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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행성, 행운의 소행성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 2006년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 ‘134340 Pluto’로 새로이 분류되었고, 태양계행성은 여덟 개가 되었다. 사상 초유의 행성 지위 박탈 사건은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후폭풍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몇 년 사이 명왕성의 행성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였다. 비운의 행성, 혹은 행운의 소행성 명왕성의 발견과 퇴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명왕성을 포함하는 태양계 행성 포스터
아홉 번째 행성이 발견되다

명왕성은 1930년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태양계 행성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그리고 토성 여섯 뿐이었다. 1781년 눈으로 관측되지 않는 첫 행성인 천왕성이 발견되었다. 천왕성의 궤도를 분석하자 새로운 행성의 존재가 예측되었고, 52년 뒤 해왕성이 발견되었다. 궤도를 분석해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사람들은 곧바로 새로운 ‘행성 X’를 찾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100여년 후, 마침내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 명왕성이 발견된다.

탐사선 뉴호라이즌호에서 촬영한 명왕성
명왕성 같은 천제가 또 있다고?

명왕성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천문학자들이 찾던 ‘행성 X’는 명왕성이 아니었다. 학계의 관심이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행성X는 마치 미지의 대륙 아틀란티스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러던 중 행성X를 찾던 천문학자 마이클 브라운은 2002년 천체 콰오아, 그리고 2005년 천체 에리스를 차례대로 발견하게 된다. 콰오아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 그 크기가 명왕성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콰오아의 표면이 얼음이어서 생긴 오차임이 밝혀졌다. ‘명왕성이 들어갈 관에 박힐 커다란 얼음 못’이 사실 명왕성보다 작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명왕성의 거취에 대한 논란은 흐지부지 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콰오아를 발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이 발견된 소행성 에리스는 명백히 명왕성보다 큰 천체였고, 그렇게 에리스는 태양계의 열번째 행성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여론은 여전히 태양계의 열 번째 행성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심지어 발견자인 마이클 브라운조차 에리스는 행성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에리스의 발견은 분명 명왕성의 거취를 위협하였고, 결국 에리스와 명왕성은 함께 태양계 행성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콰에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명왕성이 행성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명왕성과 에리스가 행성으로 인정받는다면 태양계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소행성은 전부 행성이 되어야 하는데, 행성이 너무 많으면 좀 그렇지 않냐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수금지화목토천해 여덟 개만 알면 됐는데, 행성 이름 300개를 외워야 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는 명왕성은 행성이 되기에 ‘충분히’ 크지 않거나, 명왕성의 궤도는 ‘충분히’ 원형이지 못하다고 한다. 이유들이 하나같이 명확한 기준을 내세우지 못하고 어딘가 억지스러운 면마저 있는 까닭은 이전까지 행성의 명확한 정의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성은 과학적 분류보단 그 자체로 가지는 의미가 크다. 역사적으로 행성은 매일 위치가 달라지는 천체였다. 이후 태양과 달이 어느새 행성에서 빠지고,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명왕성이 발견되면서 행성은 태양계의 특정한 아홉 개 천체, 혹은 명왕성과 비슷하거나 큰 천체 정도로 통용되었다. 행성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행성에 대해 이해했던 기간보다 더 오래 우리 주변에서 함께해왔다.

행성의 조건

100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행성을 죽이는 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국제천문연맹에서는 여러 버전의 결의안을 준비하였다. 한번은 태양계 행성 여덟 개에 명왕성, 에리스, 세레스 그리고 명왕성의 위성 카론을 추가한 열두 개 행성을 발표하였다가 거센 반발에 철회하기도 하였다. 많은 논의와 반대, 심지어 발표와 번복 끝에 행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행성이란, 태양 궤도를 돌며, 정역학적 평형을 이루기에 충분한 질량을 가지면서 인근의 다른 천체를 일소하는 천체를 말한다. 행성이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그리고 해왕성을 말한다. 명왕성은 세 개의 기준 중 궤도 주변 천체들에 지배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행성에서 퇴출당하였다. 동시에 세 번째 기준은 가장 불명확하고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기준이기도 하다.

국제 천문 연맹(IAU)에서 진행한 행성의 정의에 관한 투표현장
명왕성을 살려내

새로 제정된 과학적 정의 자체보다 사람들은 그 정의가 어떤 천체를 포함하는지에 더 관심을 가졌다. 아마도 심혈을 기울여 정하였을 정의가 대중들에게 가진 의미는 명왕성이 행성인지, 아닌지 그뿐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몇몇 사람들은 새로 제정된 정의, 정확히는 명왕성의 행성 퇴출에 반발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정의가 명왕성을 의도적으로 배제한다고 주장한다. 정의가 과학적으로 순수하지 못하고, 목적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주장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갖춘 정의들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하나의 예시로, 한 논문은 행성을 ‘적당한’ 질량을 가진 천체라고 설명하며 복잡도(Complexity)를 기준으로 정의하자고 주장함과 동시에 달을 비롯한 몇몇 위성들 또한 행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행성을 결정하는 기준은 천체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이 제안되는 정의들은 역으로 ‘명왕성의 행성 복귀’라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다는 비판 역시 존재한다.

비운의 행성, 행운의 소행성

비록 태양계 행성에서 비참하게 쫓겨났지만, 명왕성은 여전히 ‘행성급’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명왕성을 불쌍히 여기고 천체에 감정이입 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정도로 명왕성은 행성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천문학적으로도 명왕성은 불분명하던 행성의 과학적 정의를 명확히 하는데 기여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학문적 가치를 가진다. 행성이 아니어도 충분히 잘나가고, 결정이 번복될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논쟁은 계속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비운의 행성인가, 잠시나마 행성의 영광을 누렸던 행운의 소행성인가.

 

김현기 | Physics & Earth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마이크 브라운.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지웅배(역). 2021

첨부 이미지 출처

[1] Pinterest

[2] NASA

[3] IAU(국제천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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