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체인지와 무관하게, 불투명한 물체를 통과할 때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에 배웠다고 생각되는 “그림자가 생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직진하는 빛은 물체를 만나면 반사되거나 흡수되고, 따라서 물체 뒤에 빛이 지나지 않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림자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림자 없는 빛
오스트리아의 빈 공과대학(Technische Universität Wien)과 네덜란드의 위트레흐트 대학(Utrecht University)의 최근 공동 연구에 따르면, 마치 물체가 없는 것처럼, 빛이 통과하더라도 그림자가 발생하지 않는 불투명한 물체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하나의 거대한 물체에 해당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가루, 구름, 모래 등 불규칙적으로 배열된 입자들의 모임인 흐트러진 매개체(Disordered Medium)의 경우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물체였다면, 반사 혹은 흡수로 빛이 행동했겠지만, 이러한 입자들의 모임을 빛이 통과하게 된다면 산란이 발생합니다. 이 산란을 이론적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면, 산란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산란 불변 모드의 빛”
빈과 위트레흐트의 연구진은 산화 아연을 산란 매체로 사용하여 위의 예측을 실시했습니다. 위트레흐트 대학의 연구를 이끌었던 앨러드 모스크 교수에 의하면, “산화아연은 불투명하고, 희며, 완전히 임의적으로 분포되는 입자들이기 때문에” 산화아연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산란 매체의 양쪽에 광원과 빛 감지기를 설치한 연구진은 매우 작은 빛 시그널을 산란매체에 가한 뒤, 그 빛이 감지기에 어떻게 인식되는지 분석했습니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 특정한 빛 시그널들이 감지기에 도달하는 방법을 계산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서 해당 산화아연 층의 산란적 특성에 대해 분석할 수 있었던 것 입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두 대학의 연구팀들은 빛의 위상이 전혀 변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산란 매체를 통과한 전후로 빛에 나타난 변화는 약간의 세기 감소가 유일했습니다.
빈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를 가르치고 있는 스테판 로터 교수에 따르면, 그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특성을 지닌 빛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산란 불변 모드의 빛(scattering-invariant light modes)라고 명명한 이 빛은 공기 중과 산란 매체를 통과할 때에 무관하게 같은 파동 패턴이 감지되었습니다.”라고 로터 교수는 말합니다.
이러한 산란 불변 모드의 빛들은 한 파장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 존재합니다. 이러한 빛들을 합치게 되면, 그 빛의 산란 불변 특징은 유지됩니다.
박사 과정 학생으로서 이 실험에 참여했던 제로언 보쉬는 산란 불변 모드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말합니다. “가장 많이 사용했던 이미지는 북두칠성 별자리의 이미지였습니다. 산란 불변 모드의 빛들은 산화아연으로 이루어진 산란 매체를 통과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감지기에 거의 동일한 빛이 감지되었습니다.”
엑스레이를 대체할 수 있을까?

해당 연구에 박사과정으로 참여하여, 파동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집중적으로 진행한 마티아스 퀴마이어는 이 연구가 발전된다면, 엑스레이의 대체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는 신체의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해 사용됩니다. 엑스레이의 파장이 매우 짧고, 그로 인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산란 불변 모드의 빛은 단순히 파장 뿐 아니라 파형에 의해서도 결정되어집니다. 현재는 산화아연에 대해서만 실험이 진행되었지만, 생물학적 연구와 결합된다면, 특정 지점의 내부를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세포의 내부를 관측하는 것 역시 변환점을 맞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현재의 이런 연구를 계속적으로 발전시켜간다면, 엑스레이의 대체가 가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이 연구에 대한 더 많이 알아보려면
산란 불변 모드의 빛에 대한 이 연구는 Nature Publishing Group의 광학 잡지인 Nature Photonics에 개제되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의 국가간 공동 연구에서 실험은 주로 빈 공과대학에서, 이론적인 탐구는 주로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주로 이루어졌기에 실험과학과 이론적 과학의 융합의 중요성을 시사한다고 공동연구진은 말합니다. 이 연구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려면 P. Pai, J. Bosch, M. Kühmayer, S. Rotter, A.P. Mosk; Scattering invariant modes of light in complex media, Nature Photonics (2021) 논문을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전진협 | Physics & Earth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P. Pai, J. Bosch, M. Kühmayer, S. Rotter, A.P. Mosk; Scattering invariant modes of light in complex media, Nature Photonics (2021).
[2] Newatlas.com
[3] Tuwien.at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한겨레 일보 hani.co.kr
[2] 빈 공과대학 tuwien.at
[3] Pintere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