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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을 실험실에서 만든다고?

1월 1일 업데이트됨

‘블랙홀’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무래도 굉장히 어둡고,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인식이 일반적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이러한 블랙홀의 존재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대두될 무렵, 사람들은 블랙홀에서는 어떠한 정보도 방출될 수 없으며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양자장론을 대입해 블랙홀도 온도를 가지며 복사한다는 것을 증명해냈습니다. 사실, 이 호킹 복사 이론은 실제 블랙홀을 관측해서 확인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현대 기술력으로는 그 미미한 복사 에너지를 감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이에 과학자들은 블랙홀을 아예 실험실에서 만들어버렸습니다. 물론 진짜 블랙홀이 아닌, ‘음향 블랙홀’로서 말이죠.


위대한 천체물리학자, 故 스티븐 호킹

블랙홀도 에너지를 방출한다, 호킹 복사

호킹 복사 이론은 정말 특이한 이론입니다. 그 이유는 현대물리학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함께 사용한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두 이론이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호킹 복사 이론 이후 두 이론의 양립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양자 역학과 중력 이론을 함께 사용하는 이론을 양자 중력 이론이라고도 합니다.


양자 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진공에서는 수시로 전자와 양전자가 생성되었다가 소멸하기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양자 요동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보통 플랑크 시간이라는 매우 짧은, 찰나라고도 부르기 힘든 시간 만에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일반적으로는 이를 관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블랙홀과 호킹 복사 모식도

이제 이 현상을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에서 생각해봅시다. 전자와 양전자가 사건의 지평선 양쪽에 생성된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들 입자는 짧은 시간이지만 블랙홀의 중력에 이끌려 움직일 것입니다. 여기서 두 입자 중 음의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만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 블랙홀 내부로 흡수됩니다. 나머지 입자는 함께 소멸해야 할 입자가 사라진 상태가 됩니다. 외부 관찰자가 이를 보면 마치 블랙홀이 입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보이고, 음의 에너지를 흡수했기에 상대적으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즉 에너지가 보존되며 블랙홀의 질량은 점차 감소하게 되며, 언젠가는 소멸하게 됩니다.



위의 수식은 정적인 블랙홀이 호킹 복사 이론에 따라 흑체 복사를 할 때, 그 온도를 나타낸 것입니다. 나머지 상수들은 다 익숙한데, 카파(kappa) 기호로 표현된 물리량은 생소할 것입니다. 해당 값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상의 표면 중력을 의미합니다. 보통 블랙홀이 호킹 복사를 통해 소멸하는 시간은 블랙홀이 작을수록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블랙홀은 보통 천문학적인 시간(10^66년)이 지나야 비로소 소멸한다고 합니다.


호킹 복사,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우선 호킹 복사 이론은 실제로 확인될지 미지수입니다.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는 아직도 호킹 복사의 진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이, 블랙홀은 상상도 힘들 정도로 정말 오랜 시간 후에 비로소 증발하며, 즉 블랙홀이 호킹 복사에 의해 방출하는 에너지는 매우 작습니다. 이를 지구에서 잡아내기라,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는 이제 막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고, 블랙홀의 사진을 겨우 찍어냈습니다. 따라서 실제 블랙홀을 관측하고 블랙홀에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확인하기는 현재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여기 획기적인 방법으로 호킹 복사를 확인했다는 과학자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제프 슈타인하우어(Jeff Steinhauer)로, 관련 연구만 벌써 10년 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와 그의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직접 블랙홀을 개발하여, 이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 물질이 한계를 넘어 압축된 진짜 블랙홀을 만들어낸 것은 아닙니다.


제프 슈타인하우어와 그가 만든 블랙홀

인공 블랙홀의 아이디어: 음향 블랙홀

이스라엘의 제프 슈타인하우어는 실험실에서 블랙홀을 구현하기 위해, ‘음향 블랙홀’이라는 아이디어를 창안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래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천체라면, 실험실에서 만든 블랙홀은 빛이 아닌 소리가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즉, 전자기파를 음파에 빗대어 구현한 것입니다. 연구에서 확인한 현상도 호킹 복사 이론에 대응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까요?


무엇이 실제 블랙홀과 비슷할까?

정말 신기한 점은 이 음향 블랙홀이 실제 블랙홀과 매우 유사한 성질을 띠고, 호킹 복사의 원리를 비슷하게 따른다는 것입니다. 우선 아래 그림을 봅시다.


실제 블랙홀과 음향 블랙홀의 비교

음파를 가두는 블랙홀 모형을 만들기 위해, 제프 연구팀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이라고 불리는, 극저온 냉각 상태의 루비듐 원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은 극저온, 그러니까 0K 근처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물질의 상태입니다.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물질을 이루던 대부분의 입자가 바닥 상태에 놓입니다. 연구진은 0K보다 고작 10억분의 1도 높은 정말 낮은 온도로 냉각시켜, 원자들이 마치 하나의 원자처럼 행동하는 양자유체의 성질을 갖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때 이 루비듐 양자유체는 음파가 전달되는 매질입니다. 여기서 연구팀은 레이저를 활용해 루비듐 원자가 흐르는 속도를 음파의 진행 속도보다 빠르게 했습니다. 즉, 이로써 음파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건의 지평선’이 구현된 것이죠.


음향학적으로 구현한 호킹 복사

앞서 양자역학적으로 진공 상태에서는 입자와 반입자 쌍이 서로 생성되었다가 소멸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호킹 복사를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실험실에서도 당연히 구현이 되어야 합니다. 위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실험실의 진공에서는 음향양자(phonon) 쌍들이 존재했다가 소멸합니다. 이때 놀랍게도, 음향양자의 쌍 가운데 한쪽은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갇히지만, 나머지는 바깥쪽으로 방출되는 현상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호킹이 말한 현상이 음향 현상에서 그대로 일어난다는 것이죠. 하지만 실험실에서 구현한 이 장치도 ‘복사 현상’이 매우 약하게 일어나, 빠져나온 음파를 증폭해주어야 합니다. 슈타인하우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 음향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 두 번째 음향 사건의 지평선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음파는 두번째 지평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튕겨져 되돌아오게 되고, 계속해서 충돌하며 더욱 더 많은 음파 쌍을 만들어냅니다. 이에 의해 ‘복사 현상’이 증폭되고 감지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현상

제프 슈타인하우어의 음향 블랙홀 연구는 신기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실제 블랙홀을 통해 확인한 복사 현상도 아니기에 호킹 복사 현상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주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에너지는 오로지 블랙홀 안쪽으로만 흡수되고 방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프의 연구로 인해 호킹 복사 이론을 일반상대성이론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될 만큼, 호킹 복사 이론의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실제로 행하기 어려운 연구를 모방하는 실험은 음향 블랙홀 말고도 많습니다. 한 예시로는 탁자 위에서 진행한 초신성 폭발 실험이 있죠. 해당 연구는 탄소 막대를 폭발하게 하여 초신성의 폭발 과정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수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모방하여 진행하는 연구는 이처럼 매우 중요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숙제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주는 도구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준화 학생기자│Physics│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호킹복사,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166724&cid=40942&categoryId=32286

[2] James B. Hartle, Gravity: An Introduction to Einstein’s General Relativity, 1st edition

[3] 실험실에 구현된 ‘호킹의 블랙홀’, 사이언스온, 오철우, http://scienceon.hani.co.kr/201365


첨부 이미지 출처

[1] Steven Hawking,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Stephen_Hawking

[2] Ethan Siegel, not Stephen Hawking, lies about the black hole radiation, the reference frame, https://motls.blogspot.com/2020/07/ethan-siegel-not-stephen-hawking-lies.html

[3] One-man band: the solo physicist who models black holes in sound, Nature, https://www.nature.com/news/one-man-band-the-solo-physicist-who-models-black-holes-in-sound-1.20437

[4] 인공 블랙홀로 호킹 복사 관측 성공했다?, 테크홀릭, 정희용, http://www.techholic.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041#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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