게 입증되었지만, 고차조화파의 위상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가 큰 난관이었다.


이를 해결하고 아토초 펄스를 실제로 측정했음을 입증한 사람이 Pierre Agostini이다. 그는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와 전자가 서로 간섭하여 무늬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서로 다른 차수의 고차조화파가 원자에 조사되면 만들어지는 서로 다른 에너지의 광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양자 간섭 효과를 측정하여 그 위상차를 측정하였다. 예를 들자면 17차 조화파가 튕겨내어 만들어진 광전자와 15차 조화파가 튕겨내어 만들어진 광전자의 에너지는 본래 다르지만, 각각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서로 양자 간섭 효과를 일으켜 새로운 에너지 상태를 만들어내고, 이를 측정하면 두 조화파의 위상이 어떻게 정렬되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래 그림이 Pierre Agostini가 위상차 측정에 사용한 실제 실험 장치 RABBIT (Reconstruction of Attosecond Beating By Interference of Two-photon transitions)의 구조이다. 먼저 적외선 대역의 빛을 두 갈래로 나누어 한 갈래는 기체에 조사하여 다양한 차수의 고차조화파(그림에는 XUV로 표현됨)를 만들고, 다른 갈래는 만들어진 고차조화파에 조사되어 양자 간섭 효과를 일으킨 후 MBES로 표시된 장치에서 광전자의 에너지를 찍는 방식이다. Pierre Agostini는 이 방법으로 조금의 위상차가 있던 고차조화파를 위상 정렬(복원)하였을 때의 펄스폭이 실제로 250아토초임을 측정해낸 논문을 2001년 Science에 출간하면서 아토초 펄스를 최초로 관측한 업적을 세웠다.


RABBIT의 구조

Ferenc Krausz,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어 잠재성을 입증하다

이전 연구자들로부터 아토초 펄스가 정말 만들어질 수 있음이 입증되었지만, 실제로 전자가 움직이는 ‘원자의 순간’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아토초 펄스를 조사하는 것이 아닌 아토초 펄스를 조사하는 횟수를 조절할 수 있어야 했기에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해내고 이것을 이용하여 실제로 Ne 원자의 2s, 2p 오비탈 속 전자가 실제로 아토초 단위의 시간차를 두고 이온화됨을 측정해낸 사람이 Ferenc Krausz이다.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기 위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원자에 조사되는 레이저의 반주기마다 아토초 펄스가 나오므로, 레이저 펄스의 진동횟수가 적도록 만들어서, 즉 레이저 펄스를 짧게 만들어서 아토초 펄스의 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레이저가 어떤 절대 위상을 가지는지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절대위상이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기준점에 대해 레이저가 사인(sin) 형태로 진동하느냐 코사인(cos) 형태로 진동하느냐를 의미하는데, 절대위상이 달라진다면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같은 펄스폭과 파장에서도 서로 다른 개수의 아토초 펄스가 나올 수 있기에 아토초 펄스 개수를 조절하여 단일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를 해결해야 했다.


절대위상이 다를 경우 가능한 2가지 아토초 펄스 생성 과정. 파란색 절대위상의 경우 1개, 빨간색 절대위상의 경우 2개의 아토초 펄스가 나온다.

Ferenc Krausz는 2005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테오도어 볼프강 헨슈의 레이저 주파수 안정화 기술 연구를 바탕으로 함께 협력하여 절대 위상을 고정시켜서 단일 아토초 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2003년 Nature에 출간하였다. 뿐만 아니라 Ne 원자에 단일 아토초 펄스와 레이저를 조사하여 실제로 2p 오비탈과 2s 오비탈에서 전자가 나오는 시간 차가 20아토초임을 측정해내었다. 이후 Anne L’Huillier의 추가 연구로 더 높은 에너지 해상도로 측정할 경우 그 시간 간격이 3아토초임을 밝혀져 실제 값과 조금의 차이가 있음이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실제로 전자의 움직임을 단일 아토초 펄스로 찍어낸 것은 그저 가능성에 불과했던 아토초 펄스의 응용성을 현실로 만든 첫번째 사례로서의 의미가 있다.


아토초 펄스 빛, 새로운 세계를 열다

아토초 펄스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분자 내에서 전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게 되면서 아토초 빛으로 포착할 수 있는 분자별로 고유한 신호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면 의학, 화학 등 수많은 실용적인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된 것에는 그 자체보다 더 큰 의미를 내포한다. 인류가 발견한 거의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많은 경우 원자와 원자는 전자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한다. 전자의 찰나를 측정해낼 수 있다는 것은 전자를 하나하나 컨트롤할 수 있게 될 가능성으로 한걸음 다가간 것이며, 이는 인간이 물질을 다루는 능력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기에 인류가 세상을 이해하는 정도와 인류의 기술력 자체를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잠재성을 가진다. 마치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디며 우주 개척의 시대를 열었듯, 아토초 펄스는 원자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인류의 새로운 눈이 되어주며 원자 세계 개척의 시대를 여는 셈이다.


하지만 그 잠재성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창의적 도전과 응용에 관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거인이 이루어낸 아토초 빛이라는 성배가 인류를 다음 단계의 문명으로 이끌지, 혹은 역사 속에서 잊혀질지는 전적으로 인류의 앞으로의 태도와 노력에 달려 있다. 아이작 뉴턴처럼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는 사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멀리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벽 학생기자 | Physics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Scientific Background to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3’

[2]    M. Ferray et al., Multiple-harmonic conversion of 1064nm radiation in rare gases, J. Phys. B: At. Mol. Opt. Phys. 21, L31 (1988)

[3]    P. M. Paul et al., Observation of a Train of Attosecond Pulses from High Harmonic Generation, Science 292, 1689-1692 (2001)

M. Schultze et al., ‘Delay in Photoemission’, Science328, 1658-1662 (2010)


첨부 이미지 출처

[1]    The Nobel Prize,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3’, https://www.nobelprize.org/prizes/physics/2023/summary/

[2]    Pixabay, https://pixabay.com/

[3, 4]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

[5]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3_Popular Science Background’

[6, 7]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Scientific Background to the Nobel Prize in Physics 2023’

[8] A. Baltuška, et al., ‘Attosecond control of electronic processes by intense light fields’, Nature 421, 611-615 (2003)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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