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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린탄, 지옥을 만들다

악마의 무기라고 불리는 백린탄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살아있는 지옥을 만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발생하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여러 무기의 이름이 들리는 중에도 유독 백린탄이라는 무기만 사용 여부만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백린탄을 사용한 사실을 부인하였지만, 이내 가자지구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 단지에 여러 발의 백린탄을 쏘아 수백 톤의 구호품을 태운 것은 물론 수많은 민간인 피해까지 초래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수많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 군의 백린탄 사용 사진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백린탄 사용을 주장하면서 러시아군의 백린탄 사용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백린탄’이라는 무기는 단지 사용 여부만으로도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많은 비판을 받을까요?


백린탄이란 무엇인가

먼저, 백린탄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백린탄이란 백린을 원료로 사용한 화학 무기 겸 연막탄·조명탄·소이탄 등을 말합니다. 백린탄 사용시 독성을 가진 인을 광범위하게 살포하고 불을 붙임으로써 적군은 시야 차단, 호흡곤란, 화상 피해까지 삼중고를 겪게 됩니다. 이런 백린탄은 19세기에 처음 사용된 이후로 제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연막탄의 용도로 사용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발발 후 백린 소이탄이 개발되면서 베트남전, 이라크전, 체첸전쟁 등 여러 전쟁에서 백린 소이탄이 사용되었습니다.


백린의 성분과 구조

백린탄의 성분은 백린, 다른 말로 사인 (P4)입니다. 즉, 백린은 인 원자 4개로 이루어진 분자로 4개의 원자가 정사면체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백린의 분자 구조

이때, 공유결합의 사슬모양 화합물에서 정사면체의 원자간 결합각이 가장 안정한 각도는 109.5도, 고리모양 화합물에서 정삼각형의 원자간 결합각이 가장 안정한 각도는 60도입니다. 하지만 위의 사진을 보시면 백린의 인 4개가 정사면체 구조로 결합각은 60도이므로 구조상 불안정하기 때문에 결합각이 더 커져야 안정한 구조가 됩니다. 즉, 인접한 원자간 결합각이 109.5도에 비해 너무 작은 60도로 형성되어 원자간 거리가 가까워지므로 인접한 원자간 최외각 전자가 거의 맞닿을 정도가 되고, 최외각 전자 사이의 반발력으로 인해 ‘고리긴장’이 일어나게 됩니다. 결국 고리긴장으로 인해 백린의 분자구조는 불안정하게 됩니다.

또한 백린의 결정 구조는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기체나 액체 상태의 인이 고체로 응결되어 만들어지는 인이 알파구조의 백린이며 등축정계 결정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파구조의 백린은 195.2 켈빈온도에서 육방정계 결정의 형태를 가지는 베타구조의 백린이 됩니다.


등축정계 결정 구조와 육방정계 결정 구조

백린의 특징

백린은 인의 동소체 중 하나로써 백린, 적린, 흑린, 자린 등의 인의 동소체 중 열역학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유일하게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으로 작용하는 물질입니다.


인의 동소체인 백린, 적린, 자린, 흑린의 사진

성인 기준 치사량이 경구섭취 시 15~100mg 수준의 상당한 맹독성을 가지고 있어, 인은 피부와 위장, 폐 벽을 통해 흡수되는데 백린 섭취 시 ‘인 괴사’라는 병에 걸리게 됩니다. 인 괴사에 겪게 되면 처음에는 치통으로 시작하여 점차 이가 빠지고, 잇몸과 턱, 얼굴이 붓게 됩니다. 이후 잇몸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과 뼈가 썩어 들어가며 턱선을 따라 고름과 같은 농양이 발생해 턱뼈를 제거하는 방법 이외의 치료법이 없을 정도로 맹독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나 백린은 발화점이 약 60oC 정도로 낮은 편이라 공기 중에서 자연 발화할 정도로 인화성이 크며 가연성도 매우 큽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백린을 보관할 때 자연 발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극성 용매인 물에 넣어 보관합니다.

하지만 백린탄을 사용하게 되면, 백린이 공기 중에 살포되고 빠르게 연소됩니다. 이때, 백린은 산소와 반응하여 흰 연기인 오산화 인(P2O5 또는 P4O10)을 형성하게 됩니다.


온도만 높다면 백린은 주변에 다른 불길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연소과정이 시작되고, 연소가 시작되면 스스로 높은 온도로 올라가면서 연쇄적이고 폭발적으로 계속 연소가 진행되어 순식간에 높은 온도를 내면서 흰 연기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성질 덕에 백린은 현존하는 화합물 중 가장 작은 부피로 가장 많은 부피의 연막을 형성하여 백린 연막탄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악마의 탈을 쓴 백린

백린의 연소 결과로 생성된 오산화 인은 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산화 인 흡입 시, 오산화 인이 호흡기를 자극하며 농도가 짙은 연기를 들이마실 경우 내부 화상, 장기 손상 등을 일으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로 오산화 인은 독보적인 조해성을 지니고 있어 탈수제로 쓰이고 있는데, 이런 오산화 인이 사람의 피부나 점막에 노출된다면 오산화 인의 엄청난 조해성으로 인해 수분을 강탈당하며 피부나 점막은 쪼그라듭니다. 이때, 오산화 인은 물과 반응하여 아래의 반응을 통해 인산을 형성하게 되고 일반적인 유기산보다 인산의 산도가 높아 흡입 시 구강, 기관지, 폐포 등의 점막손상이 발생하기에 내부 화상이나 장기 손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리고 백린탄이 악마의 무기라고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백린 발화 시, 광범위하게 백린이 살포됨과 동시에 발화 중인 백린이 사람에게 닿게 되면 비인간적인 고통과 함께 죽어가기 때문입니다. 소이탄으로 사용되는 백린탄의 화력 자체는 다른 네이팜이나 열압력탄두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라 백린은 사람을 태워죽이지는 않습니다. 허나 백린은 촛농처럼 피부에 눌러붙어 2760oC에서 연소되어 열로 인한 화상은 물론, 연소 시 발생하는 오산화 인이 피부에 붙어 인산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화학적 화상까지 일으키며 신체의 지방층까지 녹이고 들어갑니다. 여기서 끝일까요? 백린은 인화성이 강하여 산소가 고갈되지 않는 이상 백린이 다 소비될 때까지 계속 연소되고, 만약 인체에 연소되지 않은 채로 남게 되면 이후에 다시 점화될 수 있어 더더욱 위험합니다.


흡수된 백린의 독성

또한 백린으로 인한 화상은 장기간 접촉으로 화상을 입은 부위를 통해 체내로 인을 흡수하고, 흡수된 인은 체내에 독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때 혈액으로 흡수된 인은 간으로 이동하고 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됩니다. 간은 해독작용을 통하여 혈액 속의 해로운 물질을 걸러내고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데, 백린은 무극성 분자로써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서는 간에 있는 효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 물에 녹는 극성 분자 형태로 바꿔주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산물 마저도 인과 마찬가지로 반응성이 뛰어나 간 세포에 손상을 주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적혈구가 파괴되며 생성된 ‘빌리루빈’을 담관 안으로 보내는 간 기능이 저하되며 황달이 나타나고 마찬가지로 간이 해독작용을 하지 못해 체내에 독성 화합물이 고농도로 존재하게 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이렇듯 흡수된 인은 독으로 작용하여 사람을 중독시키고 간, 심장, 신장 등의 내부 장기 손상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장기 부전까지 초래할 수 있기에 일반 화상보다 사망 위험이 더 커집니다. 다시 말해 인체에서 백린이 발화하면 열로 인한 화상, 오산화 인의 황산으로 인한 화학적 화상, 그리고 인 중독으로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으로 죽어가게 됩니다.


한 순간의 실수, 지옥의 지름길

백린으로 인한 화상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타고 있는 백린의 산소를 차단하는 방법만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무턱대고 타고 있는 부위에 물을 붓게 된다면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을 부으면 오히려 물이 끓는 점에 도달해 물로 인한 추가적인 화상을 입게 됩니다. 따라서 백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천이나 모래 등으로 타고 있는 부위를 감싸 주위의 산소를 차단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백린탄 사용 제제

‘제네바협약’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네바협약은 전쟁으로 인한 희생자 보호를 위하여 1864~1949년의 제네바에서 체결된 일련의 국제조약으로, 전쟁 기타 무력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부상자, 병자, 포로, 그리고 피억류자 등을 전쟁의 위험과 재해로부터 보호하여 가능한 한 전쟁의 참화를 경감하려는 목적을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군사 무기의 첨단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대인 살상력도 함께 높아지고, 그 방법이 더욱더 잔인해저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민간인의 피해를 막고 비록 적이라도 인간적인 대우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면서 제네바 협약이 등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정확히 백린탄은 현재 제네바협약으로 군용 무기로써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 않고, ‘특정 재래식무기 금지협약(CCW)’에 의거 민간인에 대한 사용만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백린탄의 특성상 인체의 심각한 해를 끼치며 투하 시 민간인과 군인 상관없이 사망 뿐만 아니라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는 무기이기 때문에 비판 받는 사안이 많이 존재하고 특히 단순히 불로 일어난 화마로 인체의 해를 끼치는 것 이외에 인이나 오산화 인 중독 후유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렇듯, 민간인의 전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네바협약을 맺고 국제사회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백린탄을 사용했다는 자체만으로 대량살상무기 못지 않은 민간인 피해를 낳았다는 것을 암시하기에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정윤혁 학생기자 | Chemistry & Biolog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terms.naver.com

[2] https://namu.wiki/

[3] https://ko.wikipedia.org/wiki/

[4] https://en.wikipedia.org/wiki/

[5] https://kin.naver.com/

[6] https://blog.naver.com/

[7] https://ww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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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이미지 출처

[1] https://m.ruliweb.com/

[2] https://gammabeta.tistory.com/

[3] https://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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