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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바스러지지만 총알도 막아내는 유리 조각의 비밀

9월 12 업데이트됨

유리는 투명한 성질 때문에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조금만 세게 쳐도 깨진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죠.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 더 비싸지만 강화유리나 방탄유리 등을 제작해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강화유리나 방탄유리처럼 유리에 특수 처리를 하지 않고 단순히 녹인 유리를 물에 담그는 것 만으로도 총알을 버티는 내구성을 가진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우선 아래의 클립을 보시면 아무런 특수 처리를 하지 않은 작은 유리 조각이 총알을 튕겨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총알을 막는 모습


*꼬리 부분을 흔들었을 때 깨지는 모습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요? 더 놀라운 점은 이 단단해보이는 유리가 총알을 받아낸 부분의 반대쪽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미세한 조각들로 깨진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순적으로 보이는 유리 조각은 ‘루퍼트 왕자의 눈물(Prince Rupert’s Drop)’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원래 17세기에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잉글랜드에서 루퍼트 왕자가 이를 가져와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것은 영국의 왕립 학회에서도 활발히 연구되었으며, 당시에 정확한 원리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다른 특수 유리를 제조하는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흥미로운 물리적 현상은 20세기와 21세기에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직관적이지 않은 현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의 특성

루퍼트 왕자의 눈물은 상당히 쉬운 과정을 통해서 제조됩니다. 그저 녹인 유리를 물에 떨어뜨리면 유리가 식으면서 올챙이 모양의 유리 조각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머리 부분은 대략 0.5 ~ 1.5 cm의 크기를 가지고, 꼬리 부분은 대략 0.5 ~ 3.0 mm의 크기를 가집니다. 이렇게 작은 유리 조각일 뿐이지만, 망치로 내려쳐도, 총알로 쏴도 버틸 수 있는 머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머리 부분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압력을 실험해 보았을 때는 약 15,000 N, 거의 차량 한 대가 위에서 버티는 듯한 힘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꼬리 부분을 손가락으로 살짝만 비틀어도 충격이 유리 전체로 퍼지면서 조각이 완전히 작은 조각으로 순식간에 분해되는 것을 위의 그림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서 탐구한 과학자 중에는 대표적으로 로버트 훅과 S. 찬드라세카르, M. M. 초우드리 등 아주 많다. 우선 훅의 법칙으로도 유명한 로버트 훅은 이것을 당시로서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탄성, 균열의 전달 등으로 설명했다. 그는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표면에 장력이 있고, 이것으로 인해서 균열이 쉽게 생기고 이 유리 조각이 쉽게 파편들로 분해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당시로서는 정말 탁월했지만, 일부 틀린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후 S. 찬드라세카르, M. M. 초우드리가 이것을 다시 한번 분석하였습니다. 그들은 초당 50만장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통해서 이 유리 조각이 분해되는 현상을 더 정밀하게 관찰하였고, 겉은 압축되는 상태, 내부는 장력이 작용하는 상태의 불안정 평형으로 인해서 쉽게 깨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정확히 내부의 장력과 외부의 압축력이 얼마나 작용하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빛을 통해서 답을 찾다

에스토니아 탈린 대학의 연구진들은 새로운 방법으로 루퍼트 왕자의 눈물에서 작용하는 장력, 압축력을 알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들이 이용한 방법은 바로 ‘광탄성(光彈性, photoelasticity)입니다. 광탄성이라는 방법은 물질이 힘을 받아서 광학적 성질이 변화하는 것을 빛을 통해서 알아보는 것입니다. 유전체는 변형을 받으면 유전율이 변형에 따라서 변하게 되고, 유전율의 변화로 인해서 전자기파, 즉 빛이 투과할 때 변화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이 특정 파장의 빛을 쏘아주고 편광 필터를 이용해서 보면 각 부분이 받는 힘에 따라서 다른 색깔로 보이게 됩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을 광탄성으로 본 사진

이를 통해서 탈린 대학의 연구(Aben et al.)에서는 루퍼트 왕자의 눈물 내부와 외부의 변형력을 구했습니다. 그 결과, 외부는 무려 400 ~ 700 MPa의 압축력이 작용했고, 반대로 내부는 225 ~ 400 MPa의 장력이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표면에서 강한 압축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강한 힘으로 표면을 변형시키려 해도 이 부분의 균열이 늘어나는 것을 압축력이 막아줘서 균열이 퍼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머리 쪽을 아무리 강하게 내리쳐도 웬만해선 이 유리 조각을 파괴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머리 쪽도 아주 강하게 내리쳐서 균열이 내부로 전달되게 하면, 내부는 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작은 힘에도 쉽게 분리되려 하고, 이때 나오는 에너지로 인해서 유리가 산산조각나게 됩니다. 반면 꼬리 쪽은 약하게만 힘을 줘도 균열이 내부로 쉽게 전달되고, 내부에 균열이 전달되면 마찬가지로 수많은 파편들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루퍼트 왕자의 구슬을 만드는 과정

루퍼트 왕자의 눈물이 내부는 장력, 외부는 압축력이 작용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내부와 외부에 각각 이런 힘들이 작용하는 이유는 이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유리 조각은 녹인 유리를 물에 떨어뜨려서 만든다고 했는데, 외부는 찬물과 닿아서 상대적으로 빨리 식고, 내부는 서서히 식어갑니다. 그래서 외부가 먼저 굳은 유리가 되고, 이때 유리 표면이 압축됩니다. 반면 내부에서는 여전히 유리가 굳지 않은 액체 상태로 남아있게 되고, 굳으면서 수축하려는 성질과, 외부의 굳어버린 표면에 붙어있으려는 성질로 인해서 외부에 붙은 상태로 수축해 높은 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가 처음에 밝혀내고자 했던 머리 부분은 강하고, 꼬리 부분은 약간의 충격에도 부서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겁니다.

루퍼트 왕자의 눈물의 응용 - 강화유리

강화유리 역시 루퍼트 왕자의 눈물처럼 유리이지만 강한 힘을 버텨낸다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화유리도 유리를 뽑아낼 때 외부를 빠르게 식히고, 내부가 천천히 식도록 두면서 표면에 압축력이 작용하게 해서 강화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루퍼트 왕자의 눈물처럼 일부 장력이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 부분을 공략하면 쉽게 뚫린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루퍼트 왕자의 눈물은 단순한 물리적 문제에서 열과 물질의 강도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참고 자료

[1] Aben, H., Anton, J., Õis, M., Viswanathan, K., Chandrasekar, S., & Chaudhri, M. M. (2016). On the extraordinary strength of Prince Rupert’s drops. Applied Physics Letters, 109(23), 231903. doi:10.1063/1.4971339

[2] https://en.wikipedia.org

[3] https://www.britannica.com/science/photoelasticity

[4] https://phys.org/news/2017-05-scientists-year-old-mystery-prince-rupert.html


첨부 이미지 출처

[1] Youtube, SmarterEveryDay

[2] Aben, H., Anton, J., Õis, M., Viswanathan, K., Chandrasekar, S., & Chaudhri, M. M. (2016). On the extraordinary strength of Prince Rupert’s drops. Applied Physics Letters, 109(23), 231903. doi:10.1063/1.4971339

[3] Youtube, SmarterEveryDay


첨부 동영상 링크

[1] https://youtu.be/F3FkAUbetW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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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선우

발행호│2020년 여름호

키워드#광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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