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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도, 바이러스도 아닌 병원체의 정체

환절기가 되면 갑자기 콧물이 나고,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바로 감기라는 질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200여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며 기침, 콧물 등의 감염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걸리는 질병이 있는가 하면, 식중독처럼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에 의하여 일어나는 질병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세균, 바이러스 이외에도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키는 또다른 병원체가 존재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으로 세균 또는 바이러스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세균도, 바이러스도, 심지어 생물조차도 아닌 감염원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바로 프리온이다.



프리온이란 무엇일까?

프리온이란 RNA와 DNA 등의 유전물질 없이 단백질로만 구성된 감염 물질로,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세균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염 물질이다. 프리온이란 물질의 정의처럼 그 이름도 단백질 감염성 입자를 의미하는 pr-(protein, 단백질)과 –ion(virion, 바이러스)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이 프리온이라는 물질의 놀라운 점은 단백질로만 이루어져 유전물질이 없는 병원체임에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프리온이 발견되기까지의 역사

프리온의 존재는 양과 염소에서 나타나는 스크래피라는 질병에서 처음 세상에 드러났다. 1720년대 영국에서는 양질의 품종을 가진 양을 생산하기 위해 품종이 좋은 양끼리 근친 교배를 시켰고, 결과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질 좋은 양털을 가진 양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의 일부 양들이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자꾸만 몸을 간지럽다는 듯이 벽에 비비다 이후 발작과 마비 증세를 보이며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몸을 근처에 문질러 대는 증상을 보고 문지르다는 뜻의 ‘scrape’라는 단어에서 따온 스크래피(scrapie)라는 이름이 이 질병에 붙게 되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스크래피에 걸려 죽은 양들의 뇌가 마치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 있었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병이 나타나게 된 것인지 원인은 알려지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갔다.


이후 1980년대에 영국 켄트 주의 목장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소가 발견되었다. 마치 미친 것처럼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며 이리저리 날뛰고, 제대로 서지도 못하며 비틀거리다 죽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증상은 소가 미친 것처럼 보이게 하였고, 그렇게 광우병이라는 이름을 가진 질병이 나타나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렇게 죽은 소들 또한 스크래피로 죽은 양처럼 구멍이 여럿 뚫려있는 뇌를 가지고 있었다. 긴 세월 전에 양들에게 나타난 질병이 소에게서도 유사하게 발병된 것이다. 영국 정부가 나서서 질병을 조사해본 결과, 사료에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졌다. 당시 유럽의 농가에서는 양을 도축하여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주었고, 이 과정에서 양들의 스크래퍼가 소의 광우병으로 변이 되며 퍼지게 된 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 단면 사진

안타깝게도 이 질병의 확산은 소에서 멈추지 않았다. 1993년, 영국의 한 낙농업자가 비슷한 질병을 보인 것이다. 그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손발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다 혼수 상태에 이르러 사망하게 되었다. 광우병이 발병한 소를 먹었다가 질병이 사람에게까지 퍼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바이러스의 변이와 서로 다른 동물 간의 이종 감염은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데, 어떻게 이 병은 종간의 장벽을 손쉽게 뛰어넘고 양에서 소로, 소에서 사람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일까? 이러한 의문과 관련하여 많은 과학자들이 미스터리를 풀고자 연구에 몰두하였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가이두섹이라는 박사는 원시 부족에게 발병한 이름은 다르지만, 앞에서 계속 등장한 질병과 유사한 또다른 질병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질병을 일으키는 정확한 물질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긴 잠복기를 가진 이 새로운 유형의 감염 인자에 ‘슬로우 바이러스’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가 이 전염 입자 만을 순수하게 분리하여 해당 입자가 단백질만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밝혀내었고, 프리온 단백질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프리온 단백질의 증식 과정

사실 원래의 프리온 단백질은 원래 전염을 일으켜 사람들의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 나쁜 물질이 아니다. 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뇌 속에 존재하여 기억의 장기 저장, 말이집이라 하여 신경을 보호하는 지방층의 유지 등 생물의 뇌와 관련하여 여러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단백질의 입체 구조가 변하게 되면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생성되고, 이 변형된 프리온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프리온을 이루는 물질인 단백질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아미노산이라는 매우 작은 물질이 하나의 사슬처럼 길게 연결되고, 이 아미노산 사슬이 꼬이고 접히며 입체 구조를 가지게 되면 비로소 단백질이 된다.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잘못 접히거나 유전적 오류가 일어날 경우 잘못된 입체 구조를 가진 단백질이 생겨나게 되는데, 입체 구조가 바뀌게 될 경우 원래 해당 단백질이 맡고 있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된다.


정상 프리온 단백질과 변형 프리온 단백질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경우 이에 더하여 물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단백질에 결합하지 못하게 되며 없애 지도 못하고, 해당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에 붙어 커지고, 늘어나게 되며 전염을 일으킨다. 이처럼 프리온 단백질은 주변의 정상적인 단백질까지 끌여 들여서 성장하고, 분해도 되지 않아 세포 안에 지속적으로 쌓이며 문제를 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프리온 단백질이 우리 증식하고 우리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 과정이다.


프리온 단백질 전이 과정


프리온이 일으키는 질병들

그렇다면 프리온이 일으키는 질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프리온 질병으로 알려져 있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이 있다. 이 병은 사람이 걸리는 광우병 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양한 변종이 존재하여 종류에 따라 발병하는 연령대, 증상 등이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인 CJD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며, 인지 능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병의 진행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CJD는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보다도 진행 속도가 훨씬 빠르며, 치사율이 100%인 질병으로 발병 후 6개월내에 무조건 사망하게 되는 매우 무서운 질병이다. 다행히도 병에 걸리는 빈도는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 100만분의 1 정도로 매우 낮은 희귀병이다. 다만 놀랍게도 이 프리온 질병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CJD 환자의 장기를 이식 받은 사람에게서 CJD가 나타났으며, CJD 환자의 수술 도구를 통해서도 전염이 일어났다고 한다.


또 다른 프리온 질병으로는 쿠루(KURU)병이 있다. 이 병은 파푸아 뉴기니의 포레 부족에서 주로 발병한 병으로, 프리온 단백질의 존재에 대해 최초로 파헤친 가이두섹 박사가 연구한 병이기도 하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다리가 약해지고, 언어 능력이 떨어지게 되며,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다 결국 죽게 되는 증상을 보였기에 ‘웃는 죽음’이란 뜻의 ‘쿠루’라는 단어를 병의 이름으로 붙이게 되었다. 이 병은 유독 포레 부족에게만 자주 나타났는데, 이 부족이 가진 괴상한 풍습이 전염의 원인이 된 것이었다. 바로 죽은 사람의 뇌를 가족끼리 나누어 먹는 풍습이 존재했던 것이다. 이처럼 프리온은 입을 통한 섭취로도 전염될 수 있다.



프리온 질병의 치료법

우리 몸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 뇌를 망가트리는 프리온 질병은 매우 무서운 병이다. 이러한 프리온 질병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까지 명확한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으로도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는 프리온이 가진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프리온 질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대답에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단백질은 열을 조금만 가해도 쉽게 변형이 되고, 프리온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니 열을 이용하면 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 말이다. 그러나 프리온 단백질은 일반적인 단백질과는 다르다. 프리온은 스스로 자신의 구조를 가장 안정적인 형태로 변형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열을 가해도 변형되지 않으며, 무려 800°C의 온도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프리온 단백질은 다른 물질에 대한 저항성도 강하여 포르말린, 알코올, 자외선 등 분자 구조를 파괴하는 여러 물질들을 처리해도 끄떡없다. 그나마 실험실에서 132°C 이상의 고온에서 매우 높은 압력을 1시간 이상 가한 결과 프리온 단백질의 분자 구조를 파괴하는데 겨우 성공했다고 한다. 프리온 단백질은 이 정도로 단단한 물질이며, 질병에 걸린 사람한테 고온, 고압의 환경을 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프리온의 치료는 어려워지게 되었다.


또한 프리온 단백질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정상적인 단백질을 자신과 같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바꾸어 증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말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경우 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통해 처리할 수 있지만, 프리온 단백질의 경우에는 매우 어렵다. 병원체를 없앨 때는 우리 몸의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해당 병원체 만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이러스에는 면역 체계가 특정적으로 반응하여 숙주 세포는 건들지 않고 바이러스만을 제거할 수 있지만, 프리온 단백질의 경우에는 면역 체계의 세포가 프리온 단백질만을 인식하지는 못하여 프리온 단백질을 공격하다가 다른 정상 단백질한테까지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프리온 단백질에 결합을 하지 못해 작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분해 방법 또한 먹히지 않는다.


결국 프리온 단백질을 막을 방법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프리온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프리온의 특성들이 치료법 개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프리온 질병은 발병률이 워낙 낮은 희귀병이다보니 질병의 치료에 대한 관심이 낮아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는 것도 더딘 치료법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프리온에 대한 치료법을 찾는 것은 앞으로 생명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며,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조금이라도 빨리 해답을 찾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해린│Chemistry & 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인간광우병 공포 누그러뜨린 프리온 발견’, 동아사이언스

< https://www.dongascience.com >

[2] 2001년, ‘프리온 질환’, 김용선,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3] ‘prion’, 네이버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 >

[4] ‘프리온 질환 개요’, MSD 매뉴얼 일반인용

< https://www.msdmanuals.com >


첨부 이미지 출처

[1] ‘소해면상뇌병증’, 누리위키

< https://nuriwiki.net >

[2] ‘변형프리온’ 감염 1년만에 숨졌는데…’, 매일경제

< https://www.mk.co.kr >

[3] ‘프라이온과 변형 프라이온의 특징’, 네이버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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