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로 지구온도를 막는다고
성층권에 화학 입자를 뿌려 햇빛을 우주로 반사시켜 지구 온난화를 막는 급진적인 지구공학(Geoengineering)의 원리와 그 이면에 숨겨진 기후 재앙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편집부 · 2021년 12월 18일 · 읽는 데 4분
인류가 뿜어낸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담요 역할을 하며 온도를 미친 듯이 끌어올리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곳곳에서 살인적인 폭염과 산불이 터지고 있지만, 화석 연료의 달콤함에 중독된 인류는 도무지 탄소 배출량을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탄소를 줄일 수 없다면, 아예 태양 빛이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안 될까?"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 오만하고도 급진적인 아이디어에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비행기를 띄워 높은 하늘에 거대한 반사경(에어로졸 거울)을 뿌려 햇빛을 우주로 튕겨내겠다는 이른바 '지구공학(Geoengineering)' 혹은 '태양 복사 관리(SRM)' 기술이다. 단숨에 지구의 열을 식혀줄 마법의 스프레이처럼 보이지만, 자칫 인류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기후 조작의 물리학과 그 끔찍한 부작용을 파헤쳐 보자.
화산 폭발이 가르쳐준 자연의 냉각기
과학자들이 하늘에 스프레이를 뿌리겠다는 발상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때 무려 2천만 톤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SO2) 가스가 뿜어져 나와 비구름이 닿지 않는 하늘 높이 '성층권'까지 치솟아 올랐다. 이 화산 가스들은 성층권에서 미세한 먼지 알갱이(황산염 에어로졸)로 변해 지구 전체를 두꺼운 막처럼 감쌌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 먼지 막이 태양 빛을 거울처럼 튕겨내면서 약 2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이 0.5도나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과학자들은 무릎을 쳤다. "우리가 비행기나 기구를 띄워 성층권에 이산화황 가스를 인공적으로 살짝만 뿌려준다면, 피나투보 화산 폭발 때처럼 순식간에 지구의 온도를 억지로 식힐 수 있지 않을까?"
성층권 에어로졸 분사 기술(SAI)의 메커니즘
이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 '성층권 에어로졸 분사(SAI)' 기술이다. 고도 20km 밖의 성층권에 특수 비행기나 거대한 풍선을 띄워 황산 미립자나 탄산칼슘 가루를 스프레이처럼 미세하게 뿌린다. 대류권에 뿌리면 비와 섞여 금방 씻겨 내려오지만, 구름 위 성층권은 날씨 변화가 없고 기류가 안정적이어서 한 번 뿌려두면 미립자들이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둥둥 떠다니며 지구를 감싸는 인공 양산을 펼치게 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매년 수백만 톤의 입자만 꾸준히 흩뿌려 주면 지구 전체의 기온을 1~2도 낮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우며, 비용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돈의 10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법처럼 가성비가 좋은 기후 해결책이 등장한 것이다.
파괴되는 오존층과 산성비의 저주
하지만 지구의 온도계만 강제로 낮추려는 이 기술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랐다. 성층권에 뿌려진 이산화황 입자들은 염화불화탄소(프레온 가스)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을 맹렬하게 파괴해 버린다. 지구가 시원해지는 대신 인간은 쏟아지는 자외선을 맞고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폭증한다. 게다가 하늘에 떠 있던 유황 가루가 중력에 의해 아주 서서히 대류권으로 내려와 구름에 섞이면, 그것은 곧바로 치명적인 '산성비(황산 비)'가 되어 지구 전역의 숲을 말려 죽이고 토양을 썩게 만든다. 기온을 낮추기 위해 생태계 전체를 황산 수프에 담그는 꼴이다.
멈추는 순간 지옥이 열린다, 종료 충격
가장 소름 돋는 부작용은 '종료 충격(Termination Shock)'이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는 줄이지 않고 하늘에 거울만 덧대어 온도를 억제하고 있다가, 전쟁이나 경제 위기가 터져 스프레이를 뿌리는 비행기 운영을 1년이라도 갑자기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인공 양산이 걷히는 순간, 그동안 대기 중에 미친 듯이 쌓여있던 억눌린 이산화탄소의 열매가 한꺼번에 폭발한다. 100년에 걸쳐 서서히 오를 지구 온도가 불과 3~4년 만에 미친 듯이 치솟아 올라 기후 시스템 전체가 붕괴(터보 온난화)하고, 인류와 동식물은 적응할 틈도 없이 말 그대로 타죽게 될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영원히 비행기를 띄워야만 하는 끔찍한 생존의 노예 계약인 셈이다. ![어두운 우주로 빛나는 황금빛 햇빛을 반사하는 미세한 유황 입자의 줌 인 뷰, 추상 물리학](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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