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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개발과 소통협력,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

최종 수정일: 2020년 11월 8일

들어가면서

마치 바이러스가 지능이 있는 것처럼 철저하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MERS, 신종플루 등 특히 SARS-CoV-2는 전세계 곳곳에 파고들어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초래했다. 랜덤게임마냥 어느 장소에 몇 초 머물다가 감염이 되기도 하고, 전파자가 되기도 하며, 감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시기에 무심코 한 일상의 행동이 사회적 파장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 세계의 마스크 대란과 락다운(Lockdown), 더 얼어붙는 경제, 비대면 비접촉을 지향하는 언택트(Untact) 등 2020년 3월 11일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인류는 새로운 일상인 뉴노멀에 적응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COVID-19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이 한창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여러 기업에서 임상 3상시험을 진행중이고, 일부는 부작용 보고 때문에 시험을 일시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하기도 하였다[1]. 백신은 질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매우 많은 단계의 계대배양을 통해 약독화시키거나 사멸시킨 뒤 항원요소만 추출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매우 긴 시간이 걸리며, 완성된 백신이라 하더라도 안정성을 검사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3상까지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많은 연구진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 백신 개발이다.


이 기사에서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대한 백신개발에 큰 공헌을 한 과거의 영웅들을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연구자세를 갖춰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였다.

소아마비를 이겨내기 위한 각고의 노력… 하지만 쉽지 않았다…

75년간의 세균과의 전쟁은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가 고체 배지, 현미경 사진, 세균염색 기술 등 당시 획기적인 방법으로 병원균을 추적하고 시각화하여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병원체의 휴면 단계이며 고압증기멸균법으로만 사멸가능한 아포(spore)의 발견은 당시로선 설명이 불가능하던 감염사슬과 환경요인에 대한 박테리아의 강력한 저항성을 일깨워주었다(Koch는 이 공로로 1905년 노벨 의학상 수상). 그러나 숙주가 없으면 배양이 불가능한 바이러스는 치료법 발전이 느렸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제너 박사(Edward Jenner, 1749-1823)는 천연두를 극복할 수 있는 종두법을 발견하여 적극적인 예방노력을 이뤘지만, 실제 백신이 만들어져서 천연두가 박멸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심각하게 인류를 괴롭히던 소아마비는 후유증, 빠른 전염성으로 악명이 높았으며, 세계대전 중 이 바이러스성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예방법이 없고 치료가 힘들어 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이 병은 주로 소아의 뇌, 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 중 특히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에 염증이 생겨 일시적 혹은 영구적인 신체 마비와 변형이 생기는 질환이며, 다수가 사망으로도 이어졌다. 분변과 비말을 통해 빠르게 전염되며, 감염되면 장에서 국소림프절로 확산된 뒤 신경계통으로 침투한다. 위생 상태가 중요하며, 잔인하게도 더 취약한 어린이들은 소아마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이 남는다. 미국에서는 1916년 소아마비 환자가 9천여 명까지 발생하여 약 2,500명이 사망하였고, 이후에도 20개 주에서 발병건수가 27,000건을 넘었고 다른 주에서는 환자수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였고, 대중과 과학자 모두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2].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이 소아마비를 극복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소아마비의 원인인 폴리오바이러스 (poliovirus)를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3].


소아마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3명의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존 프랭클린 엔더스, 토머스 웰러, 프레데릭 로빈스 박사는 이 병원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림 1]. 이들은 삼각플라스크 속에서 태아조직을 이용하여 폴리오바이러스 3개 유형 중 하나인 Lansing 균주를 배양하였고, 이 배양체가 잘 성장하는지 여부를 조직 배양액에 pH 지시약을 넣어 생존세포가 만들어내는 산(acid)으로 색깔반응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연구방법을 개발하였다. 사실 폴리오바이러스의 연구가 힘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까지는 오직 신경조직에서만 배양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신경세포는 배양을 통한 증식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에 원숭이와 같은 살아있는 생체에 감염시켜 연구하는 수 밖에 없었는데, 이들은 위와 같은 연구방식으로 폴리오바이러스가 비신경 조직에서도 배양 가능함을 보고하였다[4]. 엔더스, 웰러, 로빈스 박사는 이 연구의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하였다.


폴리오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핵심영웅. 왼쪽부터 존 엔더스 박사, 토머스 웰러 박사, 프레데릭 로빈스 박사, 요너스 소크 박사, 그리고 앨버트 새이빈 박사.

이후 두 명의 영웅이 세상을 폴리오바이러스로부터 구했는데, “태양에도 특허가 있나?”라는 반문으로 유명한, 불활성화 사백신을 개발한 요너스 소크 박사와, 무수히 많은 계대배양으로 효율적인 약독화 생백신을 개발한 앨버트 새이빈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림 1]. 두 사람의 성과가 서로 겹칠 수 있지만 현명하게도 이 두 가지 백신은 서로 다른 환경에 고르게 퍼져나가 전세계의 소아마비 발병수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었다. 소크 박사의 백신은 주로 미국 중심으로, 그리고 당시 냉전체재의 상대측이었던 구 소련은 세이빈 박사의 백신을 공동개발하였다. 결국 인류는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소아마비를 엔더스-웰러-로빈스 박사의 연합체제에서 개발한 혁신적인 배양법을 소크-세이빈 박사의 노력으로 최대한 활용하여 극복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미래, 우리의 미래는 어디에?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새로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 그리고 창의적 도전이 꼭 필요하다. 이 연구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정신, 즉 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COVID-19로 인해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는 지금은 어쩌면 폴리오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던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우리에게 우선 필요한 것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감하고 자유로운 도전정신이라 생각한다. 엔더스 박사는 1954년 노벨상 수상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Physiologists should not be afraid to act somewhat at random, so as to try-permit me the common expression-fishing in troubled waters.” (생리학자들은, 고난의 강에서 낚시할 때 조금은 랜덤하게 행동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혁신을 이야기할 때, 조금만 더 개선해보자 하면 자기가 잘 하던 것을 더 잘하려고 하지만, 새로운 것을 해 보자고 하면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있을수 있으므로, 우리는 항상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유연한 발상의 전환을 공유하는 소통도 중요한 요소였다. 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 배양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세균 배양과 비슷한 원리로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팀과 협력해서 만들고, 그 조직세포로부터 효소나 바이러스 단백질을 순수하게 분리해냈다. 미래에는 기후변화가 가속화하여 어떤 종류의 질병이 창궐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구밀도가 과거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에 질병전파의 위험은 더 크다. 이럴 때 성공적인 백신의 개발에는 의사와 생명과학자의 몫이라 치부하지 않고 대기(기후 및 기상현상 예측 등), 화학(신약개발 등), 컴퓨터공학(데이터과학, 인공지능 등), 경제(질병확산에 따른 국가재정상황 분석 등), 심지어 윤리(누가 백신을 먼저 맞을 것인가?)와 같은 융복합적 ‘초협력’ 체계가 필요하다. 백신 개발에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던 소아마비에 비해, COVID-19는 창궐한지 1년이 되기도 전에 백신 후보물질을 찾아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렇게 빠른 대응은 막강한 기술적진보 뿐만 아니라 학제간소통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규제장벽을 일부 완화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점도 있다).


엔더스 박사는 자신의 미래세대인 우리에게 이미 노벨상 수상소감을 통해 혁신인재는 어떠하여야 하는지에 대해 주문하였다: “고난의 바다에서 멈추지 마라!” 협력하는 괴짜[5]가 만들어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발상의 전환에 팀원 모두 확신을 갖고 서로를 신뢰하며 각자가 잘 하는 것을 협력하여 끝까지 도전하는 것과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폴리오바이러스 어벤져스들이 수십년간의 연구를 통해 보여주었다. 우리가 그들의 미래이며, 이제는 우리가 미래를 향해 초협력을 이루며 달려나가야 할 것이다.



 

정자윤 학생기자│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윤신영, 2020. [백신 업데이트]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10종…전체 임상 42종. 동아사이언스(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40277)

[2] Kurlander, C. 2020. The Deadly Polio Epidemic and Why It Matters for Coronavirus (https://www.discovermagazine.com/health/the-deadly-polio-epidemic-and-why-it-matters-for-coronavirus)

[3] Enders, J. F., F. C. Robbins, T. H. Weller, 1954. The cultivation of the poliomyelitis viruses in tissue culture」, Nobel Lecture, 448-467.

[4] Rosen, F. S., 2004. Isolation of poliovirus-John Enders and the Nobel Priz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51: 1481-1483.

[5] 이민화, 2017. 『협력하는 괴짜』, 282쪽, 시그니쳐, 서울.


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www.nobelprize.org/prizes/medicine/1954/summary/

[2] https://en.wikipedia.org/wiki/Jonas_Salk

[3] https://en.wikipedia.org/wiki/Albert_Sa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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