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사실 암흑물질은 필요 없다 수정뉴턴역학

암흑물질을 가정하지 않고 중력 법칙 자체를 수정하여 은하의 회전 속도를 설명하려는 도발적인 물리학 이론, 수정 뉴턴 역학(MOND)을 분석한다.

편집부 · 2024년 12월 28일 · 읽는 데 4분

우주 물리학, 별들 위에 겹쳐진 복잡한 수학 방정식(MOND)이 있는 빛나는 나선 은하
우주 물리학, 별들 위에 겹쳐진 복잡한 수학 방정식(MOND)이 있는 빛나는 나선 은하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골칫거리이자 미스터리는 다름 아닌 '암흑 물질(Dark Matter)'이다. 천문학자들이 망원경으로 우리 은하나 안드로메다은하의 회전 속도를 측정해 보니, 별과 가스(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의 질량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은하 외곽의 별들이 맹렬한 속도로 돌고 있었다. 뉴턴의 중력 법칙에 따르면 외곽의 별들은 진작에 은하 밖으로 튕겨 나가야 정상이다. 그래서 주류 물리학계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투명하고 엄청나게 무거운 물질(암흑 물질)이 은하 전체를 감싸고 있어서 중력으로 별들을 꽉 붙잡아 주고 있다"는 궁여지책의 가설을 세웠다. 우주 전체 질량의 27%를 차지한다는 이 유령 같은 암흑 물질을 찾기 위해 수십 년간 지하 깊은 곳에 엄청난 돈을 들여 검출기를 지었지만, 단 하나의 입자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1980년대, 이스라엘의 한 물리학자가 너무나도 불경하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암흑 물질 같은 유령을 억지로 만들어낼 게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믿어왔던 뉴턴의 중력 법칙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 암흑 물질 없이 우주의 수수께끼를 수학적으로 우아하게 풀어내려는 반항아들의 이론, '수정 뉴턴 역학(MOND)'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밀그롬의 도발, 가속도가 작을 때는 중력이 다르다

1983년,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의 모르데하이 밀그롬(Mordehai Milgrom) 교수는 주류 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는 '수정 뉴턴 역학(Modified Newtonian Dynamics, MOND)'을 발표했다. 뉴턴의 법칙(F=ma)과 만유인력의 법칙은 태양계처럼 중력이 강하고 가속도가 큰 곳에서는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은하의 변두리처럼 별들이 아주 드문드문 있고 중력이 터무니없이 약한 극한의 환경(가속도가 100억 분의 1 m/s² 이하인 곳)에서는 뉴턴의 법칙이 붕괴하고,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 반비례'하여 훨씬 천천히 약해진다는 수학적 가설을 세운 것이다. 쉽게 말해, 은하 외곽에서는 중력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세게 작동하기 때문에 별들이 빨리 돌아도 튕겨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밀그롬이 자신의 수정한 공식을 은하들의 관측 데이터에 대입해 보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굳이 암흑 물질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령을 수식에 쑤셔 넣지 않아도, 수백 개가 넘는 나선 은하들의 비정상적인 회전 속도 곡선이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들어맞은 것이다.

오컴의 면도날, MOND의 수학적 우아함

MOND 지지자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과학 철학의 기본인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덧붙이지 말고 가장 단순한 이론을 택하라는 원칙이다. 암흑 물질 모델(초대칭 입자 등)은 은하마다 암흑 물질이 얼마나, 어떻게 뭉쳐있는지 제각각 복잡한 가정을 덧붙여야만 겨우 관측 결과를 꿰맞출 수 있다. 반면 MOND는 단 하나의 상수를 뉴턴 방정식에 끼워 넣는 것만으로 눈에 보이는 별의 질량만 가지고 은하의 회전을 기가 막히게 예측해 낸다. 은하 중심부의 별이 많은 곳부터 텅 빈 외곽까지, 관측된 은하들의 모든 궤적 데이터를 MOND만큼 깔끔하고 우아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없다. 지동설을 설명하기 위해 억지로 주전원을 수십 개나 갖다 붙였던 천동설 학자들처럼, 주류 물리학자들이 암흑 물질이라는 환상에 빠져 억지 수식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 MOND 진영의 맹렬한 비판이다. 중력 법칙의 수정을 나타내며 디지털 격자로 희미해지는 아이작 뉴턴의 초상화

총알 성단, 암흑 물질의 뼈아픈 반격

MOND가 은하 하나의 회전은 완벽하게 설명했지만, 주류 학계(암흑 물질 진영)가 코웃음을 치며 반격에 나선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6년에 관측된 '총알 성단(Bullet Cluster)'이다. 두 개의 거대한 은하단이 맹렬한 속도로 충돌한 현장인데, 이곳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충돌 부위에 가스(눈에 보이는 물질)가 뭉쳐 있었다. 그런데 중력 렌즈 효과(빛이 꺾이는 현상)를 통해 실제 중력이 어디서 강하게 작용하는지 측정해 보았더니, 중력의 중심은 가스가 뭉친 곳이 아니라 충돌 지점을 이미 통과해 멀찍이 빠져나간 텅 빈 공간 양쪽에 쏠려 있었다. 주류 학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봐라, 부딪혀 뭉쳐 있는 눈에 보이는 물질(가스)과, 충돌하지 않고 그냥 통과해버린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완전히 분리된 명백한 증거다!" MOND 이론으로는 눈에 보이는 가스가 중력의 중심이어야 하므로, 총알 성단의 기괴한 중력 분포를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 사건으로 MOND는 치명상을 입고 학계의 변방으로 쫓겨나는 듯했다.

상대론적 MOND(TeVeS)와 끝나지 않은 전쟁

총알 성단의 일격에도 불구하고 MOND 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야콥 베켄슈타인은 MOND를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맞게 진화시킨 '텐서-벡터-스칼라 중력 이론(TeVeS)'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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