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쉿 이건 고양이의 비밀이야

고양이의 까끌까끌한 혀가 가진 그루밍의 과학적 원리와, 캄캄한 밤에도 사냥을 가능하게 하는 반사막(타페텀)의 생물학적 비밀을 탐구한다.

편집부 · 2023년 10월 23일 · 읽는 데 4분

생물학적 적응, 빛나는 녹색 빛을 반사하는 빛나는 타페텀 루시덤을 보여주는 어둠 속 고양이 눈의 빛나는 줌 인 뷰
생물학적 적응, 빛나는 녹색 빛을 반사하는 빛나는 타페텀 루시덤을 보여주는 어둠 속 고양이 눈의 빛나는 줌 인 뷰

인간과 수천 년을 함께 살아온 고양이는 개와 달리 야생의 본능과 생물학적 비밀을 여전히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매혹적인 포유류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사뿐히 착지하고, 어둠 속에서도 귀신같이 장애물을 피하며, 하루 종일 자신의 몸을 핥아대는 고양이의 일상적인 행동들 뒤에는 놀랍도록 정교한 진화의 생체 공학이 숨어 있다. 고양이는 귀여운 반려동물이자, 생존을 위해 몸을 완벽하게 튜닝한 자연계의 완벽한 킬러(포식자) 머신이다. 혓바닥에 숨겨진 천연 에어컨부터 망막 뒤에 숨겨진 야간 투시경까지, 우리가 몰랐던 고양이 몸속의 기발한 생물학적 비밀들을 과학의 돋보기로 살며시 들여다보자.

까끌까끌한 혓바닥의 마법, 파필라

고양이가 손등을 핥을 때 사포로 문지르는 것처럼 까칠까칠한 이유는 혓바닥에 수백 개의 미세한 가시(유두, Papillae)가 돋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과학자들은 이 가시들이 그저 뼈에 붙은 고기를 발라먹기 위한 줄칼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고속 카메라와 CT 촬영으로 혀를 분석한 결과, 이 가시들의 진짜 목적은 털을 빗는 '첨단 스마트 빗'이었다. 이 가시들은 끝이 U자 모양으로 텅 비어 있는 파이프(빨대) 구조다. 고양이가 침을 삼키면 혀의 가시 속 빈 공간으로 침이 쏙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혀로 털을 빗어내리면, 가시들이 털의 겉면을 뚫고 피부 깊숙한 곳까지 닿아 가시 속에 머금고 있던 침을 피부에 직접 묻혀준다. 겉털만 적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속까지 물을 배달해 주는 완벽한 자동 분무기인 셈이다.

침이 마르며 체온을 식히는 천연 에어컨

이 정교한 침 배달 시스템(그루밍)은 고양이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고양이는 땀샘이 발바닥에만 아주 조금 있어서 개처럼 헥헥거리며 체온을 떨어뜨리지 못한다. 대신 혀로 피부에 묻혀놓은 침이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는 현상(기화열)을 이용해 체온을 식힌다. 하루에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털을 핥는 데 쓰는 이유는 깔끔을 떠는 것을 넘어, 열사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생체 에어컨을 죽어라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루밍은 털에 묻은 자신의 체취(사냥꾼의 냄새)를 지워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는 완벽한 화학적 위장술이기도 하다. 고양이 혀의 매우 상세한 미세한 뷰로, 첨단 빗처럼 기능하며 침으로 덮인 날카롭게 구부러진 유두를 보여줍니다

어둠을 가르는 반사막, 타페텀

캄캄한 밤, 자동차 불빛에 비친 고양이의 눈은 무섭도록 번쩍거린다. 고양이의 눈(망막) 뒤쪽에는 인간에게는 없는 아주 특별한 거울 막이 하나 더 깔려 있는데, 이를 '타페텀(Tapetum lucidum, 휘판)'이라고 부른다. 달빛 한 줄기 없는 밤, 눈으로 들어온 아주 미세한 빛은 망막의 시신경을 한 번 자극하고 지나간 뒤, 뒤쪽에 있는 거울(타페텀)에 부딪혀 다시 앞으로 튕겨 나간다. 튕겨 나간 빛은 시신경을 두 번 연속으로 자극하게 된다. 들어온 빛을 재활용하여 밝기를 두 배로 증폭시키는 완벽한 '야간 투시경' 생물학이다. 이 타페텀 덕분에 고양이는 인간보다 무려 6배나 어두운 곳에서도 쥐가 지나가는 윤곽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밖에서 불빛을 비출 때 고양이 눈이 야광처럼 빛나는 이유도 바로 이 거울이 빛을 역주행시켜 반사하기 때문이다.

근접 레이더 장치, 수염의 위력

고양이의 수염은 일반 털이 아니라 몸의 밸런스를 잡고 공간을 지각하는 초정밀 '레이더 안테나(감각모)'다. 수염의 뿌리에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기류)까지 감지해 내는 신경 세포들이 빽빽하게 뭉쳐 있다. 캄캄한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 고양이는 벽이나 장애물에 튕겨서 돌아오는 아주 미세한 공기의 파동을 수염으로 감지하여 장애물의 위치와 골목의 폭을 정확히 파악한다. "이 구멍이 내 몸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가?"를 수염의 끝부분이 닿는 감각으로 1초 만에 계산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수염을 장난으로 자르면 고양이는 방향 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며 걷거나 장애물에 머리를 박는 심각한 공황 상태에 빠진다. 파란색 격자선으로 주변 환경을 매핑하는 빛나는 감각 수염을 강조하는 고양이 해부학의 초현실적인 다이어그램

남은 과제

공학자들은 고양이 혀의 U자형 가시 구조(파필라)를 흉내 내어, 머리카락이 절대 엉키지 않고 두피에 약물을 부드럽게 발라주는 인공 빗과 로봇 팔을 개발하고 있다. 자연의 38억 년 진화가 만들어낸 생체 디자인(생체 모방 공학)은 인간이 발명한 어떤 기계보다 우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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