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분들이 리모컨을 잃어버려 더운 여름을 에어컨 없이 버텨야만 했던 경험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에어컨을 켜고자 하는 명령을 대신 전달해주는 리모컨이 없으면 우리는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 누구나 한 번쯤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자기기를 이용할 때 키보드나 마우스, 리모컨 등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특정 장치를 이용해야만 기기를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리모컨과 같은 개별적인 장치가 없어도 전자기기에 존재하는 터치패드를 이용하여 기기를 조종할 수 있게 되었고,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 제자리에서 손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명령을 전달할 수 있는 모션인식 기술이 개발되며 기계장치의 이용은 전보다 훨씬 간편 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다양한 방법들보다 훨씬 간단히 기계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생각을 직접 기계에게 전달해주는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입니다.
BCI란 무엇일까
BCI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라는 이름 그대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 만으로 기계를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를 말합니다. 기존에는 기계를 조종하기 위해 뇌에서 먼저 기계로 무엇을 할지를 생각한 후(ex. 에어컨을 켠다) 우리 몸의 각 부분에 명령을 내려 특정한 행동을 입력 장치에 함으로서(ex. 손으로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른다) 기계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호를 보내어 기계를 조종하였습니다. 그러나 BCI는 뇌와 컴퓨터를 바로 연결하여 앞에서 설명한 과정 중 ‘행동’을 없앰으로써 훨씬 효율적이고 빠르게 기계에 명령을 보내는 것이 가능해지도록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BCI는 뇌에서 만들어진 신호를 받아들이는 신호 측정 과정과 이 신호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신호 변환 과정, 변환 및 분석한 신호를 장치에 전달하여 명령을 내리는 최종 출력 과정의 세 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 단계인 신호 측정 과정에서는 BCI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뇌에서 만들어진 신호를 감지하여 뇌가 내린 명령을 받아들입니다. 이 단계에서 대상자의 뇌의 신호를 측정하기 전에 측정할 데이터의 기준 등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중요하며, 뇌의 신호가 측정될 때 필요한 신호만 온전히 측정될 수 있도록 대상자의 급격한 변화나 돌발적 행동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는 신호 변환 과정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신호 변환 과정에서는 단순히 측정된 신호를 전기적 신호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더욱 알아보기 쉽도록 다듬고, 어떤 신호인지 분류해냅니다. 먼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AD 컨버터를 통해 측정한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여 연결된 컴퓨터에 입력합니다. 이렇게 컴퓨터에 입력된 데이터는 함께 섞여있는 잡다한 신호를 제거하고, 필요한 신호만 증폭하여 중요한 신호를 명확히 구분해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 알고리즘을 통해 측정한 데이터가 어떠한 명령을 의미하는지 분석합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측정된 데이터가 어느 데이터와 비슷한지, 어떤 데이터들의 모임에 속하는지를 통해 해당 데이터가 가진 명령의 의미를 파악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됩니다.
마지막 단계인 최종 출력 과정에서는 뇌의 신호로부터 파악한 명령을 바탕으로 기계를 제어하는 신호를 대상자가 조종하고자 했던 장치로 보냅니다. 이 제어 신호를 받아들인 기계는 대상자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며 BCI 과정이 끝나게 됩니다. 전체 과정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뇌의 신호를 읽어내어 전기적인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를 움직이고자 했던 기계로 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컴퓨터를 통해 매우 빠르게 처리되어 간편하고 효율적인 기계 조종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다양한 BCI의 종류

BCI의 종류는 뇌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크게 침습형과 비침습형의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먼저 침습형 BCI는 신호를 감지하는 장치를 직접 뇌 안에 삽입하는 방식의 BCI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BCI는 신호 감지 장치가 뇌와 맞닿아 있어 뇌세포로부터 발생한 신호를 직접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약한 신호의 감지도 가능하며 더욱 정확히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BCI의 경우 뇌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신호들 중 뇌파만을 읽어낼 수 있지만 침습형 BCI를 통해서는 뇌세포에서 발생한 신경 신호 등 뇌파 이외의 신호 또한 읽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침습형 BCI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장치를 뇌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단점들도 존재합니다. 집어넣은 장치와 맞닿은 부분이 손상을 입을 수 있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장치를 뇌에 삽입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에게 공포감과 두려움을 주기 때문에 널리 실용화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침습형 BCI 중 장치를 부분적으로 삽입하는 새로운 방식의 BCI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부분 삽입 BCI의 경우 두개골 내부에 임플란트를 통해 장치를 삽입하지만 뇌의 신경 세포가 존재하는 회백질 부분은 건드리지 않도록 장치를 넣습니다. 이렇게 삽입된 BCI는 뇌파 전위를 기록하여 해석하는 방식인 EEG를 통해 뇌파를 읽어냅니다. 신호 감지 장치가 뇌세포와 직접 맞닿아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 신호까지 감지하는 일반 침습형 BCI와는 달리 뇌파 측정만이 가능하지만 측정 과정에서 두개골의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에 비삽입형보다 훨씬 정확한 뇌파 측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일반 침습형 BCI에 비해 뇌 손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적기 때문에 부분 삽입형 BCI는 비침습형 BCI보다는 정확하며 침습형 BCI보다는 안전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비침습형 BCI는 신호를 감지하는 장치를 뇌에 넣지 않고도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의 BCI입니다. 신호 감지 장치를 삽입하지 않고서 뇌의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 뇌파를 읽는 것입니다. 이 방법에서는 부분 삽입형 BCI와 마찬가지로 EEG를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하며, 신호를 감지하는 EEG 단자를 두피에 붙여 뇌파를 읽어냅니다. 뇌파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하기가 훨씬 용이하고, 측정 방법에 드는 비용이 비교적 적어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뇌의 자기장을 읽는 fMRI를 이용한 방법, 뇌의 신경 세포가 흡수할 수 있는 미약한 주파수인 ELF, SLF, ULF파를 이용하는 방법 등 다른 여러 신호 측정 방법들이 연구 중에 있습니다. 다만 fMRI는 장치의 크기 및 무게를 줄이기가 어렵고 가격이 훨씬 비싸며 초전도체가 이용되기 때문에 매우 낮은 저온을 필요로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뇌파를 제외한 나머지 방법들은 널리 실용화되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비침습형 BCI는 뇌에 가해질 위험성이 적고 부담감과 공포심이 침습형 BCI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에 접근성이 훨씬 좋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BCI는 칩습형 BCI보다 측정한 뇌파의 정밀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비교적 쉬운 비침습형 BCI가 가장 먼저 일상생활에 적용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 속의 BCI
이러한 BCI 기술은 이미 연구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활 속 일부분에 직접 사용될 정도로 상용화 되었습니다. BCI 기술이 이미 적용되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기기 중 하나가 바로 워드 프로세서, 전자 타자기입니다. BCI을 이용하여 글자를 입력하는 방법은 어떤 방식의 신호를 이용하는지, 글자를 입력하는 자판의 배열이 어떤지, 신호와 글자를 어떻게 매칭시키는지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방법은 열과 행으로 이루어진 형태의 자판을 화면을 통해 보며 시각적인 깜빡임을 이용해 신호를 주는 방식입니다. 타자 분야에서의 BCI 기술 이용은 무려 1999년부터 시작되었으며 이 때 진행된 실험에서는 운동 신경이 파괴되어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루게릭병 환자가 1분에 0.5글자의 속도로 메시지를 작성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후 많은 연구와 기술 개발이 진행된 결과 최근에는 g.tek사에서 1분에 5~10글자를 작성할 수 있는 워드 프로세서(그림 3)를 만들어냈으며, 가장 빠른 속도의 워드 프로세서는 1분에 17글자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BCI 기술은 사고로 인해 팔, 다리를 잃어버리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의 신체 기능을 대체하는데 이용되기도 합니다. BCI가 뇌의 명령을 직접 컴퓨터에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만든 신체 부위를 뇌와 직접 연결하여 조종함으로써 장애 극복 및 재활 치료 등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Pittsburgh 대학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원숭이를 이용하여 BCI 실험을 진행한 결과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조종하여 먹이를 먹는데 성공하며 BCI를 이용한 인공 신체 부위 조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4에서 볼 수 있듯이 완전히 신체가 남아있지 않은 경우 해당 신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적 장치를 만들어 몸에 삽입한 후 이 장치를 BCI를 통해 뇌와 연결함으로서 마치 실제 사람의 몸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BCI의 미래
BCI 기술은 이 글에서 첫 번째로 소개했던 목적인 기계의 용이한 컨트롤을 이미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앞에서 설명한 BCI의 상용화 예시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BCI는 단순히 기계 조종을 간편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의료, 정보 입출력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이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의 BCI는 적용 가능한 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분야 외에도 VR, AR 등을 이용한 가상현실에 BCI를 접목시켜 실제로 눈앞의 세상에 들어와있는 것만 같은 생생함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BCI 기술이 가진 주된 기능인 뇌의 신호를 기계 장치로 전달하여 기계를 작동시키는 능력을 반대로 응용하여 컴퓨터를 통해 뇌에 자극을 가하는 것이 가능해질 경우 BCI 기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BCI 기술의 응용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적용시킨다면 게임 속 플레이어의 감각, 영화 속 주인공의 감각 등을 뇌로 전달하여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는 이 응용 기술을 통해 신체 부위의 대체가 동작뿐만이 아닌 감각까지 대체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BCI 기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활용 가능한 분야가 매우 넓으며, 이를 응용할 경우 더욱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매우 중요한 신기술이 될 것입니다.
BCI 기술의 상용화 예시, 연구 진행 정도 등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BCI 기술을 바탕으로 한 뇌와 컴퓨터의 연결, 뉴럴링크(neuralink)를 다룬 아래의 동영상을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서해린 학생기자│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안민규&전성찬, 2011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원리 및 기술 동향', 정보과학회지 제29권 제4호, 42-53 pages
[2] 2011년,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동향’, 문화기술(CT) 심층리포트 12호, 한국컨텐츠진흥원
[3] 전황수, 2011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및 개발 동향’, 전자통신동향분석 제26권 제 5호 123-133 pages
[4] 조호현&전성찬, 2012년, ‘뇌전도 기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 한국통신학회지 v.29 no.7, 47-55 pages
첨부 이미지 출처
[1] 2011년,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기술동향’, 문화기술(CT) 심층리포트 12호, 한국컨텐츠진흥원
[2]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
[3,4] 안민규&전성찬, 2011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원리 및 기술 동향', 정보과학회지 제29권 제4호, 42-53 pages
첨부 동영상 출처
[1] https://www.youtube.com/watch?v=LuwMvSWQm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