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무엇인가?
블랙홀은 질량을 갖는 물질이 무한히 작게 수축된 결과물이다. 구체적으로는 태양 질량의 20배 이상 되는 항성이 늙어감에 따라 수소를 소진하고 남은 헬륨을 핵융합시켜 헬륨을 소진시킨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여 중원소들을 합성하게 되며 적색거성, 적색 초거성으로 진화하게 된다. 철부터는 핵융합반응이 더이상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게 되고 원래 핵융합으로 인해 생기는 별 외부로 향하는 압력이 약해져 별이 자기 자신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초거성을 구성하던 모든 물질이 항성의 중심부로 ‘쏟아지게’ 된다. 이 과정을 중력붕괴라 하며 중심핵의 철을 구성하던 양성자가 전자를 흡수하는 전자 포획이 일어나 철의 모든 핵자가 중성자로 변하며 중심핵의 붕괴는 멈추고 중성자 덩어리가 되어 안정된다.
하지만 외부 물질들은 여전히 엄청난 속도로 중심핵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고 수축되던 핵이 안정됨에 따라 외부 물질들이 서로 충돌하여 충격파를 형성한다. 이 충격파는 고속으로 별의 바깥쪽을 향해 나아가며 쏟아지던 모든 물질들을 1천억 K에서 1조K 가량의 초고온으로 가열시키고 그 즉시 외부 구조를 이루던 원소들이 급격하게 핵반응을 일으켜 철보다 무거운 중원소들이 합성된다. 이 충격파가 별 표면에 도달하면 별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버리고 내부에 쌓여있던 막대한 에너지가 한꺼번에 우주로 방출되며 이를 II형 초신성이라고 부른다.
II형 초신성 이후 남아있는 중성자로 된 핵의 질량이 중성자 축퇴압이 견딜 수 있는 태양 질량의 약 2배를 넘어서면 스스로의 중력에 의해 슈바르트실츠 반지름 넘어 한없이 수축하여 무한히 작은 크기를 가지는 특이점이 되고 이를 항성 블랙홀이라 부른다. 어떤 물체가 천체의 중력장을 벗어나기 필요로 하는 최소 속도를 탈출속도라 하는데, 탈출속도는 질량이 일정할 때 탈출속도는 반지름에 반비례하고 이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아질 때의 반지름을 그 천체의 슈바르트실츠 반지름이라 한다.
항성 블랙홀의 질량은 최소 태양의 5배에서 최대 142배까지 분포한다. 그리고 항성 블랙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블랙홀들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초대질량 블랙홀이라고 한다. 초대질량블랙홀의 질량은 최소 태양의 10만배~100만배 이상이며, 최대 태양의 수백억배에 달하기도 한다. 거의 모든 은하 중심에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며 정확한 형성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고 가설만 몇 가지 존재한다. 중간질량 블랙홀은 말 그대로 초대질량 블랙홀과 항성질량 블랙홀의 중간 정도의 질량을 가진 블랙홀로 태양 질량의 수천배 정도 된다. 중간질량 블랙홀 역시 형성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뒤에 설명할 EHT에서 타겟으로 삼은 두 블랙홀은 각각 우리은하와 처녀자리A은하(M87)의 중심에 존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다.

EHT(Event Horizon Telescope)의 관측 기술

EHT(Event Horizon Telescope)란 아메리카, 남극, 하와이, 유럽에 흩어져 있는 11개의 전파망원경이 협력하여 지구 크기만한 전파간섭계를 형성하여 반지름이 지구만한 전파망원경의 효과를 내는데, 이 천체관측기법을 VLBI(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라고 한다.
천체망원경의 성능을 나타내는 중요한 두 가지 지표는 전파망원경과 우리가 평소에 흔히 생각하는 가시광선을 통한 관측을 행하는 광학망원경을 막론하고, 빛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인 집광력과 가까이 있는 2개 물체를 2개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분해능이 있다. 하지만 전파망원경은 사용하는 전파의 파장이 상대적으로 기므로(예를 들면 우리의 EHT는 파장 1.3mm의 밀리미터파를 사용한다. 참고로 가시광선의 파장은 400nm~700nm이다.)분해능이 상당히 크다. 분해능은 기본적으로 빛의 파장에 비례하고 반지름에 반비례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저파에 비해 약 2*10e5배 정도 짧기 때문에 구경 10cm의 아마추어 망원경(가시광선)이 직경100m의 전파망원경보다 수백배 더 좋은 분해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서울, 울산, 제주에 있는 3개의 전파망원경이 KVN(Korean VLBI Network, 한국우주전파관측망)을 이루고 있다. 이 3개의 직경21m의 전파망원경 3개의 직경500km의 네트워크는 직경21m 전파망원경 1개로 관측한 것보다 무려 2만배나 더 높은 분해능을 자랑한다. 이것이 전파망원경들을 단독이 아닌 여러 개를 협력시키는 이유이다.
하늘에서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2개의 접시를 가진 라디오파 간섭계를 생각하면 편하다. 매우 멀리 떨어져 있는 전파원으로 부터 온 라디오파가 안테나2에 d만큼 떨여져 있는 안테나1 보다 T만큼 먼저 도달한다고 하자. 여러 개의 신호들을 모아서 서로 곱하고 평균을 내는 ‘상관처리(correlator)’라는 과정을 거치면 복소수 값이 나오는데, 이 복소수의 크기는 전파원으로부터 온 전파의 세기이고, 위상차는 2pi*T*c/λ로 나온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 λ는 전파의 파장이다. 이 위상은 단순히 안테나1에 도달하기 위해 전파가 이동해야하는 추가 경로 길이에 파장을 나누고 2pi만큼 곱한 만큼의 위상 차가 발생한다. 이제 우리는 간섭계의 위상과 전파원의 하늘에서의 위치에 대한 관계를 볼 수 있고, 이 안테나 쌍을 통해 간섭무늬를 관찰할 수 있다. 만약 전파원이 하늘에서(lamda)/d 만큼 위치를 옮긴다면, 위상은 한 주기 뒤의 위상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간섭계는 (lamda)/d만큼의 분해능을 가지게 되고, 지름이 두 망원경 사이 거리와 같은 망원경의 효과를 내게 된다. 아래 그림이 이 원리를 잘 설명해 준다. 두 안테나 쌍에서는 두 안테나를 이은 직선에 수직인 방향의 간섭무늬만 얻을 수 있으므로 여러 방향의 망원경 쌍을 통해 관측하고 eht공식사이트의 설명을 빌리자면, 마치 군데군데 음표가 빠진 음악을 완성시키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렇게 높은 분해능을 구현해내기 위해 해결해야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번째는 안정성 문제이다. 전파망원경 사이 직접적인 연결이 없기 때문에, 각각의 망원경에서 만들어진 기록들은 나중에 신호 사이 ‘지터(jitter)’ 없이 비교되기 위해 충분히 안정적이여야 한다. 지터는 디지털 펄스 신호 파형이 시간축상으로 흐트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신호를 시간과 지터를 앞뒤로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는 경우 결과적인 위상 측정이 지워진다. 필요한 안정성을 얻기 위해서 VLBI는 기록된 데이터를 수소원자시계로 정확하게 측정한다. 이 원자시계를 통한 시간 측정의 오차는 100만년에 1초 정도의 정확성을 가진다.
두번째는 동조화 문제이다. 기록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위해서, VLBI는 100만분의1초 단위의 동조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각자의 위치에 있는 GPS시계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다.
EHT프로젝트는 관측 파장을 1.3mm로 확장하고 각 망원경의 전파 기록 속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VLBI 기술을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이 기술적 진보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의 그림자를 관측할만큼의 각분해능과 민감성을 과학자들에게 제공해주었다.
2개의 VLBI배열은 전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들을 연결시킨다. GMVA는 3mm의 전파를 관측하고 EHT는 1.3mm의 빛을 관측한다. EHT는 뉴욕에서 파리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각분해능을 실현하였다.
과학자들이 EHT를 통해 관측하고자 하는 초대질량 블랙홀 두 가지는 M87*와 궁수자리A*이다. M87*는 흔히 처녀자리A은하 라고도 불리는 처녀자리 쪽에 위치한 타원은하의 중심부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로 ‘포웨히(Põwehi)’라는 별칭이 있다. EHT를 통해 최초로 관측된 블랙홀이며, 질량은 태양의 65억배, 지름은 380억km로 사건의 지평선 내부에 태양계 전체가 카이퍼 벨트까지 포함해서 다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를 자랑한다. 길이가 5000광년에 달하는 제트를 자전축 양 방향으로 방출하고 있다. 궁수자리A*는 궁수자리 방향에 위치한 우리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로 M87*에 비하면 훨씬 작은 태양의 400만배 정도의 질량을 가졌다. 하지만 M87*가 훨씬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지구에서 보이는 두 블랙홀의 크기는 비슷하다.

EHT를 통한 관측의 목표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에 낙하하는 가스로부터 방출되는 광자는 휘어진 궤도를 따라 운동하면서 슈바르트실츠 반지름의 2.6배의 광자 고리를 블랙홀 주변에 형성하는데, 과학자들이 EHT를 통해 관측하고자 하는 것은 강한 시공간의 휘어짐에 의해 나타나는 블랙홀에 낙하하는 물질들로부터 발생한 강한 빛의 고리와 그로 둘러싸인 블랙홀의 실루엣의 모양이다. 이 빛의 고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동영상을 보자.

블랙홀의 모양과 크기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에 의해 예측될 수 있는데, 주로 블랙홀의 질량에 의해 결정되고, 블랙홀의 자전도 영향을 미친다. “털없음 정리”에 따르면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은 오직 이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전자기적 효과를 제외했을 때).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이 그림자가 구체 모양일 것이라 예상하지만 다른 모양을 예상하는 다른 이론도 존재한다. EHT를 통해 블랙홀 “그림자”의 모양을 관측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지 알아보려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블랙홀을 떠올릴 때, 주변의 모든 물질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진공청소기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블랙홀 주변 천체과 블랙홀과 너무 가깝지만 않다면 태양 주변을 도는 행성들처럼 그 천체 역시 블랙홀 주변을 영구적으로 공전할 수 있다. 천체가 블랙홀에 삼켜지기 위해서는, 블랙홀이 천체를 삼킬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중력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다. 이 과정을 강착이라 하며, 마찰에 의해 구동된다. 기체 형태의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가면서 중력 퍼텐셜 에너지를 잃으면서 주변 물질과의 마찰에 의해 가열된다. 이 빨려들어가는 기체들은 고온의 강착원반을 형성하고 물질들을 빨아들이며 블랙홀은 성장하게 된다.
블랙홀의 질량이 매우 크지만 동시에 매우 작은 크기를 가졌기 때문에 물질은 계속 떨어지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포기해야 한다. 그 결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강착원반은 그 초대질량 블랙홀이 위치한 은하 내의 수십억 개의 별들을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A*의 강착원반은 태양 밝기의 수백배 정도로 비교적 어두운 편이다. 과학자들은 EHT를 통해 궁수자리A*를 관측하여 그것의 강착원반이 비교적 어두운지에 대한 이유를 밝혀내고자 한다.
M87 블랙홀 최근 연구 사례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이 M87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를 최초로 동시에 포착했따. 해당 연구결과가 네이처(Nature)에 한국시간으로 2023년 4월 27일자에 실렸다. 국제공동연구진은 국제 밀리미터 초장기선 간섭계(GMVA, Global Milimeter VLBI Array),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그린란드 망원경(GLT, GreeLand Telescope)을 이용해 관측했으며, 이 망원경들의 참여로 기존의 EHT의 블랙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물리 현상을 발견했다.

국제공동연구진은 EHT 관측에서 사용한 빛 파장대(1.3mm)보다 긴 3.5mm파장대에서 블랙홀 주변의 고리 구조를 발견했다. 관측한 고리 구조의 크기는 EHT로 관측한 고리 구조에 비해 약 50% 크게 나타났다. 1.3mm파장대에서 관측한 EHT 이미지에서는 블랙홀 주변의 광자 고리만 나타났지만 더 긴 파장대에서 관측한 GMVA+ALMA이미지에서는 광자 고리 이외에 블랙홀보다 규모가 큰 바깥쪽 강착원반의 플라즈마에서 나온 빛이 함께 포착됐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진은 최초로 블랙홀의 그림자와 함께 제트도 포착했다. 해당 결과는 블랙홀이 강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제트를 만들어 멀리 떨어진 별과 은하들의 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트는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빠른 흐름을 말하는데, 노즐 같은 구조를 통과하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질이 방출되어 만들어진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강착원반과 블랙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강력한 제트 방출 현상이 발생한다고 예측된다. 블랙홀의 자전축 양극을 통해 방출된다.
이동현 학생기자 | Physics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뉴턴 2021년 9월호 <블랙홀 최신 연구>
[2] https://eventhorizontelescope.org/science
[3] https://astro.kasi.re.kr/publicdata/pageView/6446
[4] https://www.kasi.re.kr/kor/publication/post/newsMaterial/29492
[5] https://www.youtube.com/watch?v=Q1bSDnuIPbo
[6]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4판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eventhorizontelescope.org/science
[2] https://astro.kasi.re.kr/index
[3] 조선일보 뉴스
첨부 동영상 링크
[1] https://www.youtube.com/watch?v=Q1bSDnuIPb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