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시인 꿈꾸던 자퇴생 난제를 풀다

고교 자퇴생에서 시인을 꿈꾸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거머쥔 허준이 교수의 드라마틱한 삶과 그가 풀어낸 조합론 난제의 수학적 의미를 조명한다.

편집부 · 2024년 11월 18일 · 읽는 데 4분

복잡한 기하학적 그래프가 배경에 떠 있고 빛나는 황금색 필즈상을 들고 있는 젊은 한국 수학자의 초상화
복잡한 기하학적 그래프가 배경에 떠 있고 빛나는 황금색 필즈상을 들고 있는 젊은 한국 수학자의 초상화

2022년 7월, 대한민국 수학계의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4년에 한 번 만 40세 미만의 천재에게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에 한국계 수학자 허준이(June Huh) 교수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 세계적인 수학 천재의 과거 이력이다. 그는 어린 시절 구구단을 힘들어했고 수학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규격화된 입시 공부에 숨이 막혀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시인이 되겠다며 펜을 들었던 몽상가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길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한 노벨상급 수학자의 강의를 듣고 뒤늦게 수학의 우주에 눈을 떴다. 늦깎이 수포자에서 시작해 50년 동안 전 세계 엘리트 수학자들이 쩔쩔매던 수학 난제 11개를 줄줄이 박살 내며 21세기 수학의 지형도를 바꿔버린 남자, '자퇴생 허준이'의 기적 같은 삶과 그가 발견한 아름다운 수학 공식의 비밀을 살펴보자.

헤이스케 히로나카와의 운명적 만남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지만 수학 전공과목에서 F 폭격을 맞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허준이는 대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인생을 바꿀 멘토를 만난다.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일본의 전설적인 수학자 헤이스케 히로나카 석좌교수가 서울대 초빙교수로 온 것이다. 시에 빠져 있던 허준이는 히로나카 교수의 수학 강의에서 수식이 아니라 '언어의 예술'을 발견했다. 히로나카 교수는 점, 선, 면을 다루는 '기하학'과 방정식을 다루는 '대수학'이라는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넘나들며 복잡한 문제를 풀어냈고, 그 거대한 스케일에 매료된 허준이는 히로나카 교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수학의 본질을 스펀지처럼 흡수하기 시작했다. 시인의 몽상가적 기질이 칠판 위의 논리와 결합하여 수학이라는 완벽한 언어로 개화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리드 추측, 대수학과 기하학의 융합

허준이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첫 번째 사건은 1968년에 제기되어 40년 넘게 미해결로 남아있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을 풀어낸 것이다. 이 추측은 '조합론(점과 선을 잇는 경우의 수)'에 관한 문제였다. 지도의 국가들에 색깔을 칠할 때 서로 인접한 국가끼리는 다른 색을 칠하는 경우의 수를 다항식으로 만들면, 그 계수(숫자)들이 점점 커지다가 어느 순간 뚝 떨어지는 완벽한 언덕 모양(산 모양)을 이룬다는 가설이었다. 직관적으로는 당연해 보였지만, 무한대의 경우의 수에 대해 이를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수학자들은 오직 조합론의 영역 안에서 쩔쩔맸지만, 허준이는 달랐다. 그는 엉뚱하게도 다차원의 입체 도형을 다루는 '대수기하학'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무기를 끌고 들어왔다. 예술적 수학 개념, 시 단어가 수학 기호 및 복잡한 대수 방정식으로 변환되는 것을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비주얼

두 세계를 연결하는 수학의 마법사

대수기하학에서는 복잡한 입체 도형을 깎고 변형하다 보면 숫자들이 완벽한 산 모양(로그 오목성)을 이룬다는 강력한 법칙(호지 이론)이 존재했다. 허준이는 조합론의 2차원 평면 그래프 문제(리드 추측)를 대수기하학의 다차원 도형으로 마법처럼 변형시켜(매핑) 대입해 버렸다. 그러자 40년 동안 막혀있던 수학적 안개가 순식간에 걷히며 완벽한 증명이 튀어나왔다. 이것은 마치 한국어로 쓰인 낡은 문서를 도무지 해독할 수 없었는데, 프랑스어 사전을 가져와 번역했더니 단 10분 만에 완벽한 뜻이 풀린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이후 그는 이 독창적인 '기하학적 조합론'의 칼을 쥐고 로타 추측 등 난공불락의 조합론 난제 11개를 줄줄이 박살 내버렸다. 수학의 전혀 다른 두 영토를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를 건설한 셈이다.

수학은 차가운 논리가 아닌 예술적 직관

허준이 교수는 수학을 미친 듯이 연필을 굴리며 계산하는 막노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하루에 연구하는 시간이 3~4시간에 불과하며, 나머지 시간은 산책을 하고 멍을 때리거나 아이와 논다. 그에게 수학은 압도적으로 복잡한 무질서 속에서 아름다운 대칭성과 패턴을 찾아내는 직관의 예술이다. 과거 시를 쓰며 단어와 문맥 사이의 숨겨진 은유를 찾으려 발버둥 쳤던 그 치열한 방황의 훈련이, 훗날 아무도 엮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질적인 두 수학 이론(조합론과 기하학)을 꿰뚫어 보는 위대한 통찰력으로 폭발한 것이다. ![수십 년 된 수학 문제를 풀며 완벽한 언덕 모양의 곡선(로그 오목성)을 보여주는 점과 선의 빛나는 수학적 그래프](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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