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학은 우리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알람시계, 전동칫솔 등의 전기제품에도 복합 결정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타이레놀의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에도 결정학이 이용된다. 자동차 차제의 경량합금들의 제작에도 이용된다.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가진 건물들의 콘크리트 강도 향상을 위해 석회(CaO), 실리카(SiO2), 알루미나(Al2O3) 등의 구성 비율을 통해 내부 결정구조를 계산할 때에도 이용된다. 휴대전화의 배터리를 이용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도 결정학 연구의 결과이다.
흔히 결정이라고 하면 이상적인 결정, 즉 한 개 이상의 원자로 된 구성단위가 동일한 방향과 간격으로 계속 반복적으로 배열된 것을 생각한다. “결정 내의 임의의 한 점에 대하여 원자배열이 방향까지 포함하여 전적으로 동일하게 보이는 다른 점들이 존재”하는 것을 병진 대칭성이라고 한다. 3차원 공간에서 결정의 병진대칭성으로 인하여 회전하여도 구별 불가능한 각도(이하 회전각)는 제한되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쉬이 표현하자면 입자 배열은 한 평면으로 잘랐을 때 그 평면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테셀레이션이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 회전각은 360/n (n은 자연수)이어야 한다(이 때의 결정이 n중 대칭을 나타낸다고 하자.). 결정은 1,2,3,4,6중 대칭만 가능하다는 것이다[i].
그러나 5중 대칭 기반의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규칙적인 결정도 아니며 비정질도 아닌 준주기성을 가지는 결정인 준결정(Quasicrystal)이다.
1982년 4월 8일, 다니엘 셰시트먼(דן שכטמן, Dan Shechtman)은 망간 14 wt%을 함유한 알루미늄 합금의 회절무늬를 투과 전자 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이하TEM)을 통해 회절무늬를 관찰하였다[ii].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이 알루미늄-망간합금의 결정구조는 10중 대칭임을 알 수 있다.

[그림1]
물론 둘 이상의 결정에 의한 간섭상의 상호작용이나 회절 무늬가 겹쳐지는 경우에서도 10중 대칭이 관찰될 수는 있으나 이는 단결정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준결정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던 화학학계로부터 결정학의 대가 라이너스 폴링에게 준과학자로 비아냥을 당하며 화학학계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연구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하며 퇴출당하였다.

앞서 말한 테셀레이션 가능한 형태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을 때 분명 비주기 타일링인 펜로즈 타일링(또는 펜로즈 모자이크)을 생각한 독자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펜로즈 타일링[그림 2]을 결정구조로 적용시킨 결정학자 앨런 린지 맥케이(Alan Lindsay Mackay)는 펜로즈 타일링의 꼭짓점에 원자를 배열한 결정구조의 회절무늬를 관찰한 결과 5중 대칭 기반 결정구조가 가능함을 밝혔다. 이로써 셰시트만 교[그림 2] 수의 실험적 결과를 지지하는 수학적 근거로써 작용하게 되었다. 준결정을 발견한 공로로 다니엘 셰시트먼는 1987년 미국물리학회 국제상, 1998년 이스라엘상, 1999년 울프상, 201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였다.
과거 결정의 정의였던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물질’에서 ‘명확한 회절 패턴이 나는 물질’로 정의가 바뀌었다. 물론 다니엘 셰시먼트 교수가 발견한 준결정은 측정한 면에 수직한 면으로 보았을 때에는 기존 결정구조라고 할 수 있었지만 3차원에서 결정의 구조를 다루는 결정학에서는 어떠한 평면에서 보더라도 정의가 되어야 하기에 새로이 준결정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이후에 2009년 러시아에서 이코사헤드라이트(icosahedrite Al62Cu24Fe13)를 발견하였다.
그럼 준결정은 어떤 특성을 가질까? 그리고 이 준결정은 도대체 어느 분야에 혹은 어디에 사용될 수 있을까?
[그림 3]

준결정은 마찰 계수가 작고 마모도 잘 되지 않으며 강도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원수열의 형태 [그림3]를 띠고 있다는 데에 이유가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와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연구원이었던 박정영 교수는 10중 대칭을 가지는

알루미늄-니켈-코발트 준결정을 이용하여 마찰력이 줄어드는 원인을 밝혔다. 2중 대칭과 10중 대칭인 면이 둘 다 존재하기에 둘을 비교하기에 적합한 물질이었다. 주기적인 배열에 비하여 준주기적인 피보나치 배열을 준결정의 경우 마찰 계수가 1/8로 줄어듦을 알 수 있었다. 결정의 모든 작용한 힘에 대하여 이방성을 유지하였다[iii]. 즉, 열과 전류에 잘 견딘다는 이야기이다.
준결정은 위와 같은 특성으로 산업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경량 금속합금을 비롯해 골프채, 휴대전화 케이스, 디젤엔진, 프라이팬 표면 코팅제, 발광다이오드 열 절연체(단열 효과가 뛰어나며 다른 물질이 잘 달라붙지 않는다) 등의 소제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김도향 연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준결정을 이용해 개발한 경량 마그네슘 합금의 경우 기존 합금에 비해 30%정도 가볍지만 강도가 뛰어나고 기름이나 물이 잘 스며들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광케이블에서의 빛 정보 손실을 막기 위해 빛의 방향성 조절에 이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준결정은 모두 2개 이상의 합금 [그림 4]
에서 발견되었다. 펜로즈 타일에서도 한 가지 도형
으로 비주기적인 펜로즈 타일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듯 단일 원소로 만든 준결정의 앞으로의 준결정 발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아 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작성자 : 안준현
<참고문헌>
1. http://newspeppermint.com/2014/02/13/crystallography/
2. 오노 슈, 『현대물리학 사전』, 전파과학사(1995.11.01), p.220
3. Jeong Young Park, and others, "High Frictional Anistropy of Periodic and Aperiodic Directions on a Quasicrystal Surface", Science, 2005.8.26., 309 (5739), pp.1354-1356
<출처>
1. 도춘호, “2011년 노벨 화학상 - 준결정의 발견”, 『화학교육』, 2011년 겨울호, pp.31-33
[i] 만약 5중 대칭이 가능하다고 하자. 병진벡터(동일한 배열과 방향을 가진 결정에 이르는 변위 백터)을 두자. 기준으로 삼은 입자에서 시계방향으로 병진백터를 a,b,c,d,e로 두자. a+c >= b를 만족하지 못하기에 5중 대칭은 불가하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xtal.iqfr.csic.es/Cristalografia/parte_03_1_1-en.html에 있다.
[ii] 브래그 법치(Bragg's law)에 의해 결정입자에서 반사된 빛의 간섭무늬를 TEM을 통해 확대 관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면으로 바라보고 빛을 쏘는가에 따라 보강간섭 간의 간격 등이 달라진다. 이 무늬에서 얻어낸 피크(Bragg peak)가 선명할수록 규칙적인 물질이다. 회절무늬를 푸리에 변환을 통해 결정구조를 알 수 있다.
TEM에서 회절무늬를 관찰하는 기술적인 원리와 방법(diffraction contrast)에 관해서는https://www.jeol.co.jp/en/words/emterms/search_result.html?keyword=diffraction%20contrast 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iii] 이를 확인한 방법은 빛의 입사 각도에 따른 브래그 각(Bragg’s angle)을 TEM을 통해 측정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전자와 양성자 전달로 인한 에너지 손실과 전자전공의 여기와 전이가 이방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가 연전도율과 전기에 대한 수축성에 영향을 미친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문헌 3의 논문에 기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