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여러 선생님들이 우리 학교에 새로 부임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1,2학년 과목을 담당하셔서 3학년인 저로써는 새로운 분들과 만날 기회가 부족했는데요, 이번에 제가 수강하고 있는 선형대수학 과목을 맡으신 분이 계십니다. 바로 수리정보과학부의 송민경 선생님! 새로 오신 선생님에 대해 잘 모르는 KSA 학생들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해보았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부터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게 된 송민경입니다. 이번 학기에 미적분학1 두 분반과 선형대수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공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수학 중에서도 위상수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과영 학생을 분류할 때 나이로 분류하였을 때와 전공으로 분류하였을 때 같은 학생들이라도 어떻게 분류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하학에서는 같은 공간에서도 거리와 각이 다르면 다르다고 취급합니다. 그래서 삼각형과 원은 다르죠. 하지만 위상수학에서는 이 둘이 같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가위로 끊지 않고 손으로 조형하여 변환할 수 있는 것들을 같다고 취급합니다. 이렇게 설명하게 되면 ‘변환’이라는 개념이 정확히 정의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시 기하학으로 돌아와 예시를 들게 되면, 기하학에서 위치가 달라도 합동이면 같다고 취급합니다. 기하학에서 허용되는 변환은 위치의 변환이고, 위상수학에서는 더 많은 제약 조건이 없는 변환이 허용되는 것입니다. 변환의 제약을 최소한으로 하여, 공간이 가지고 있는 핵심을 중점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위상수학입니다.
자세한 연구 분야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위상수학의 한 분야인 저차원 다양체 위상수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점은 0차원, 선은 1차원, 면은 2차원, 이런 식으로 나누어진 차원에서 4차원 이하를 저차원으로 정의합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3차원까지 쉽게 그리고 다루는데, 4차원 이상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위상수학에서 5차원이 넘어가면 오히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문제들이 쉽게 풀립니다. 1, 2차원, 그리고 5차원 이상은 대부분 해결이 되었고, 저차원 다양체에 대해 연구한다고 하면 보통 3,4 차원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그래서 신이 우리를 3차원과 4차원에 넣어놓은 것 같다”라는 한 교수님의 말씀처럼, 3차원과 4차원이 가장 늦게 해결되거나 미해결된 문제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푸엥카레의 추측*은 3차원과 4차원이 가장 늦게 풀렸습니다. 차원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는 평소 우리가 사용하는 사칙연산과 미적분 같은 일반적인 계산이 바로 적용되기가 힘듭니다. 앞서 설명한 ‘변환’에서 불변량을 찾아 숫자와 식으로 표현해서 해결해 나아가야 합니다. 제가 저차원에서 다루는 문제는 매듭과 관련된 3차원 다양체를 4차원과의 관계 안에서 어떻게 분류하고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서인데, 이 부분은 학생 여러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라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푸엥카레의 추측: ‘3차원 공간의 모든 단일폐곡선이 하나의 점으로 모일 수 있다면 그 공간은 구와 위상적으로 같다.’라고 푸엥카레가 추측한 명제이다. 21세기 수학계에 기여할 수 있는 7가지 문제인 밀레니엄 문제 중에서 유일하게 증명되었다. 1961년 스티븐 스메일에 의해 5차원 이상에서 증명되었고, 1982년 마이클 프리드먼이 4차원, 2002년 그리고리 페렐만이 3차원에서 증명하여 완전히 해결되었다. 세 수학자는 모두 필즈상을 수상하였다.
KSA에 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나요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위에 소개한 주제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포스텍 졸업 후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고, 다양한 사회 활동에도 참여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대한민국 정부 산하 기초과학연구원* 기하학 수리물리 연구단에서 연구를 지속하였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의 정부출연연구소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 및 기초과학 기반 순수 기초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창조적 지식 및 원천기술 확보와 우수 연구인력 양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1년 11월 설립되었다
KSA에 오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학창시절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교 수학과로 진학하였지만, 무엇을 먹고 살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계획이 없었습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가며 대학원 졸업까지 마치고 나니, 세상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든 수학에 대한 흥미가 식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았으나, 결국 가장 자신 있고 사랑하는 분야가 수학이라는 것을 느끼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교 조교, 강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수학 교육이 적성과 맞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교사 자격증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경력을 쌓기 위해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과학영재학교에 오게 되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점이 있나요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학생들이 자유롭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숙학교이고, 학교가 학생들의 생활에 크게 간섭하지 않으며, 학생 자치가 발달해 더욱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점은 연구 활동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1학년부터 매 학기, 또는 년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학생과 싫어하는 학생의 유형이 있나요
공부 측면에서 좋아하는 학생은 잘하고 말고를 떠나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학생입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선생님께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그런 학생이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싫어하는 학생은 아직 없고,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KSA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수동적인 공부보다는 더 사고하고, 소통하고, 질문하기를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도 너무 수동적으로 공부하고, 알려주면 질문 없이 그대로 익혀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크게 느꼈던 점이, 학생들이 질문을 안해도 너무 안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과영 학생들은 질문하는 습관을 길러, 졸업 후 대학, 그리고 사회에 나아가서도 꾸준히 질문하여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과영 학생으로써 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수리정보과학부 송민경 선생님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는데요, 선생님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위상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까지 배울 수 있었던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학교 선생님을 그저 우리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분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혹시 가까워지고 싶은 선생님이 있나요? 한번 용기를 내어서 먼저 다가가 보는 것이 어떨까요? 이번 인터뷰에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송민경 선생님께 감사를 표하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조웅래 학생기자 | Mathematics & Computer Science | 인터뷰
참고자료
[1] 나무위키 – 푸엥카레 정리https://namu.wiki/w/%ED%91%B8%EC%95%B5%EC%B9%B4%EB%A0%88%20%EC%A0%95%EB%A6%AC
[2] 위키백과 – 기초과학연구원 https://ko.wikipedia.org/wiki/%EA%B8%B0%EC%B4%88%EA%B3%BC%ED%95%99%EC%97%B0%EA%B5%AC%EC%9B%90
첨부 이미지 출처
[1] Center for Geometry and its Applications - http://gaia.postech.ac.kr/member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