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숙면은 피로 회복, 신체 기능 회복, 면역 증강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하루에 6~8시간의 수면시간이 권장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학창시절부터 지속되는 수많은 과제와 서로 간의 경쟁으로 인해 충분한 잠을 자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는 우리나라가 특히 심하다. 글로벌 수면 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Med)가 지난 3월 17일 ‘세계 수면의 날’을 맞아 전 세계 12개국(한국,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영국, 독일, 프랑스,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브라질)의 만 18세 이상 20,0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수면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9시간으로 12개국 평균 수면시간인 7.16시간보다 낮았으며,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스럽다’라는 답변이 각각 50%, 55%로 집계되어 12개국의 수면의 양과 질에 대한 불만족이 각각 35%, 37%인 것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인 응답자의 59% 정도가 ‘아침에 일어날 때 피곤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는데, 이는 12개국 평균 수치인 26%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수면 시간이 4-5시간에 그치는 사람의 비율이 21%에 이르는 결과가 나왔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 중 상당수가 충분한 잠을 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면 부족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피로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면 시간과 수면의 질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수면과 비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왜 그러한 관계가 형성되었는지 알아보자.
수면 부족과 비만의 관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에 따르면 하루 7시간 잠을 자는 사람에 비해 하루 5시간 미만 잠을 자는 사람의 복부 비만 발생 위험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팀은 “수면 시간이 복부 비만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며, 짧은 수면은 비만 뿐만 아니라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면 시간의 감소가 비만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Gangwisch 등이 2005년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시간이 7∼8시간 이하인 사람들에게서 BMI(Body Mass Index, 키와 몸무게로 계산한 대략적인 체질량 지수로 간단히 추정할 수 있지만 엄밀하지는 않다)가 증가하였고, 수면이 불충분할 경우 비만 위험과 체지방이 증가하였으며, Patel 등이 2004년 시행한 연구를 포함한 일부 연구에서는 7∼8시간 이하 혹은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게서 7∼8시간 수면을 취하는 사람에 비해 BMI와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는 U자모양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수면 부족은 왜 비만으로 이어지는가
그렇다면 수면 시간 부족이 왜 비만, 정확히는 비만일 확률 증가로 이어질까? 과학적으로 접근하기에 앞서 정말 단순히 생각해보자. 밤에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게 되면 그만큼 칼로리가 소비되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그 이후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그 다음 날 피로로 인한 스트레스 증가와 신체활동 감소로 인해 에너지가 충분히 소비되지 않아 오히려 체중 증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깨어있는 시간 동안 음식 섭취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져 섭취량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에너지 섭취 증가로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다. 다소 근거가 없어보이지만, 실제로 2009년 Nedeltcheva 등에 의해 연구된 바 있다.
수면 부족과 호르몬
이번에는 조금 더 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수면 시간과 비만의 관계는 호르몬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여기서 다룰 호르몬은 멜라토닌(melatonin), 렙틴(leptin), 그렐린(ghrelin), 코티솔(cortisol)이다. 먼저 멜라토닌에 대해 알아보자. 멜라토닌(melatonin)은 우리가 잠을 잘 때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으로 매우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낮에 활동하면서 쌓인 활성 산소(활성 산소는 호흡 시 발생하는데, 세포 내 활성산소가 증가하면 DNA나 지질과 반응하여 손상을 입힌다)를 중화시켜주고 피로물질을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 멜라토닌은 뇌까지도 통과할 수 있어 스트레스 감소에도 큰 역할을 하는데, 따라서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코티솔’의 분비가 감소하게 된다. 그런데 수면이 부족하면 어떻게 될까? 멜라토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때 코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증가시키며 지방을 분해하지 않고 저장하는 역할을 하기때문에, 코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는 것은 내장지방이 축적되어 복부 비만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2008년 시행된 Knutson 등에 의한 연구를 비롯한 국내외 수많은 연구들에 따르면 부족한 수면 시간은 체내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두 호르몬 렙틴과 그렐린 분비의 불균형 상태를 만든다. 이때 두 호르몬은 서로 반대되는 작용을 하는데, 렙틴(leptin)은 지방세포로부터 분비된 호르몬으로 시상하부의 수용체에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고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와 반대로 그렐린(ghrelin)은 단기적인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식욕촉진제이자 28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 호르몬으로, 시상하부 내 궁상핵(arcuate nucleus)에 위치한 식욕증진(orexigenic) 뉴런에 작용함으로써 인체로 하여금 배고픔을 느끼게 하여 섭식행동을 유발한다. 즉, 간단히 말하자면 렙틴은 식욕을 억제하고 그렐린은 식욕을 촉진하는데, 불충분한 수면 시간은 렙틴의 분비는 감소시키고 그렐린의 분비는 증가시킴으로써 식욕을 자극하여 식품 섭취를 증가시키고 에너지 불균형, 체중 증가 및 비만을 발생시킨다.

비만이 수면에 끼치는 영향
지금까지 수면 부족이 비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는데, 그렇다면 반대로 비만도 수면에 영향을 끼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이는 수면 무호흡증의 영향이 큰데, 수면 무호흡증이란 자는 동안에 호흡을 10초 이상 멈추는 증상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는 증상으로, 비만 발생 시 목과 상체에도 지방이 쌓이게 되어 기도가 좁아지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흔히 발생하고는 한다. 이렇게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저산소증에 빠지게 되어 수면 중 각성이 자주 생기게 되면서 수면의 질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수면 무호흡증은 만성피로, 인슐린 저항성, 이상지질혈증 등의 다양한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 및 심혈관계질환을 일으키는 등 비만 환자 급사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수면 무호흡증 외에도 비만은 속쓰림,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러한 신체적 불편함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수면 장애로 연결되는 경우 또한 많다.
맺음말
수면 부족은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은 다시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꽤나 명확한 사실이므로, 한번 그 악순환의 굴레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또 한가지 명심할 것은 하루 9시간 이상의 과도한 수면 또한 비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즉, 마지막으로 강조하자면, 하루에 7~8시간씩 자는 것이 좋다.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 모두 적절 수면 시간을 지켜볼 것을 권장한다.
김초은 학생기자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박영준, 이원철, 임현우, 박용문.(2007). 우리나라 성인에서 수면 시간과 비만의 관련성. 예방 의학회지, 40(6), 454-460
[2] 장연우. “청소년기 수면시간과 비만과의 관련성.” 국내석사학위논문, 忠南大學校 大學院, 2022. 대전
[3]Sleep, Appetite, and Obesity-What Is the Link?_Patricia Prinz, Role of sleep duration in the regulation of glucose metabolism and appetite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네이버 블로그
[2] 네이버 블로그
[3] 네이버 지식백과 - 동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