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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행동을 결정하는 도파민

뇌의 기능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 사람을 사람 답게 만들어주는 기관을 꼽자면, 그건 단연코 뇌일 것이다. 뇌는 고작 지방과 단백질 정도로 이루어져 있지만, 뇌를 포함한 신경계는 우리 신체 전부를 아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가 대체 무슨 기능을 하길래, 어떤 원리로 이루어졌길래 이리도 대단한 역할을 할까?


우리 신체 중 뇌의 모습

사실 그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모든 생명체는 아주 신기하게도 하나도 빠짐없이 세포라는 기본 단위로 이루어졌다. 중요한 것은 모든 세포가 수행하는 일의 메커니즘이 똑같다는 것이다. 그 중 신경계, 즉 뇌는 뉴런이라는 세포 내부로의 이온의 움직임을 통해서 신호를 주고받는 역할을 한다. 눈과 귀, 입 등의 감각기관이 외부의 신호를 세포의 전위차로 바꾸고 나면, 이를 적절히 통합하는 기관이 뇌인 것이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신호전달은 두 뉴런 사이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에서 분비되는가에 따라 다음 뉴런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달라지고, 이는 신경회로의 output 변화로 이어진다.


도파민

신경전달물질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신경회로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유명한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이다.


도파민의 구조

1957년에 런던 근교의 런웰 병원 연구실에서 발견된 뇌 속 화학물질, 도파민은 처음에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화학물질의 체내합성을 돕는 물질 정도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 화학물질이 인간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도파민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게 된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도파민이 활성화될 때마다 쾌감을 느꼈다고 하고, 이 세포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 도파민을 갈구하는 생리적 욕구가 커지면 도파민에 저항할 수 없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만들어내는 뇌세포의 수가 오직 0.0005%, 즉 2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소량의 비율을 차지하지만 사람의 행동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이 화학물질은 ‘쾌락 분자’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고, 이 도파민을 활성화시키는 뇌의 회로는 보상회로라 불리게 된다.


여기 까지가 뇌과학에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도파민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도파민에 대한 현대의 해석은 단순히 쾌락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관련된 대표적인 실험으로는 원숭이와 전극 실험이 있다.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도파민이 활성화 될 때 마다 확인할 수 있게끔 한다. 그리고 원숭이한테 전구 2개와 상자 2개를 제시한다. 만약, 왼쪽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면 사료는 오른쪽 상자에 있는 것이고, 오른쪽 전구에 불이 들어왔다면 사료는 왼쪽 상자에 있다. 원숭이는 처음에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치며, 사료를 얻어냈고 음식을 먹을 때, 예상대로 도파민이 분비되었다. 그렇게 과정을 계속 반복하고, 원숭이가 규칙에 익숙해질 때 즈음, 원숭이가 음식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 대신, 전구에 불이 들어왔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는 기존의 도파민에 대한 관념에 균열이 생김을 뜻한다. 쾌락의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는 원숭이는 음식을 먹는 순간에 쾌감을 느낀다. 즉 음식이 더 이상 먹고 싶지 않거나 물리지 않는 이상, 음식을 먹을 때의 도파민은 계속 충족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쾌감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음식 대신 전구에 도파민이 활발히 반응하는 것은 도파민이 단순히 쾌락분자로 치부될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이 결과로부터 우리는 도파민은 현재 쾌락의 정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하는 데에 더 가까운 분자라는 것을 추론해볼 수 있다.


우리 삶은 여러가지 기대감에 도파민을 느낀다. 예를 들자면 오랫동안 뜸했던 친구의 메시지, 애인이 몰래 준 선물, 배달음식을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 등등.. 하지만 이런 일이 일상이 되고 더 이상 우리의 기대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불타고 있던 도파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팍 식어버린다. 아까 말했듯이 인간을 인간 답게, 행동과 사고를 결정하는 것은 뇌이다. 그리고 이런 도파민은 인간이 끊임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을 갈망하도록 이루어졌다는 것을 설명한다. 갖가지 가능성에 미래를 생각하며 불타오르다가도,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흥분과 기대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인간의 뇌가 가진 발칙한 특징이다.


현재지향적 vs 미래지향적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생리학 명예교수인 존 더글라스 페티그루는 뇌가 바깥세상의 3차원 지도를 그려내는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뇌는 바깥 세상을 개인공간과 외부공간이라는 두 구역으로 엄격하게 나누어 관리한다. 기본적으로 개인공간은 팔을 양 옆으로 벌린 자세로 빙 돌았을 때 그려지는 궤적 안의 영역을 칭한다. 이 안의 모든 사물은 나의 통제 아래에 있고, 반면에 내가 자리를 옮기지 않는 이상 닿을 수 없는 공간은 나를 기준으로 외부공간이며, 가능성과 상상의 세계이다. 좀 더 나아가 생각해보자. 나와 거리가 먼 외부공간이라는 것은 닿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미래의 상황과 가능성을 위주로 판단하게 된다. 반면 개인공간 내에서의 사건은 즉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감각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크게 반응하게 되며, 그 결과 사람은 기뻐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흥분을 폭발시키는데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확인할 수 있었듯이, 뇌에는 개인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에 기여하는 신경전달물질 또한 존재한다. 이는 현재지향적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며, 대표적으로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그리고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분자들이 있다. 도파민이 기대감을 통해 기쁨을 주는 것과 달리, 이 화학물질들은 실제 감각과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선사한다고 한다.


도파민으로 설명되는 것들 - 욕망과 의지력

도파민의 기대감, 미래지향적, 외부공간이라는 키워드로부터 우리는 삶 속의 여러 것들을 해석할 수 있다. 그 중도파민과 가장 관련된 것은 바로 욕망이다. 우리는 닿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상상한다. 좋은 예를 들자면 비행기가 있다. 비행기를 타보기 전, 하늘을 직접 날아보기전 우리는 비행기를 무슨 하늘을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는 꿈의 물건인 양 말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직접 타보면 알 수 있듯이, 비행기 안은 굉장히 비좁고, 답답하다. 막상 비행기를 타면 하늘을 자유로이 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막상 현실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할리우드 배우는 어떨까? 우리는 모두한테 사랑받고 항상 멋진 외모를 뽐내는 그들을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14시간 내내 조명 아래서 촬영하며, 여배우는 성적으로 착취, 남자 배우는 근사해보이기 위해 스테로이드와 성장주사를 맞는다. 이렇듯, 실제와 상상의 괴리는 우리한테 욕망하는 것과 선호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즉 욕망과 선호를 구분하는 것으로부터 우리는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의지력 또한 도파민으로 설명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다. 동기부여, 즉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은 인간의 감정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리고 이는 현재지향적과 미래지향적으로 나뉜다. 현재지향적 물질이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방식은 감정과 감각을 통해서다. 즉, 우리가 어떤 일을 하며 즐겁다 느낄 때, 혹은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나에게 피해로 돌아올 것이 느껴질 때, 우리는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다. 반면, 도파민은 미래의 목표를 위해 끈기 있게 노력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신기한 점은 이러한 의지력이 점점 쓸수록 소모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쿠키와 채소 실험이 있다. 실험 자체는 간단하다. 실험자들을 두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한테는 갓 구운 쿠키를, 한 그룹한테는 채소를 준다. 그 뒤, 각각의 그룹한테 문제를 푸는 임무를 준다. 이때 문제는 답이 존재하지 않으며, 실험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문제를 포기하기까지 걸린 시간을 각 그룹마다 확인한 결과, 쿠키를 먹은 그룹은 문제를 포기하기까지 평균적으로 19분이 걸리는 반면, 채소를 먹었던 그룹은 문제를 포기하기까지 평균적으로 8분이 걸렸다. 이러한 대략 2배 정도의 시간 차이를 통해 우리는 유혹을 참는 데에는 그만큼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따름을 알 수 있다.


도파민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은 이외에도 사실 무궁무진하다. 뇌를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인간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에 갇힐 때가 있다. 그럴 때 자신에 대해 통찰하고 돌아볼 수 있는 지식들이 있다는 것은 이를 벗어나는데 참으로 도움되는 일이다. 이 기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


 

윤준식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도파민형 인간, 대니얼 Z. 리버먼, 마이클 E. 롱 지음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0102301929

[2] https://m.blog.naver.com/sorak123/222302859619

[3] https://dadoc.or.kr/1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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