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종할 수 있는 기술 bci

인간의 뇌파를 해독하여 기계를 직접 조종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신경학적 원리와, 사이보그 시대를 향한 윤리적 딜레마를 분석한다.

편집부 · 2022년 2월 26일 · 읽는 데 4분

공상 과학 개념, 컴퓨터 네트워크로 디지털 코드를 전송하는 인간의 뇌에 직접 부착된 빛나는 사이버네틱 임플란트
공상 과학 개념, 컴퓨터 네트워크로 디지털 코드를 전송하는 인간의 뇌에 직접 부착된 빛나는 사이버네틱 임플란트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불 좀 꺼줘'라고 생각만 했는데 방 안의 조명이 스르르 꺼진다. 게임 컨트롤러를 손에 쥐지 않고도 오직 머릿속으로 '오른쪽으로 이동해 칼을 휘둘러!'라고 상상하자 모니터 속 캐릭터가 정확히 적을 베어 넘긴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초능력 같은 텔레파시가 현실의 실험실에서 끔찍하도록 완벽하게 시현되고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 심지어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 같은 중간 단계를 모조리 건너뛰고,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전선으로 연결해 버리는 궁극의 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이하 BCI)'다. 전신 마비 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기적의 의료 기술로 출발한 BCI는, 이제 일론 머스크 같은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자본과 만나 인간의 지능을 인공지능과 융합(사이보그)하려는 가장 과격하고 섬뜩한 기술 혁명으로 진화하고 있다. 뇌 속의 찌릿한 전기 신호를 0과 1의 디지털 코드로 번역하는 BCI의 신경수학적 원리와 그 뒤에 도사린 해킹의 공포를 들여다보자.

뇌파의 번역, 1천억 개 뉴런의 합창 듣기

우리의 뇌는 1천억 개의 신경 세포(뉴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거대한 전기 회로다. 당신이 '오른팔을 올려라'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의 운동 피질에 있는 수백만 개의 뉴런들이 일제히 미세한 전기를 뿜어내며 찌릿찌릿 신호를 주고받는다. BCI의 핵심은 두개골 안에서 번쩍이는 이 복잡한 전기적 폭풍(뇌파)을 도청하여, 그 패턴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컴퓨터로 해독(디코딩)해 내는 것이다. 초기의 BCI는 머리에 젤을 바르고 수십 개의 전극 모자를 쓰는 뇌파도(EEG) 방식을 썼다. 수술이 필요 없어 안전하지만, 두꺼운 두개골과 두피를 뚫고 나오는 희미한 전기 신호를 잡아야 하기에 마치 야구장 밖에서 수만 명의 함성을 듣고 누가 홈런을 쳤는지 맞히려는 것처럼 정확도가 너무 떨어졌다. 결국 뇌파로 조종하는 드론이나 게임은 속도가 느리고 오작동이 심해 실험실의 장난감 수준에 머물렀다.

두개골을 열다, 침습식 BCI의 혁명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끔찍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택했다.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뇌의 겉면(대뇌 피질)이나 뉴런 깊숙한 곳에 날카로운 바늘 전극을 직접 꽂아 넣는 '침습식(Invasive) BCI'다. 이 방식은 야구장 안으로 직접 들어가 선수들 바로 옆에 마이크를 들이대는 것과 같다. 노이즈 없는 선명한 전기 신호를 잡아낼 수 있다. 실제로 2012년 미국의 전신 마비 환자 잰 슈어먼은 뇌에 작은 전극 칩(유타 어레이)을 이식받은 뒤, 오직 생각만으로 거대한 로봇 팔을 움직여 자신에게 초콜릿을 먹여주는 데 성공하며 전 세계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머릿속으로 팔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뇌에서 발생하는 고유한 전기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하여 로봇 팔의 모터 신호로 번역해 준 덕분이다. 최근에는 뇌에 칩을 박고 상상만으로 1분에 90글자 이상의 문장을 컴퓨터 화면에 타이핑해 내는 소름 돋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첨단 휠체어에 앉아 눈빛과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능숙하게 제어하는 마비 환자, 의료 기술

뉴럴링크, 재봉틀로 뇌를 꿰매다

침습식 BCI는 기적을 만들었지만, 단단한 칩을 말캉말캉한 뇌에 박아두다 보니 뇌 조직이 긁혀 염증이 생기거나 전극이 금방 망가져 버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 한계를 부수기 위해 등장한 억만장자가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Neuralink)'다. 뉴럴링크는 두껍고 뻣뻣한 바늘 대신 머리카락보다 얇고 유연한 수천 가닥의 미세한 플라스틱 실(폴리머)을 개발했다. 이 실을 사람의 손으로 뇌에 꽂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피를 흘리지 않고 뇌혈관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초정밀 재봉틀처럼 실을 뇌 표면에 꿰매주는 로봇 외과의사까지 발명해 냈다. 최근 뉴럴링크의 칩을 이식받은 최초의 사지 마비 환자 놀런 아보는, 침대에 누워 오로지 '생각'만으로 컴퓨터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고 밤새워 문명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며 인류가 사이보그 시대의 문턱을 넘었음을 생생하게 증명했다.

생각을 해킹당하는 시대, 윤리적 악몽

전신 마비 환자를 걷게 하고 시각 장애인의 눈을 뜨게 할 BCI 기술은 인류의 가장 위대한 의학적 성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일상적인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일반 대중의 기기로 상용화되는 순간, 인류는 유례없는 디스토피아적 악몽에 직면하게 된다. 뇌에 이식된 칩이 블루투스나 와이파이로 인터넷과 연결된다는 것은, 내 머릿속의 가장 내밀한 생각과 감정, 심지어 비밀번호를 떠올리는 순간의 뇌파까지 해커에게 털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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