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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특별기획] 수리생물학, 숨겨진 전염병을 찾아내다!

9월 18 업데이트됨

여러분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2~3년 전쯤에 남아메리카 지역에서 급격히 유행한 질병이라는 정도만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의 일종인 Ae.aegypti라는 종을 숙주로 활동하는데요, 감염자가 산모일 경우에는 태어난 아이에게 소두증(microcephaly)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그 여파가 더 컸습니다.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모기-전염성 질병는 아마도 예방접종을 받아보았을 뎅기열, 치쿤 구니아(chikungunya)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이들보다, 전염병학의 관점에서 더 무서운 이유는 대부분 무증상으로 전파된다는 것입니다. 소리소문 없이 퍼진다는 말이지요. 최근 코로나 사태만 보더라도, SARS 때보다 사망률은 적지만 전파성이 높아 많은 국가를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그렇기에 지카 바이러스는 2016년, 멕시코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 지역부터 다양한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 사이에서 넓게 퍼졌습니다. 이렇게 지역적으로 창궐(outbreak)하는 것을 전염병학자들은 유행병(epidemic)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벗어난 국가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카리브해의 쿠바입니다. 많은 학자들이 쿠바에서 왜 지역적 감염 사례 보고가 나타나지 않는지 궁금해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정작 2017년이 되어서 아메리카에서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줄어들고 있을 때 쿠바를 여행하고 온 여행객들이 지카 바이러스 확진을 받는 기이한 사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할 연구에서는, 다양한 모델을 이용해서 지역적 감염 수를 추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쿠바의 이런 흔치 않은 현상에 대해서 분석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지카 바이러스의 숙주인 Ae.aegypti 모기

여행객의 감염 데이터로부터 수상쩍은 점을 찾다

보통 낙후된 국가일수록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감염이 쉬움은 물론이고, 의료 시스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지역적 감염 보고가 일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카 바이러스와 같이 갑작스레 발생한 질병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연구진들은 믿기 어려운 지역 감염 사례 데이터보다는, 여행객이 그 나라에 여행 갔다가 오면서 병에 걸려오는 경우의 빈도를 비교하였습니다. 특히나 연구진들은 쿠바가 포함된 카리브해 지역들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6월부터, 2018년 10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여행객 중 발병자의 98퍼센트가 쿠바를 여행했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쿠바가 워낙 미국과 복잡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라, 그 시기 쿠바 여행객이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98퍼센트는 너무 믿을 만한 수치였던 것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시기 쿠바의 지역 감염 데이터에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보고가 없습니다. 즉, 연구진들은 감춰졌던 전염병의 창궐을 찾아낸 것입니다.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의 여행객으로부터 얻은 지카 바이러스 감염 데이터

여행객의 데이터부터 지역 감염 데이터까지

여행객의 데이터는 사실 정확한 창궐에 대한 데이터에 대해 완벽히 비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국가를 여행하는 여행객의 수, 여행 패턴, 인구수 등에 의해 너무 의존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리생물학, 그 중에서도 통계학은 이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다른 아메리카 지역으로부터 얻은 지역 감염 정보와 여행객 감염 정보 사이의 관계성을 찾는 모델을 가동한 후, 이를 쿠바의 여행객 및 항공량 등을 바탕으로 추적하였습니다. 그 다음 제시된 모델 하에서 지역 감염과 여행자 감염 사이의 확률에 대한 그래프를 그린 후, 가장 높은 확률을 가지는 값을 채택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연구진들은 쿠바에서 알려지지 않은 지역적 지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5700명 정도라고 예측하였습니다. 이는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에서 2017년 일어난 창궐 규모와 유사한 정도로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쿠바에서도 감염이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국가에서 지역 감염 사례와 여행객의 데이터를 비교한 그래프. 자세히 볼 필요는 없다.

이런 현상은 과연 흔한 일일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그렇기에 이미 종식을 예상하던 상태에서 나타난 쿠바의 창궐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죠.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 연구진은 동일한 숙주를 사용하며, 앞선 2014년에 유행병을 일으켰던 치쿤 구니아를 이용해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2014년에는 쿠바 역시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과 유사한 시기에 치쿤 구니아가 창궐했고, 지카 바이러스만이 1년 정도 창궐에 지연이 있었던 것임을 알려줍니다.

창궐의 1년 지연 속 숨은 비밀

유전자적 분석을 통해서, 연구진들은 쿠바의 지카 바이러스가 언제 정착했는지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본격적인 인간에의 창궐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숙주인 모기에서 먼저 많은 수가 감염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발병 시기와 도입 시기는 어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연의 원인을 찾기 위해 쿠바 계통의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나무를 그려 진화의 경로를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군이 2016년 즈음에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었음을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2015년에 정착이 된 것과는 대비가 되는 것이었죠. 즉 도입이 늦었을 뿐, 정착 이후 발병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른 국가들과 비슷했습니다.


연구진들은 지연의 이유에 세 가지 가설을 두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카 바이러스가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에 비해 도입될 기회가 적었다는 것입니다. 즉 쿠바로의 여행객 자체가 적었다는 가설을 세운 것이죠. 그러나 여러분들이 아시듯 쿠바는 오히려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보다 여행객 수가 높은 국가입니다. 2016년에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푸에르토리코, 자메이카 등의 국가는 쿠바보다 2배 정도 여행객 수가 적은데도 도입이 쉽게 되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부터 유입된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 가설을 기각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가설은 쿠바의 환경적 조건입니다. 다른 카리브해 국가들보다 쿠바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지카 바이러스의 고착화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일한 숙주를 이용하는 뎅기열의 사례를 보았을 때 오히려 쿠바는 다른 나라들보다 고위험군입니다. 또한 온도 등을 바탕으로 계산할 수 있는 모기의 전파력 잠재성 계산 결과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모기의 잠재력 포텐셜과, 모기 조절 정책의 효과를 보여주는 도표

연구진들은 세 번째 가설에 다다랐습니다. 바로 쿠바의 모기 조절 캠페인이 효과적이었다는 것이죠. 위의 그림을 보실 때에도, 주황색 선, 즉 모기 조절 캠페인이 수립된 후에 뎅기의 발병이 지연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쿠바는 다른 카리브해 국가와는 다르게 2015년 5월 브라질에서 첫 발병 사례가 알려졌을 때 빠르게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2월부터 본격적인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바이러스의 도입과 정착이 매우 느려지게 되었고, 결론적으로 2016년의 창궐을 피해갈 수 있었습니다.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이유, 그리고 그 속의 희망

이는 우리에게 무서운 교훈을 하나 안겨줍니다. 즉 지역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더라도 실제로 그 지역에서 전염병이 돌고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그 여행객을 통해서 다른 나라로 쉽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플로리다나 유럽에서 2017년에 지카 바이러스 사례가 계속 보고되었고, 이들 나라가 여행 감시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추고 있어 다행이지 멕시코 등의 고위험군 국가에서는 제대로 검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카 바이러스가 2017년 아메리카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서 WHO 등의 기관은 낙관적으로 보고 감시를 종료했지만, 실상은 2018년 이후에도 베트남과 같은 국가에서 계속적으로 발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글이 2020년 봄에 쓰인다고 보았을 때, 만약 한국에도 2019년 봄에 지카 바이러스가 도입되었다면 곧 지카 바이러스 유행이 올 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혀 없었지요.


그러나 이 연구는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첫 방법은 여행객의 감염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국가의 지역 감염 데이터를 얻는 방법을 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즉 이를 통해 의료 시스템이 낙후된 국가에서도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반대로 지금도 퍼져나가고 있을지 모를 감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됩니다. 여행 감시 결과에서 미심쩍은 국가에 대해 빠르게 조사를 하면 그 국가에서 우리도 모르는 창궐이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또한 모기 조절 정책이 큰 효과가 있다는 사실 역시 우리에게 전달해주었습니다. 쿠바가 2016년의 창궐을 피한 것은 그들의 모기 조절 정책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해 2017년의 숨은 창궐을 불러오기는 하였지만, 모기 조절 캠페인이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등에 충분히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전염병을 다룸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됩니다.


요즈음 COVID-19로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학적 모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런 연구는 단순히 지카 바이러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 등에도 적용됨으로써 많은 이득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 외부 입국자의 감염률을 이용해서 백신 및 진단키트의 수요를 확인하고, 역학조사 등에 도움을 주는 것 역시 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생물통계학 연구 기관에서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 생각보다 비관적인 상황일 수 있다는 분석을 많이 내놓고 있죠. 이는 점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수학과 생물학, 통계학의 결합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필수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를 읽는 독자 여러분도, 이러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자 여러분,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세요!


참고자료

[1] Nathan D. Grubaugh et al. Travel Surveillance and Genomics Uncover a Hidden Zika Outbreak during the Waning Epidemic. Cell 178. 1057-1071. (2019)

[2] Peter Wood. Understanding Immunology, 3rd edition, Pearson Benjamin Cummings. (2011)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economics.com

[2] https://www.nejm.org

[3] https://www.cdc.gov

KOSMOS BIOLOGY 지식더하기

작성자 | 권이태

발행호 | 2020년 봄호

키워드 | #지카바이러스 #수리생물학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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