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도 못 빠져나오는 블랙홀의 사진은 어떻게 찍었나
2019년 공개된 첫 블랙홀 사진은 지구 크기만 한 망원경이 필요했다. 전 세계 전파 망원경을 하나로 묶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의 원리를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2년 4월 3일 · 읽는 데 4분
2019년 4월 공개된 첫 블랙홀 사진은 블랙홀 그 자체가 아니라, 블랙홀 주변에서 빛나는 뜨거운 가스와 그 가운데 생긴 어두운 그림자를 찍은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은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은 하나의 망원경이 아니라, 세계 여러 대륙의 전파 망원경을 동시에 관측하게 해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처럼 쓰는 국제 공동 관측망이다. 블랙홀이 너무 멀고 작게 보여서, 이 정도 크기의 망원경이 있어야 그림자를 구별할 수 있었다.
빛도 못 빠져나오는데 무엇을 찍었나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강해서 일정한 경계, 곧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간 빛은 빠져나오지 못한다. 그래서 블랙홀 자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블랙홀 주변에는 가스가 소용돌이치며 빨려 들어가는데, 이 가스는 엄청나게 뜨거워져 밝게 빛난다.
블랙홀 가까이 지나는 빛은 강한 중력 때문에 휘어진다. 그 결과 블랙홀 주위에는 빛나는 고리가 보이고, 가운데에는 빛이 오지 않는 어두운 영역이 생긴다. 이 어두운 영역을 블랙홀의 그림자라 부른다. 그림자의 크기와 모양은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예측할 수 있어서, 이를 관측하면 이론을 시험할 수 있다.
왜 지구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나
처음 사진을 찍은 블랙홀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M87 은하 중심에 있다.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나 되는 거대한 블랙홀이지만, 약 5,500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어 하늘에서는 아주 작게 보인다. 그 크기는 달 표면에 놓인 작은 물건을 지구에서 알아보는 것과 비슷할 만큼 작다.
망원경이 작은 것을 구별하는 능력, 곧 분해능은 망원경의 지름이 클수록, 관측하는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좋아진다. 계산해 보면 이 블랙홀의 그림자를 보려면 지구만 한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망원경을 하나로 만들 수는 없다.
여러 망원경을 어떻게 하나로 묶나
해결책은 초장기선 간섭계라는 기술이다. 멀리 떨어진 여러 망원경이 같은 천체를 동시에 관측하고, 각자 받은 전파 신호를 매우 정밀한 원자시계의 시각과 함께 기록한다. 나중에 이 기록들을 한곳에 모아 슈퍼컴퓨터로 합치면, 망원경들이 떨어진 거리만큼 큰 하나의 망원경처럼 작동한다.
| 요소 | 역할 |
|---|---|
| 여러 대륙의 전파 망원경 | 지구 크기의 가상 망원경 구성 |
| 원자시계 | 각 기록의 시각을 매우 정밀하게 맞춤 |
| 짧은 전파(약 1.3밀리미터) | 분해능을 높임 |
| 슈퍼컴퓨터 | 엄청난 양의 기록을 합쳐 영상 복원 |
관측 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 인터넷으로 보낼 수 없었다. 연구진은 데이터를 담은 하드디스크를 비행기로 실어 날라 분석 센터에 모았다. 망원경들 사이에 빈 곳이 많아 정보가 일부 비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연구팀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영상을 따로 복원해 결과가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한국의 전파 망원경들도 이 관측망과 함께하는 국제 협력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관측소가 정해진 며칠 동안 날씨가 좋기를 기다리며 동시에 같은 천체를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이 관측은 기술만큼이나 국제적인 조율이 중요한 작업이다.
우리 은하의 블랙홀도 찍었나
2022년에는 우리 은하 중심의 블랙홀 궁수자리 A*의 사진도 공개되었다. 이 블랙홀은 M87의 블랙홀보다 훨씬 가깝지만 그만큼 작아서, 하늘에서 보이는 크기는 비슷하다. 다만 주변 가스가 몇 분 단위로 빠르게 변해 촬영하기가 더 까다로웠다. 두 사진 모두 일반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그림자의 크기와 잘 맞았다.
남은 과제
지금의 블랙홀 사진은 정지된 한 장면에 가깝다. 연구진은 망원경을 더 늘리고 더 짧은 파장으로 관측해, 블랙홀 주변 가스가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처럼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우주에 망원경을 띄워 지구보다 큰 가상 망원경을 만드는 구상도 있다. 그렇게 되면 블랙홀 가까이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어디까지 맞는지를 더 엄격하게 시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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