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슈퍼 효소 플라스틱 분해 가속

수백 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분해 시간을 며칠로 단축시키는 돌연변이 미생물 '페타아제'와 두 효소를 결합한 '슈퍼 효소'의 생화학적 혁명을 조명한다.

편집부 · 2022년 4월 1일 · 읽는 데 4분

생물학적 해결책, 단단한 플라스틱 병 구조를 갉아먹고 무해한 떠다니는 분자로 바꾸는 빛나는 미세한 효소 팩맨
생물학적 해결책, 단단한 플라스틱 병 구조를 갉아먹고 무해한 떠다니는 분자로 바꾸는 빛나는 미세한 효소 팩맨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자 가장 끔찍한 재앙, 바로 플라스틱이다. 페트병 하나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려면 자그마치 400년이 걸린다. 지구상의 모든 바다와 땅이 썩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질식해 가는 가운데, 인류는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불태우는(소각) 원시적인 방법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데 2016년, 일본의 한 쓰레기 매립지 진흙탕 속에서 과학계의 상식을 뒤엎는 기적 같은 미생물이 발견되었다. 이 박테리아는 놀랍게도 썩지 않는 페트(PET) 플라스틱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영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자연계에 존재할 리 없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돌연변이 효소'가 탄생한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이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고 합성하여, 수백 년 걸리는 플라스틱 분해 시간을 단 며칠로 줄여버리는 '슈퍼 효소(Super Enzyme)'를 만들어냈다. 화학의 쓰레기를 생물학의 가위로 잘라내는 이 경이로운 플라스틱 재활용 혁명의 최전선으로 가보자.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 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

플라스틱(PET)은 탄소 원자들이 엄청나게 길고 튼튼하게 엮인 고분자 사슬이다. 자연계의 곰팡이나 세균들은 이 질긴 사슬을 끊어낼 가위(효소)를 갖고 있지 않아 플라스틱이 썩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쓰레기장에서 발견된 박테리아(이데오넬라 사카이엔시스)는 PET 플라스틱 표면에 달라붙어 '페타아제(PETase)'라는 기가 막힌 효소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 효소는 플라스틱의 단단한 사슬 구조에 찰싹 달라붙은 뒤, 화학 결합 부위를 뚝뚝 끊어서 짧은 조각(MHET)으로 쪼개버렸다. 그리고 두 번째 효소(MHETase)를 분비해 이 조각들을 물과 이산화탄소처럼 완전히 무해한 기본 원재료 상태로 완벽하게 녹여내어 자신의 먹이로 삼았다. 자연이 인간이 만든 최악의 쓰레기에 적응하여 불과 70년 만에 새로운 진화의 무기를 만들어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영국 연구진의 실수, 효소의 각성

페타아제의 발견은 대단했지만 단점이 있었다. 플라스틱을 먹어 치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전 세계 쓰레기 산을 치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영국 포츠머스 대학 연구진은 이 효소의 분자 구조(3D 모양)를 정밀하게 살펴보다가 더 빠르고 강한 효소로 개조해 보기로 했다. 그들은 단백질의 뼈대에 강력한 X선을 쏘며 아미노산 서열을 미세하게 이리저리 바꿔보는 유전자 조작 실험을 했다. 그런데 실험 도중 뜻밖의 우연(실수)으로 단백질 구조가 확 틀어졌는데, 놀랍게도 이 우연히 만들어진 돌연변이 효소가 원래 자연의 박테리아보다 플라스틱을 무려 20%나 더 빨리 녹여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인간의 유전공학이 자연의 진화 속도를 강제로 앞당겨 버린 것이다. 화학 반응,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에 빛나는 슈퍼 효소 액체를 떨어뜨리고 그것이 즉시 용해되기 시작합니다

두 가위를 묶다, 슈퍼 효소의 탄생

하지만 과학자들은 20%의 속도 향상에 만족하지 못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려면 첫 번째 가위(PETase)가 큼직하게 자른 플라스틱 조각을, 두 번째 가위(MHETase)가 잘게 부수어야만 반응이 끝난다. 원래 박테리아는 이 두 효소를 따로따로 허공(물속)에 뿜어냈기 때문에, 두 효소가 서로를 찾아 만나서 일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과학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유전자 편집 가위(CRISPR)를 이용해 이 두 효소의 DNA를 하나로 묶어(결합), 아예 몸이 하나로 붙어버린 '쌍두마차 효소(키메라 단백질)'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융합된 '슈퍼 효소'를 플라스틱에 뿌리자, 첫 번째 효소가 자른 조각을 두 번째 효소가 1초의 틈도 없이 곧바로 낚아채어 부숴버렸다. 분해 속도는 기존보다 무려 6배나 미친 듯이 빨라졌고, 불과 며칠 만에 딱딱한 페트병이 흐물흐물한 죽으로 녹아내렸다.

무한 재활용, 순환 경제의 마법

슈퍼 효소의 위대함은 단순히 쓰레기를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에 플라스틱을 불에 태우거나 녹여서 재활용하면, 열을 받을 때마다 플라스틱의 품질(결합력)이 뚝뚝 떨어져 결국 거무튀튀한 쓰레기통이나 노끈으로밖에 쓰지 못했다(다운사이클링). 하지만 슈퍼 효소는 플라스틱을 열로 녹이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완전히 분해하여 순수한 원재료(TPA, EG)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려 놓는다. 이렇게 효소가 녹여낸 원재료를 다시 뭉치면, 100번을 재활용해도 갓 뽑아낸 새 페트병처럼 투명하고 질긴 완벽한 플라스틱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업사이클링). 석유를 파내어 플라스틱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는 궁극의 무한 순환 시스템이 열리는 것이다. ![빛나는 녹색 생물학적 촉매 흐름을 통해 오염된 플라스틱 바다가 깨끗한 생태계로 변모하는 분할 환경](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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