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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꿈꾸던 자퇴생..난제를 풀다

“시인 꿈꾸던 자퇴생..난제를 풀다”

2022년 7월 5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 20분. 2022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국제수학연맹(IMU)가 필란드 헬싱키 알토 대학교에서 열었던 시상식에서 허준이 교수가 영예의 수상을 받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한국계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다. 허 교수는 이날 ‘동료들을 대표해서 제가 수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생각나네요” 라고 말하며, “젊은 수학자들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결과들을 많이 만들어 내고 있고, 제가 낸 연구 결과는 아주 일부분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일들은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필즈상 메달을 들고 있는 허준이 교수

“필즈상이란 무엇인가?”

아직까지 필즈상이라 하면 “필즈상? 그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필즈상은 세계수학자대회에서 4년마다 수여하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필즈상에 대해 더 알아보자.

매년 12월 10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던 과학자 노벨의 기일에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스웨덴 국왕이 직접 노벨상을 수여한다.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은 들어봤어도 ‘노벨 수학상’ 수상자를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노벨상을 설립한 노벨은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군사용으로 쓰이는 것에 회의를 느껴, 재산의 94%를 기부해 상금으로 주도록 했다. 노벨은 이 상을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라고 했기 때문에 노벨상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일부 수학자들은 “노벨과 라이벌이었던 수학자 예스타 미타그레플레르가 노벨의 부인과 바람을 폈다”라거나 “노벨과 미타그레플레르 사이가 좋지 않았다”라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필즈상은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적 단합의 상징으로 제정되었다. 국제 수학연맹이 1920년 설립되었을 때, 종전 동맹국 출신 수학자의 가입이 금지되었었다. 이후, 후보자를 차별하지 말고 미래의 가능성을 중시하자는 캐나다의 수학자인 존 필즈의 원칙에 따라 모든 국가의 수학자들이게 상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즈상의 위치는 1965년 전까지 위치가 굉장히 낮았다고 한다. 1950년대 수상자 두 명은 수상 직전까지 필즈상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였다고 한다. 필즈상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일은 우연이었는데, 베트남전 당시, 반전 활동을 했던 스티븐 스메일 미국 UC버클리 수학자 교수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수학자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때, 언론에서는 그가 공산주의라고 의심했고, 그의 동료들이 이 소문에 “노벨상에 필적하는 상을 받으러 외국에 나간 것이다”라고 답했다. 과장된 말이었지만 이 말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스메일 교수에 대한 소문은 사라지게 되었다. 노벨상과 필즈상의 억지 인연은 냉전의 산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고등학교 중퇴자, 필즈상 수상자가 되기까지”

허준이 교수(본명: June Huh)의 국적은 미국인지만,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수상자 목록에 한국인은 물론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한국계 수학자도 없었기 때문에 허준이 교수가 수상을 한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는 현재 프린스터대 수학과 교수이자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를 맡고 있다.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은 허준이 교수는 재미있게도 수학계 최고 권위의 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엔 별로 수학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풀게 한 수학 문제집의 답을 전부 답안지를 베껴 써놓는가 하면, 들켜서 답지를 뺏긴 후에도 동네 서점에서 같은 문제집의 답안지를 베낀 적도 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때,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가 볼까 싶어서 상담을 하자, 선생님으로부터 ‘지금 (수학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결국 일반고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입시와 수능에 집중하는 학교 시스템 적응도 쉽지 않았다. 결국, ‘시가 쓰고 싶다’라는 이유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고 한다. 좋아하는 시인은 기형도였다고 한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어 서울대학교 물리학부로 진학하게 된다. 그러다 학부 4학년 시절, 우연히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이자 책 <학문의 즐거움>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하버드 대학교의 명예교수였던 헤이스케의 강연을 듣고 수학에 매료된다. 결국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수리학과 석사 과정을 밟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히로나카 헤이스케 역시 소년 시절, 수학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다고 한다.

2012년, 늦은 시작 이후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45년 동안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풀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이후, 난제를 총 11개나 해결하며 2022년 필즈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허준이 교수는 어떻게 난제를 풀었을까?”

허준이 교수는 다른 수학자들과는 다리 여러 수학 분야를 통합한 방법을 이용해 난제들을 풀었다. 대표적으로, 리드 추측은 조합론 문제이지만,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 방법으로 해결했다. 대수 가하 분야의 연구 결과와 아이디어를 활용해 조합수학 분야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일종의 ‘융합’ 연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허준이 교수는 박사 1년 차일 때 이미 세 개의 난제를 풀었는데, 그 중 ‘매트로이드 추측’은 ‘리드의 추측’과 ‘웰시의 추측’보다 더 강한 추측이라고 한다. 이때 ‘리드의 추측’과 ‘웰시의 추측’은 특수한 경우에서만 증명을 했다. 이후 미시간대 대학원생으로 학교를 옮기고 미국의 오하이오 주립대,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 등 여러 사람들과 공동 연구를 했다. 결국 2012년, ‘리드 추측’을 풀게 되고, 2015년, ‘로타의 추측’ 및 ‘웰시 추측’ 전체를 해결하고, 여기에 더해 ‘메이슨의 추측’도 해결한다.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 이후, 자신의 연구 방법에 대해서 “우연히 조합론과 대수학, 기하학 중간 어디선가 연구를 진행한 덕분에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다”며 “이번 수상이 세상은 다양한 방식의 통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들과 함께한 허준이 교수

“허준이 교수는 정말 수포자였을까?”

허준이 교수의 수상 이후, 국내 언론은 일제히 그가 어린 시절 ‘수포자’였던 기사를 쏟아냈다. 지금까지도 인터넷에 허준이 교수의 이름을 검색하면 수학적 업적보다는 어린 시절이나 생애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허 교수는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달 허 교수의 수상 소식에 허 교수를 ‘수포자’라고 칭한 언론 보도는 약 100건에 달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수포자 출신이 필즈상 수상’과 같은 자극적인 기사를 냈다. 동아 사이언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허 교수 본인이 수포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고 한다. 허 교수 본인은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 외우는 것을 힘들어했다고 답했더니 기사 제목이 그렇게 되었다”라며 “초,중학교 시절에는 아니었지만 고교 시절에는 수학을 재미있어 했고, 성적도 중간 이상이어서 수포자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의 연구 비결은?”

허준이 교수는 시상식 다음날,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으로 만나게 되었다. 허준이 고수는 그동안 남긴 수학적 성과 가운데 기억에 남는 연구에 대해서는 “열 손가락 가운데 어느 손가락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힘든 것처럼, 제가 한 연구 모두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연구마다 공동연구자들이 있었는데, 함께 하는 그 과정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었다”고 한다. 초,중,고교 때 다양한 친구들과 한 반에 4-50명씩 모여 종일 생활을 같이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지금의 본인으로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되었다고 한다.

허준이 교수는 하루에 딱 4시간 정도만 연구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청소를 하며 다음날을 준비한다고 한다. 평소에 수학 문제를 풀거나 살아오면서 작은 수첩을 갖고 다니며 어려웠던 점들을 정리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적어놓는다고 한다.


필즈상 수상 후 입국해 아들과 만난 허준이 교수

 

김아리 | Mathematics & Computer Sci. | 에세이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

[2]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49923.html

[3] https://www.elle.co.kr/article/67808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m.nongmin.com/upload/bbs/202207/20220714111319024/20220714111319024.jpg

[2] 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2/07/08/114355929.2.jpg

[3] https://www.ibs.re.kr/dext5data/2022/07/20220706_160819969_59847.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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