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비트코인 채굴은 왜 그렇게 많은 전기를 쓰나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전력 소비는 일부 나라 전체와 견줄 만하다는 추정이 나온다. 그 전기가 어디에 쓰이는지, 왜 효율을 높여도 줄지 않는지 작업 증명의 구조로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1년 6월 18일 · 읽는 데 4분

창고 안에 줄지어 놓인 불빛 깜빡이는 채굴 장비들
창고 안에 줄지어 놓인 불빛 깜빡이는 채굴 장비들

비트코인 채굴이 많은 전기를 쓰는 이유는 네트워크의 보안이 일부러 많은 계산을 하게 만드는 작업 증명 방식에 기대기 때문이다. 채굴자들은 새 거래 기록 묶음을 장부에 붙일 권리를 얻으려고, 정답을 운에 맡겨 찾을 수밖에 없는 계산 문제를 엄청나게 반복해서 푼다. 이 경쟁이 치열할수록 문제의 난이도는 자동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장비의 효율이 좋아져도 전체 전력 소비는 줄지 않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다.

채굴자는 무엇을 계산하나

비트코인의 거래 기록은 약 10분마다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 장부에 덧붙는다. 다음 블록을 붙일 권리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숫자를 먼저 찾은 채굴자에게 돌아가고, 그 채굴자는 새로 발행되는 비트코인과 거래 수수료를 보상으로 받는다.

그 조건은 이렇다. 블록의 내용과 임의로 바꿔 넣는 숫자를 합쳐 해시 함수에 넣었을 때, 결과값이 정해진 기준보다 작아야 한다. 해시 함수의 결과는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숫자를 찾는 지름길이 없다. 숫자를 하나씩 바꿔 넣으며 결과가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계산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 복권을 수없이 긁어 당첨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숫자를 바꿔 넣으며 해시 값을 반복 계산하는 과정을 그린 도식

왜 효율을 높여도 전기가 줄지 않나

비트코인에는 블록이 평균 10분마다 하나씩 나오도록 난이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대략 2주마다 지난 기간의 블록 생성 속도를 보고, 너무 빨랐으면 난이도를 올리고 느렸으면 내린다.

그래서 채굴자들이 더 빠른 장비를 쓰거나 더 많은 장비를 들여오면, 잠깐 블록이 빨리 나오다가 곧 난이도가 올라가 다시 10분으로 돌아간다. 장비 하나의 효율은 좋아져도, 모두가 더 많은 계산을 하게 될 뿐 블록 하나를 얻는 데 드는 전체 계산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결국 전체 전력 소비는 채굴로 얻는 보상의 가치에 맞춰 커진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채굴자가 뛰어들고, 전력 소비도 함께 늘어난다.

요인 전력 소비에 미치는 영향
비트코인 가격 상승 채굴 참여 증가로 소비 증가
장비 효율 향상 난이도 상승으로 상쇄
채굴 보상 반감 수익 감소로 소비를 줄이는 압력
값싼 전기 채굴이 몰리는 지역을 결정

채굴 장비도 크게 변해 왔다. 초기에는 일반 컴퓨터의 중앙 처리 장치로 채굴했지만, 곧 그래픽 카드로, 이어서 비트코인의 해시 계산만을 위해 설계한 전용 칩으로 옮겨 갔다. 전용 칩은 같은 전기로 훨씬 많은 계산을 하지만, 다른 용도로는 쓸 수 없어 성능이 뒤처지면 곧 폐기된다. 이 때문에 채굴은 전기 말고도 전자 폐기물을 많이 만든다는 지적도 받는다.

그 많은 계산은 쓸모가 있나

채굴에 쓰이는 계산 자체는 다른 용도로 쓸 수 없는 계산이다. 그러나 이 낭비처럼 보이는 계산이 바로 비트코인의 보안이다. 과거의 거래 기록을 조작하려면 그 뒤에 쌓인 모든 블록의 계산을 다시 해야 하고, 정직한 채굴자들보다 빠르게 해내야 한다. 전 세계 채굴자의 계산 능력이 클수록 이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많은 전기를 쓰는 것이 곧 기록을 지키는 비용인 셈이다.

대형 수력 발전 댐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

다른 방법은 없나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이는 대안으로 지분 증명 방식이 있다. 계산 경쟁 대신, 코인을 얼마나 맡겨 두었는지에 따라 블록을 만들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이더리움은 2022년 작업 증명에서 지분 증명으로 바꾸면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였다. 다만 비트코인은 작업 증명이 가장 검증된 보안 방식이라는 이유로 이를 유지하고 있다. 채굴이 버려지는 재생 에너지나 남는 전력을 활용해 오히려 전력망을 돕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 효과의 크기를 두고는 논쟁이 이어진다.

남은 과제

비트코인 채굴의 정확한 전력 소비량과 그중 재생 에너지의 비중은 채굴자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추정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마다 수치가 크게 다르다. 채굴 보상이 정해진 주기마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구조 속에서, 앞으로 거래 수수료만으로 충분한 보안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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