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소행성 베누 의 먼지 한 줌과 생명체의 기원

지구 충돌 위협을 가진 소행성 '베누'에서 흙을 채취해 돌아오는 오시리스-렉스 임무의 과정과, 생명체 탄생의 비밀을 품은 우주 먼지의 과학적 가치를 살펴본다.

편집부 · 2021년 7월 23일 · 읽는 데 4분

표면에서 먼지를 수집하기 위해 질소 가스 흐름을 발사하는 매우 상세한 로봇 탐사선과 함께 어두운 우주에 떠 있는 빛나는 소행성
표면에서 먼지를 수집하기 위해 질소 가스 흐름을 발사하는 매우 상세한 로봇 탐사선과 함께 어두운 우주에 떠 있는 빛나는 소행성

지구에서 무려 3억 2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깊은 우주 한복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만 한 크기의 새까만 돌덩어리 하나가 초속 27킬로미터의 맹렬한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이 돌덩어리의 이름은 '베누(Bennu)'다. 베누는 2135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있는 무시무시한 지구 위협 소행성(PHA) 중 하나지만, 과학자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주의 타임캡슐'이다. 45억 년 전 태양계가 처음 생겨날 때의 흙과 먼지를 단 한 번도 변질되지 않은 냉동 상태로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NASA는 이 미지의 소행성에서 먼지 한 줌을 훔쳐오기 위해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를 발사했다. 총알보다 빠르게 날아가는 바윗덩어리에 살짝 키스하듯 스치며 흙을 퍼 올린 이 경이로운 우주쇼의 전말과, 그 먼지 한 줌이 쥐고 있는 지구 생명체 기원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태양계의 찌꺼기, 소행성을 쫓는 이유

우리는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이라고 배우지만, 정작 지구 표면의 흙과 돌을 파보아도 45억 년 전의 원시 상태를 알 수는 없다. 지구는 수십억 년 동안 화산이 폭발하고 지각이 뒤틀리며 암석들이 모조리 녹았다가 다시 굳어지는 엄청난 성형수술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행성은 다르다. 행성으로 뭉치지 못하고 우주에 남겨진 이 태양계의 '건축 폐기물'들은, 45억 년 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가스와 먼지가 뭉친 채로 우주 공간에서 꽁꽁 얼어붙어 지금까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베누는 탄소가 아주 풍부한 소행성(B형 소행성)으로, 생명체의 필수 재료인 '물'과 '유기물'을 머금고 있을 확률이 가장 높은 보물창고로 지목되었다.

TAG 작전, 6초간의 위험한 키스

베누에 도착한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는 돌덩어리 주변을 2년 동안 빙글빙글 돌며 어디서 흙을 퍼 올릴지 지도를 그렸다. 베누의 표면은 고운 모래밭이 아니라 커다란 바위들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지옥 같은 험지였다. 2020년 10월, 마침내 운명의 '터치 앤 고(Touch-And-Go, TAG)' 작전이 시작되었다. 지구에서 너무 멀어 조이스틱 조종이 불가능했기에, 탐사선은 오직 자율 비행 인공지능에 의지해 베누 표면의 '나이팅게일'이라는 작은 분화구를 향해 하강했다. 로봇 팔이 소행성 표면에 닿은 시간은 단 '6초'였다. 로봇 팔 끝의 원형 채집기가 표면을 찍어 누르는 찰나, 엄청난 압력의 질소 가스를 '푸슉' 하고 발사했다. 가스에 놀라 튀어 오른 먼지와 자갈들이 필터 안으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왔고, 탐사선은 재빨리 엔진을 켜고 소행성을 박차고 우주로 달아났다. 인류가 달을 제외한 우주 공간에서 역대 가장 많은 흙(약 250g)을 훔쳐내는 데 성공한 완벽한 6초였다. 첨단 실험실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온전한 검은 외계 흙이 들어 있는 밀봉된 금속 캡슐의 줌 인 뷰

우주 생명체 기원설(Panspermia)의 시험대

오시리스-렉스가 목숨 걸고 퍼 올린 이 검은 흙덩어리에 전 세계 생물학자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지구의 바다에 둥둥 떠 있던 무기물들이 벼락을 맞고 스스로 아미노산(단백질)이 되어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 생명체의 씨앗이 아예 우주에서 날아왔다는 '우주 기원설(판스페르미아)'이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초기 지구는 펄펄 끓는 마그마 바다였기에 물이나 유기물이 살아남을 수 없었다. 지구 식은 후, 우주에서 수많은 얼음 혜성과 유기물을 품은 소행성들이 지구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면서(후기 폭격기) 바다를 채우고 생명의 씨앗(아미노산)을 배달해 주었다는 가설이다. 만약 베누의 흙에서 인간의 DNA나 단백질을 구성하는 것과 똑같은 '아미노산' 화합물이 다량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별의 먼지에서 태어난 우주적 존재임이 완벽하게 증명되는 것이다.

야르콥스키 효과와 지구 방위대

오시리스-렉스의 임무는 흙 채취뿐만이 아니었다. 2135년경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약 2,700분의 1인 베누의 궤도를 정확히 계산하는 지구 방위 임무도 띠고 있었다. 소행성의 궤도를 꼬이게 만드는 범인은 바로 햇빛이다. 소행성이 햇빛을 받아 뜨거워진 후, 빙글빙글 돌면서 어두운 면으로 열을 뿜어낼 때 미세한 추진력이 생겨 궤도가 조금씩 밀려나는 '야르콥스키(Yarkovsky) 효과' 때문이다. 오시리스-렉스는 이 미세한 밀림 현상을 완벽하게 측정하여 베누의 미래 궤도를 오차 없이 계산해 냈다. 만약 베누가 진짜 지구로 돌진한다면, 인류는 무거운 우주선을 쏘아 올려 베누를 세게 들이받아 이 야르콥스키 효과를 이용해 궤도를 살짝 틀어버리는(DART 미션) 방식으로 지구를 구해낼 것이다. ![생명의 기원을 나타내는 부서진 어두운 우주 암석에서 나오는 아미노산과 물 분자를 보여주는 초현실적인 비주얼](https://image.pollin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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