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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체의 비밀 : 색각이상과 4색각

최종 수정일: 2020년 10월 19일




물빛 개울, 투명한 하늘, 싱그러운 초록 이파리, 울긋불긋 피어오른 매화. 우리 세상은 다양한 색으로 가득 차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당장 주위를 둘러보도록 하자. 따스함을 주는 색, 눈을 편안히 해주는 색부터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색, 혹은 강렬하고 화려한 색. 혹은 한 단어로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색부터,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색까지, 정말 다양한 색이 곳곳에 널려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색으로 소통하고는 한다. 두 꽃나무를 구분한다는 상상을 해보자. 그 분류기준은 나무의 키도, 나무의 껍질 모양도, 꽃잎의 모양도 될 수 있겠지만, 주모는 꽃의 색이 그 분류 기준이 된다. 하늘의 색은 종종 시간을 의미하는 장치가 된다. 중요하거나 강조하고 싶은 내용에는 색을 칠 함으로서 표시를 해둔다.

우리가 특정 색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고, 이 색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공통된 색을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언제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는 색이 언제나 상대가 보는 것과 같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색각이상

색각이라는 빛의 파장 차이를 구별해서 색을 분별하는 감각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 색각을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1794년, 이를 부정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색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놀라운 사실(Extraordinary facts relating to the vision of colours)'이라는 제목으로, 저자인 존 돌턴 본인이 겪고 있던 색각이상에 대한 논문이다.


돌턴은 자신이 색을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하는 것을 자신의 안구 유리체 속에 푸른색 물질이 들어있어 붉은빛을 차단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했다. 그가 적색을 볼 수 없는 색맹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사후 안구를 해부하여 자신의 가설의 진위를 판단해 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호기심으로 가득 찬 과학자다운 유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그 가설의 타당성은 반증 되었으나, 이는 색각이상에 대한 최초의 논문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로 인해 적록 색각 이상을 가르키는 daltonism이라는 단어가 탄생하였다.


그렇다면 실제로 색각이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고 등의 원인으로 인한 후천적 색각이상 또한 존재하지만, 본 글에서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선천적 색각이상만을 다루도록 하자. 우리의 망막에는 약한 빛을 감지하는 역할의 간상세포와 색상을 감지하는 역할의 원추세포가 존재한다. 유전자 이상이 발생하지 않은 인간은 3가지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진다. 이 3가지 세포는 각각 적색 원추세포, 녹색 원추세포, 청색 원추세포로, 서로 다른 광색소를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세 시각세포의 정보는 각기 다른 위치에 저장되어있다. 적색과 녹색의 시각세포는 X염색체 위, 청색 시각 색소는 7번 염색체상에 각각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각 유전자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에는 원추세포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색각이상 또한 다양한 종류가 있다. 첫째로는 단색형 색각이상이다. 색상 및 채도 구분능력이 없으며, 명도에 대한 식별능력만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원추세포 전체에 기능적 결함이 발생하거나 원추세포가 1가지 종류만 있기 때문에 발생하며, 극히 드문 색각이상이다. 이보다 조금 더 대중적인 사례는 삼색의 인식을 담당하는 세 원뿔세포 중 하나의 원뿔세포만이 결핍된 경우이다. 세상을 두 색의 혼합으로 인식하며, 제1 색각이상(적색 색각이상), 제2 색각이상(녹색 색각이상), 제3 색각이상(청색 색각이상)의 3가지 종류가 있다. 청색 색각이상은 상대적으로 희소하며, 적색과 녹색의 광색소는 X염색체에 존재하기 때문에 적색 색각이상과 녹색 색각이상은 남성에서 그 비율이 높다. 이외의 경우로 세 원추세포 모두 존재하지만 한 원추세포의 문제로 반응하는 빛의 파장대가 달라져 해당 파장대를 구분하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제1 색약(적색약), 제2 색약(녹색약), 제3 색약(청색약) 또한 존재한다.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색각이상의 개념이다. 색각이상이란 색을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뇌로 받아들이게 되는 색이 다른 경우를 말한다. (물론 단색형 색각이상의 경우 다를 수 있다) 역사기록을 살피면 제2 색각이상자가 초록색이라는 범주 내의 색상 차이를 더 잘 구별한다는 사실을 통해 초록색 위장복을 입은 적군을 구별하기 위해 색각이상자의 능력을 이용했다는 사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더 다채로운 색의 세계

지금까지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색각이 하나 감소하거나 색각의 민감도가 떨어진 사례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유전자 이상이 오히려 더 많은 색각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을까?

이러한 사례는 실제로도 존재한다. 먼저 인간의 사례를 살피기 전, 동물의 사례를 살피도록 하자. 인간보다 더 많은 색각을 가진 동물은 많지 않다. 가장 많은 색각을 가진 동물은 갯가재인데, 총 16가지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색각을 느끼는 동물들이 가지는 ‘4번째 원추세포’는 자외선을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갯가재 이외로도 꿀벌, 나비 등도 자외선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떨까. 인간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수용할 수 있는 원추세포를 암호화한 유전자가 없으므로 일반적으로는 자외선을 볼 수 없다. (인간이 절대 자외선을 볼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천적 수정체 결손은 인간이 자외선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대신 인간 4색각자는 색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들은 무지개에서 10가지 색을 보며, 보통의 3색각자가 백만 가지 색을 구분할 때 그들은 1억 가지의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4색각은 주로 적록색약 유전자 보인자인 여성에게 발생한다. 적록색약의 원인은 위에서 언급하였듯 유전적 이상으로 인한 원추세포의 반응 파장대 변화이다. 만약 원추세포의 이상으로 인해 적 원추세포와 녹 원추세포 중간 파장에 반응하는 색소가 생겨날 경우, 기존의 세 가지 원추세포와 새로운 하나의 원추세포를 가진 4색각자가 탄생하게 된다.


최근 알려진 한 명의 4색각자를 소개하자면, 2012년에 존재가 드러나게 된 인상파 화가 콘세타 안티고가 있다. 그는 나뭇잎의 색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가장자리를 따라 주황색, 붉은색, 자주색이 보입니다. 잎의 그림자 부분에서 당신은 짙은 녹색을 보겠지만 나는 보라색, 청록색, 파란색이 보여요. 마치 색이 모자이크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론상으로 그의 4번째 색각은 불그스름하고 오렌지빛을 띤 노란색을 담당하겠으나, 이 색이 콘세타 안티고 본인에게 어떻게 인식될지는 알지 못 하는 일이다. 4색각에 대한 연구가 성공적인 결과를 낸다면, 우리는 색의 시각적 처리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2018학년도 2학기 바라던Bio

<작성자> 18-101 정예진

<분야> 생리학

<참고 문헌>

개빈 에번스, 「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224, 김영사, 2018

이은희, 「하리하라의 눈 이야기」, 272, 한겨례출판사, 2016

두산백과, 색각,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10279&cid=40942&categoryId=32310

The Science Times, 색맹이 부러워하는 초능력 ‘사색자’,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3%89%EB%A7%B9%EC%9D%B4-%EB%B6%80%EB%9F%AC%EC%9B%8C%ED%95%98%EB%8A%94-%EC%B4%88%EB%8A%A5%EB%A0%A5-%EC%82%AC%EC%83%89%EC%9E%90

경향신문, 동물과 색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709172114005

NewsPeppermint, 보통 사람보다 100배 더 많은 색상을 보는 여성, http://newspeppermint.com/2016/09/11/m-tetrachromat/

<이미지>

01. https://pixabay.com/ko/

02.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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