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날개를 퍼덕인다
강철로 만든 거대한 비행기 날개가 비행 중 새처럼 퍼덕이는 이유와, 공력 탄성학이 해결해야 할 플러터 현상의 위험성을 탐구한다.
편집부 · 2021년 7월 24일 · 읽는 데 4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비행기를 타고 창밖을 내다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수백 명의 승객과 무거운 짐을 싣고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강철 비행기의 거대한 날개가, 마치 살아있는 새가 퍼덕이듯 위아래로 심하게 출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쇠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단단한 날개가 저렇게 펄럭이다가 어느 순간 뚝 부러져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심이 밀려온다. 하지만 항공 공학자들은 미소를 지으며 안심하라고 말한다. 비행기의 날개가 퍼덕이는 것은 기체가 부실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부러지지 않고 하늘을 안전하게 날기 위해 공학자들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고도의 '유연함(Flexibility)' 덕분이다. 딱딱함이 유연함을 이길 수 없는 하늘 위의 치열한 공기역학, 그리고 자칫 선을 넘을 경우 비행기를 공중에서 산산조각 내버리는 끔찍한 진동인 '플러터(Flutter)'와의 아슬아슬한 사투를 들여다보자.
부러지지 않기 위해 휘어지다
하늘 위 10km 상공은 결코 잔잔한 호수가 아니다. 시속 300km가 넘는 제트 기류와 난기류(Turbulence)가 수시로 비행기의 배면을 강타하는 거친 폭풍의 바다다. 비행기가 이 험난한 공기의 파도를 뚫고 날아갈 때, 비행기 전체 질량(수백 톤)을 하늘에 떠 있게 하는 엄청난 '양력(Lift)'은 오로지 얇고 긴 두 개의 날개 뿌리(동체와 연결된 부위)에 집중된다. 만약 비행기 날개를 휘어지지 않는 완벽하게 딱딱한(Rigid) 강철판으로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난기류를 만나 날개 끝에 갑작스러운 충격이 가해졌을 때, 그 엄청난 응력(스트레스)이 날개 뿌리로 고스란히 전달되어 용접 부위가 찢어지거나 날개 전체가 툭 하고 부러져버리고 말 것이다. 태풍이 불 때 뻣뻣한 큰 나무는 뿌리째 뽑히지만 낭창낭창한 갈대는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이치와 같다. 항공 엔지니어들은 알루미늄 합금이나 탄소 복합 신소재를 겹겹이 쌓아 올려, 평소 비행할 때 날개 끝이 위로 2~3미터는 우습게 휘어 올라가 공기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완충기(쇼크업소버)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날개의 퍼덕임은 곧 비행기의 유연한 생존 본능이다.
피로 파괴, 보이지 않는 균열의 공포
하지만 날개가 너무 자주, 너무 심하게 퍼덕이면 새로운 치명적인 적을 만나게 된다. 바로 '피로 파괴(Fatigue Failure)'다. 철사 옷걸이를 양손으로 쥐고 구부렸다 폈다를 수십 번 반복하면 결국 뚝 끊어지는 현상과 같다. 한 번의 큰 충격은 견딜 수 있지만,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며 날개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수만 번의 미세한 스트레스가 금속 내부에 누적되면 어느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크랙)이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이 찢어지게 된다. 실제로 1950년대 최초의 제트 여객기였던 영국의 코메트(Comet) 호는 이 금속 피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네모난 창문 모서리에 응력이 집중되며 비행 중 동체가 공중 분해되는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오늘날 항공사들은 피로 파괴를 막기 위해 초음파와 엑스레이 검사 장비를 동원해 날개 표면과 리벳 연결 부위의 미세한 실금 하나까지 집요하게 찾아내며, 일정 비행 횟수(사이클)를 넘긴 부품은 아무리 멀쩡해 보여도 가차 없이 폐기 처분하는 엄격한 수명 관리를 하고 있다.
플러터(Flutter), 날개를 찢는 공명 현상
비행기가 하늘을 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난기류가 아니라, 날개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악마의 진동인 '플러터(Flutter)' 현상이다. 모든 물체는 자신만이 편안하게 흔들리는 고유 진동수(Natural frequency)를 가지고 있다. 비행기가 빠른 속도로 날아갈 때 날개 위아래로 흐르는 공기의 흐름(소용돌이)이 날개를 미세하게 튕겨내는 힘(공기 역학적 힘)과, 날개가 탄성 때문에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힘이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네를 탈 때 흔들리는 타이밍에 맞춰 뒤에서 살짝만 밀어주면 그네가 미친 듯이 높이 치솟는 '공명(Resonance)' 현상과 똑같다. 플러터 현상이 발생하면, 초기에는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던 날개가 불과 2~3초 만에 진폭이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며 그 엄청난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날개가 꽈배기처럼 비틀리며 공중에서 통째로 뜯겨 나가 버린다. 플러터는 비행기의 속도가 특정 임계점(임계 플러터 속도)을 넘어서는 순간 벼락처럼 찾아오는 가장 파괴적인 공기 역학의 사형 선고다.
공력 탄성학, 흔들림을 지배하는 과학
플러터로 인한 공중분해를 막기 위해 항공 공학자들은 '공력 탄성학(Aeroelasticity)'이라는 학문을 극도로 발전시켰다. 이들은 새로운 비행기를 설계할 때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날개가 어떤 속도에서 어떤 주파수로 흔들릴지 수만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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