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도파민
인간의 동기 부여와 쾌락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생화학적 메커니즘과, 스마트폰 알고리즘이 낳은 현대인의 도파민 중독 문제를 해부한다.
편집부 · 2022년 10월 25일 · 읽는 데 4분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5분만 더 자고 싶어 이불을 뒤집어쓰다가도, 오늘이 고대하던 해외여행을 떠나는 날이라면 눈이 번쩍 떠지고 몸이 용수철처럼 튕겨 올라간다. 똑같은 피곤한 몸인데 이 엄청난 에너지와 의욕은 도대체 어디서 솟아난 것일까? 밤새워 게임을 할 때는 피곤한 줄 모르다가, 두꺼운 전공 책만 펼치면 5분 만에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지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 뇌 속에 흐르는 화학 물질, '도파민(Dopamine)'이 당신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행복 호르몬'이 아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게 만들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게 채찍질을 가하는 차갑고 강력한 '동기 부여(Motivation)'의 신경전달물질이다. 원시 시대 인류를 사냥터로 내몰아 생존하게 만든 이 훌륭한 뇌 속의 보상 시스템이, 21세기 스마트폰과 숏폼 알고리즘이라는 디지털 마약과 만나면서 우리의 뇌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중독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지 도파민의 두 얼굴을 파헤쳐 보자.
쾌락의 쥐, 올즈와 밀너의 실험
도파민이 관장하는 뇌의 '보상 회로(Reward Circuit)'의 강력함은 1954년 피터 올즈와 제임스 밀너의 유명한 쥐 실험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쥐의 뇌 깊숙한 곳(측좌핵)에 미세한 전극을 꽂고, 쥐가 발판을 누를 때마다 찌릿한 전기 자극을 주었다. 이 부위가 자극을 받으면 뇌 안에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발판을 누르는 쾌락에 중독된 쥐는 밥 먹는 것도, 교미하는 것도 모두 포기한 채 오로지 발판만 미친 듯이 눌러댔다. 하루에 무려 7천 번을 누르며 피가 날 때까지 집착하던 쥐는 결국 굶어 죽고 말았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뇌 역시 이 쥐와 똑같은 회로(복측피개영역에서 측좌핵으로 이어지는 도파민 경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칭찬을 받거나, 심지어 코카인이나 필로폰 같은 마약을 할 때 이 회로에서 도파민이 쏟아져 나온다. 도파민은 "방금 한 행동이 너의 생존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니까, 무슨 짓을 해서든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해!"라고 명령하는 진화의 강력한 지휘관이다.
예측 오차, 기대감이 도파민을 분비한다
많은 사람들이 도파민을 '목표를 달성했을 때' 분비되는 쾌락 물질로 오해한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의 발견(볼프람 슐츠의 원숭이 실험)에 따르면, 도파민은 보상을 받았을 때가 아니라 보상을 '기대할 때' 가장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로또 1등에 당첨된 순간보다, 토요일 저녁 로또 번호를 맞춰보기 직전의 두근거림이 도파민의 절정인 것이다. 특히 뇌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보상 예측 오차(Reward Prediction Error)'에 미친 듯이 열광한다. 매번 누를 때마다 사과가 나오는 자판기보다, 언제 사과가 나올지 모르는 랜덤 확률 자판기(슬롯머신) 앞에서 도파민 분비량은 극대화된다. 카지노의 룰렛이나 가챠 게임(확률형 아이템)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이 불확실성이 주는 도파민의 폭발적인 분비 때문이다. 도파민은 보상 자체의 즐거움(Liking)보다는, 보상을 갈망하고 쫓아가게 만드는 집착(Wanting)을 설계하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의 반격, 내성과 중독의 메커니즘
강력한 도파민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뇌는 항상성(Homoeostasis), 즉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고집스러운 성질이 있다. 게임이나 숏폼 영상 시청, 설탕 폭탄 음료처럼 인위적으로 도파민을 미친 듯이 분비시키는 행동을 반복하면, 뇌는 도파민의 홍수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도파민을 받아들이는 수용체(Receptor)의 숫자를 대폭 줄여버린다(하향 조절). 이것이 바로 '내성(Tolerance)'이다. 수용체가 쪼그라들었으니 이제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에는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만 봐도 재밌었는데, 이제는 15초짜리 틱톡 쇼츠를 1시간 내내 넘기지 않으면 뇌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팝콘 브레인)가 되어버린다. 더 끔찍한 것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극이 사라지는 순간 도파민 수치가 기준선 밑으로 뚝 떨어지며 끔찍한 무기력증, 불안, 우울증(금단 현상)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인들은 기쁨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끔찍한 무기력함을 피하기 위해 강박적으로 다시 스마트폰 화면(더 독한 자극)을 쥐어짜는 '중독(Addiction)'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도파민 디톡스, 뇌의 전두엽을 깨워라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인공적인 도파민 폭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도파민 디톡스(Fasting)'가 유행하고 있다. 일정 시간 동안 스마트폰, 게임, 자극적인 음식 등 즉각적인 쾌락을 주는 모든 행동을 끊고 뇌의 수용체가 다시 민감해지도록 휴식기를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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