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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어린이날 헬륨 풍선, 모두 어디로 갔을까?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18일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 중, 어렸을 적에 헬륨 풍선을 가지고 놀아보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보통 ‘헬륨’이라 한다면 저절로 떠오르는 풍선, 마셨을 때 높아지는 목소리 등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 헬륨은 많은 곳에 쓰이고 있으며 심지어는 언젠가 고갈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위기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금부터 헬륨의 다양한 용도, 헬륨 생산과 추후 전망에 관해 알아보자.


이상기체와 가장 가까운 기체, 헬륨

헬륨은 현존하는 원소 중 가장 끓는점과 녹는점이 낮은 기체이다. 더불어, 헬륨은 용해도가 낮고 열 전도도가 높으며, 비활성 기체이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은 영역에서 이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용례는 초전도체 냉각이다. 초전도 현상이 발현하기 위해서는 수십 캘빈에서 수 캘빈에 달하는 낮은 온도까지 냉각해야 하는데, 이러한 극저온 냉동기의 냉매로 헬륨이 이용된다. Cryocooler라고 불리는 극저온 냉동기는 MRI, 핵융합로 등의 작동에 핵심적이며, 화학과 같은 분야에서 범용되는 NMR 장비에서도 초전도 자석을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MRI와 NMR, 그리고 기타 초전도체의 유지만 하더라도 전체 헬륨 사용량의 32%를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헬륨은 원자량이 작아서 매우 뛰어난 열 전도도를 지니고 있다. 열 전도도가 0.01~0.03W/mK에 달하는 다른 기체들에 비해, 헬륨과 수소는 각각 0.15W/mK, 0.18W/mK의 열 전도도를 보여준다. 다만 수소는 폭발성이 있으며, 특히 고압의 수소는 안전하게 다루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여러 제품들의 제조 공정에 헬륨이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위 그래프에 나와 있듯이, 특히 광섬유와 반도체를 생산할 때 헬륨이 냉각재로 많이 이용된다. 광섬유의 경우에는 유리섬유를 길게 늘인 다음 식히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헬륨 기체 속에서 빠르게 냉각을 진행해야만 유리섬유 속 기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광섬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물질 없는 투명한 클래딩이기 때문에, 기포를 만들지 않는 제조기술은 광섬유 제조에 필수적이다. 최근 들어 5G 기술의 상용화로 인해 광섬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광섬유 제조에 필요한 헬륨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헬륨은 로켓에도 사용된다. 로켓엔진은 엄청난 속도로 연료와 산화제를 소모하기 때문에, 연료탱크 속의 연료가 고압을 유지해 터보펌프 속으로 연료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탱크 속 압력을 유지시켜줄 기체가 필요한데, 로켓엔진은 주로 액체산소와 케로신, 액체 수소까지 이용하므로 탱크 내 온도가 매우 낮아 다른 기체로는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탱크 내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헬륨을 사용하는데, 이 때 로켓에 사용되는 연료 비용보다 헬륨 비용이 약 10배 더 많이 든다고 한다. MRI나 NMR, 그리고 앞서 언급한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헬륨은 여러 번에 걸쳐 재사용되지만, 대다수 로켓은 한번 사용한 후 헬륨과 함께 버려지기에 그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한해 발사되는 로켓 수가 채 100대밖에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로켓이 소모하는 헬륨의 양은 전체의 수요의 18%에 달한다.



저온을 유지하는 로켓의 표면에 응결해 붙어있던 얼음이 떨어져 나가는 장면 로켓의 높이가 20층 아파트 높이임을 고려하면 얼음 조각들이 얼마나 크고 두꺼운지 볼 수 있다.

헬륨이 비활성 기체라는 점 또한 많은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용접이다. 다양한 용접 기술 중 SMAW, TIG, MIG 등의 방법을 사용할 때는 아래 그림과 같이 높은 전압을 걸어 전극 사이의 공기 분자들을 이온화시킨다. 이렇게 초고압 전류를 이용해 공기 분자를 이온화시키는 것을 arc 방전이라고 하는데, 그림과 같이 이온화된 공기 분자들은 초고온 플라스마의 형태를 띠고 있다. 마치 납땜을 할 때 인두를 이용해 땜납을 녹이는 것처럼, 아래 모식도에서도 볼 수 있듯이 arc 방전을 이용해 용접하고자 하는 금속을 녹임으로써 용접이 진행된다. 이때 용접 도중에 금속에 산소, 수증기, 질소가 접촉해 용접의 질을 낮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Shielding gas가 사용된다. 대기에 0.934%나 들어 있는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은 저렴하고, 대기보다 무거우므로 다루기가 쉽다. 하지만, 헬륨의 경우에는 이온화 에너지가 가장 높은 원소이기 때문에 더 높은 전압에서 arc를 형성하며, 플라스마 온도도 아르곤보다 훨씬 높다. 그렇기에 헬륨은 용접 시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가 있어야 하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구리 등의 용접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두 텅스텐 막대 사이에 고전압을 걸어 발생한 arc 방전. 막대 사이의 arc는 초고온 플라스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치 높은 온도를 이용해 땜납을 녹이는 인두처럼 각종 금속을 녹이는 역할을 한다.

용접 방법의 하나인 TIG welding. 텅스텐 팁과 금속 사이에 강한 전압을 걸어 arc를 발생기키고, arc의 높은 온도를 이용해 용접을 진행한다.

헬륨의 낮은 용해도 또한 많은 분야에서 이용된다. 다이버들은 다양한 기압 내에서 호흡하기 때문에, 용해도가 높은 기체를 호흡한다면 혈액 내 기포로 인해 발생하는 같은 잠수병을 겪을 수 있다. 질소의 용해도는 약 20mg/L인 데에 비해 헬륨의 용해도는 1.5mg/L이며, 분자량 차이를 고려한다면 잠수병에 의한 후유증을 약 100배가량 감축시킬 수 있다. 또한, 고압에서 기체의 밀도가 높아져 호흡하기 어려울 때도 있는데, 헬륨은 밀도가 높은 데다가 비활성 기체여서 점성이 매우 낮아 호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런 특성들 때문에 헬륨 가스는 다이버들의 공기통에 질소를 대신해 사용된다.


이 외에도 헬륨의 높은 중성자 투명도와 열 전도도를 이용한 원자로 냉매로서의 활용, 낮은 굴절률을 이용한 망원경 내 기체로서의 활용, 높은 확산 속도를 이용한 기체 크로마토그래피 매질로서의 활용, 엄청난 확산성을 이용한 배관 누수 시험 기체로서의 활용 등 무궁무진한 사용성을 지니고 있다.


헬륨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헬륨이 주는 문명적 이기가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화석 원료의 매장량이 유한한 것처럼, 헬륨의 매장량 또한 유한하다. 헬륨은 기체인데 왜 매장량을 논하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헬륨의 대기 중 농도는 5.24ppm에 불과하며 대기 중에서 헬륨을 추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가 사용하는 헬륨은 땅속 깊은 곳으로부터 나온다. 땅속의 우라늄이나 토륨 광석은 방사성 붕괴를 거치며 알파 광선을 방출하는데, 이때 상당수의 알파 광선이 전자를 흡수해 헬륨으로 바뀌게 되며, 이렇게 생성된 헬륨은 지표면을 향해 점점 상승하다 천연가스층을 만나 섞이게 된다.

헬륨 생산지에서 헬륨을 분리해내기 위해서는 냉각 과정을 통해 천연가스 속 질소와 메탄과 같은 기체를 액화시키는 공정이 사용된다. 헬륨은 미국에 상당량이 매장되어있는데, 매장량이 바닥날 때 세상에 불러올 파장을 우려해 ‘Helium Act of 1925’, ‘Helium Acts Amendments of 1960’과 같은 법률을 지정해 헬륨의 생산, 소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헬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수요가 많이 증가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헬륨 수요가 급등하며 정제된 헬륨의 판매가가 4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헬륨 매장량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초전도체의 상용화와 광섬유 수요 증가로 인해 헬륨 수요가 급등했으며, 2002년에서 2007년까지 헬륨 가격은 2배가량 치솟았다. 다만, 최근에는 카타르와 러시아 등지에서 큰 규모의 헬륨이 매장되어있음이 밝혀지며 헬륨 가격이 잠시나마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지금의 헬륨 생산량을 비추어 보았을 때 지금 세대가 죽을 때까지 헬륨이 바닥날 우려는 없지만, 여느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수 세기 후에는 고갈의 우려가 있다. 화석연료의 경우에는 지속 가능한 대체 에너지들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지만, 헬륨을 대체할 물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만약 미래 인류가 헬륨을 모두 사용해버린다면 MRI, NMR, 반도체와 광섬유 인터넷, 우주 비행, 용접 기술과 스쿠버다이빙까지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인류는 헬륨의 대체재를 기어코 찾아내 문명을 이어나갈까? 수소만을 이용해 공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며 자주 회자하는 핵융합 발전에 관한 연구는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겉으로는 인류를 수천 년 동안 밝혀줄 지속 가능한 에너지처럼 보이지만, 나중에는 헬륨이 고갈되어 더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 수단이 아니게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놀이동산의 헬륨 풍선이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헬륨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헬륨 풍선 업계는 거의 사장되었다고 봐도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지속 불가능한 자원들의 소모로 인해 하나둘씩 인간의 전유물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지속 불가능한 자원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기술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참고자료

[1] U.S. Department of the Interior, U.S. Geological Survey (2015). "Helium" (PDF). Mineral Commodity Summaries 2014. pp. 72–73. Archived from the original on 2014-04-04. Retrieved 2014-05-31.

[2] https://news.joins.com/article/23468731

[3] A.M. Bradshaw, T. Hamacher, Nuclear fusion and the helium supply problem, Fusion Engineering and Design 88 (2013) 2694–2697

[4] https://en.wikipedia.org/wiki/Arc_welding

[5]https://www.cnbc.com/2019/04/12/helium-shortage-is-hitting-balloons-and-scientific-research.html

[6]https://www.computerworld.com/article/2468897/127546-How-technology-uses-helium.html


첨부 이미지 출처

[1] U.S. Geological Survey, IHS Chemical

[2] Space Exploration Technologies

[3]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Lichtbogen_3000_Volt.jpg

[4] http://kili.coo.literaturagentur-wortwerkstatt.de/tig-welding-diagram.html

[5] https://hackaday.com/2016/07/11/the-dubious-claim-of-a-world-helium-shortage/

[6] https://www.bookofjoe.com/2012/05/the-helium-bubble.html


 

작성자│명경민

발행호│2020년 봄호

키워드#헬륨 #지속가능성 #극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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