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수학과 생물의 만남 수리생물학이란

무질서해 보이는 생명 현상과 생태계의 포식자-피식자 관계를 완벽한 미분 방정식으로 풀어내는 수리생물학의 놀라운 세계를 조명한다.

편집부 · 2021년 9월 21일 · 읽는 데 4분

수리생물학, 아름다운 얼룩말의 줄무늬가 우아한 수학 방정식과 빛나는 선으로 분해되는 것을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비주얼
수리생물학, 아름다운 얼룩말의 줄무늬가 우아한 수학 방정식과 빛나는 선으로 분해되는 것을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비주얼

표범의 몸에는 왜 점무늬가 생기고 얼룩말의 몸에는 왜 줄무늬가 생길까? 토끼와 여우가 함께 사는 숲속에서는 10년 뒤 토끼가 몇 마리나 살아남아 있을까? 심장 세포 수백만 개는 어떻게 아무런 지휘자도 없이 완벽한 타이밍에 똑같이 펄떡거리며 뛸 수 있을까? 오랫동안 생물학자들은 이런 생명의 신비를 관찰하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설명하려 애썼다. 그러나 생명이라는 시스템은 너무나 복잡하고 변덕스러워 말이나 글로는 도저히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바로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생물학의 세계에 분필을 든 수학자들이 난입했다. 그들은 징그럽게 얽혀 있는 숲속의 먹이사슬과 세포들의 소용돌이를 단 몇 줄의 아름답고 차가운 '미분 방정식'으로 완벽하게 번역해 냈다. 무질서하게 꿈틀거리는 생명의 춤사위 속에 숨겨진 가장 정교하고 기계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학문, 이질적인 두 천재들이 만나 탄생시킨 '수리생물학(Mathematical Biology)'의 매혹적인 방정식을 들여다보자.

여우와 토끼의 영원한 술래잡기, 로트카-볼테라 모델

수리생물학의 가장 고전적이고 위대한 작품은 포식자와 피식자의 인구 변화를 계산한 '로트카-볼테라(Lotka-Volterra) 방정식'이다. 토끼(피식자)는 풀을 먹고 미친 듯이 번식하려 하지만, 여우(포식자)는 그 토끼를 잡아먹으며 살아간다. 수학자들은 토끼가 번식하는 비율, 여우가 토끼를 사냥하는 확률, 그리고 굶어 죽는 여우의 비율을 미분 방정식에 집어넣어 보았다. 놀랍게도 컴퓨터 화면에 완벽한 파도 모양의 그래프(주기적 변동)가 나타났다. 토끼가 많아지면 먹이가 풍부해진 여우도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여우가 너무 많아지면 토끼가 멸종 위기에 처해 급감하고, 먹이가 없어진 여우도 곧이어 굶어 죽어 수가 뚝 떨어진다. 여우가 사라지면 토끼는 다시 안심하고 미친 듯이 번식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멸종하는 것이 아니라, 두 생명체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영원히 출렁거리며 생태계의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것을 수학이 완벽하게 증명해 낸 것이다.

표범의 점무늬를 계산한 천재 튜링

컴퓨터의 아버지이자 암호 해독의 천재였던 앨런 튜링(Alan Turing)은, 죽기 직전 생물학의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를 수학으로 풀었다. 수정란이라는 똑같은 동그란 세포 덩어리에서 어떻게 척추가 생기고 손가락이 갈라지며, 표범의 피부에는 화려한 점무늬가 생겨나는가? 생물학자들이 쩔쩔매던 이 질문에 튜링은 '반응-확산(Reaction-Diffusion) 방정식'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색소를 칠하는 화학물질(활성체)과 이를 억제하는 화학물질(억제제) 두 개가 피부 세포 위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퍼져나가며(확산) 서로 충돌할 때, 이 물질들의 퍼지는 속도 차이만 계산해 주면 컴퓨터 화면에 완벽한 표범의 점무늬나 얼룩말의 줄무늬가 마법처럼 그려진다. 동물의 털 무늬는 조물주의 붓질이 아니라, 그저 잉크가 번져나가는 속도의 차이가 빚어낸 차가운 '수학적 파동'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로트카 볼테라 모델, 포식자 늑대와 먹이 토끼 개체군의 끝없이 변동하는 주기를 보여주는 빛나는 역동적인 그래프

심장의 완벽한 박동, 동기화 수학

수백만 마리의 반딧불이가 숲속에서 어떻게 리더도 없이 동시에 불빛을 깜빡일 수 있을까? 우리의 심장을 이루는 수억 개의 세포들은 어떻게 완벽한 0.1초의 오차도 없이 쿵쾅쿵쾅 한꺼번에 수축할 수 있을까? 수리생물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Steven Strogatz)는 개별적으로 제멋대로 뛰던 진동자(세포)들이 서로 미세한 신호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 마술처럼 똑같은 박자로 합쳐지는 현상을 '동기화(Synchronization) 방정식(구라모토 모델)'으로 완벽하게 풀어냈다. 이 수학 공식 덕분에 의사들은 심장 세포들의 리듬이 꼬여서 심장이 덜덜 떨리는 끔찍한 병(심실세동)이 왜 일어나는지 정확한 수학적 원인을 파악하고, 강력한 전기 충격(제세동기)으로 그 수학적 혼돈을 억지로 리셋시켜 환자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게 되었다.

종양의 크기를 예측하다, 의료 수학의 진화

이제 수리생물학은 생태계나 무늬를 그리는 것을 넘어, 병원의 수술실로 직접 뛰어들었다. 환자의 몸속에서 암세포가 어떻게 영양분(혈관)을 끌어당기며 증식해 나갈지,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암세포의 덩어리가 며칠 뒤에 얼마나 줄어들지 그 복잡한 과정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미분 방정식을 풀어 예측한다. 의사들은 이 수학적 예측 모델(가상 환자)을 바탕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항암제 투약 스케줄과 용량을 족집게처럼 정밀하게 계산하여 처방한다. 칼 대신 공식을 쥔 외과의사가 탄생한 것이다. ![배경에서 분열하고 번식하는 빛나는 살아있는 세포와 함께 투명한 유리 보드에 복잡한 미적분 공식을 쓰고 있는 과학자](https://image.pollinations.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