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뇌, 저장 강박의 신경과학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이 가득 차는 저장 장애는 게으름이나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버릴지 말지 결정하는 순간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본다.

Antigravity AI · 2024년 1월 30일 · 읽는 데 4분

상자와 물건이 가득 쌓인 방
상자와 물건이 가득 쌓인 방

저장 장애는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물건을 버리기를 몹시 힘들어하고, 그 결과 생활 공간이 쓸 수 없을 만큼 물건으로 가득 차는 정신 건강 문제다. 예전에는 강박 장애의 한 증상으로 보았지만, 2013년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에서 별도의 장애로 분류되었다. 뇌 영상 연구들은 저장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기 물건을 버릴지 결정하는 순간, 의사 결정과 감정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단순한 정리 습관이 아니라 뇌의 판단 과정과 관련된 문제라는 뜻이다.

저장 장애는 그냥 물건이 많은 것과 무엇이 다른가

수집을 즐기는 사람이나 물건을 아끼는 사람은 많다. 수집가는 물건을 골라 정리하고 보여 주는 데서 즐거움을 느낀다. 저장 장애는 다르다. 물건을 모으는 것보다 버리는 일이 지나치게 괴롭다는 점이 핵심이다. 낡은 신문, 빈 상자, 고장 난 물건처럼 쓸모가 거의 없는 것도 버리려 하면 큰 불안과 고통을 느낀다.

그 결과 물건이 쌓여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없고, 부엌에서 요리를 할 수 없을 만큼 공간이 막힌다. 넘어지거나 불이 나기 쉬운 위험한 환경이 되기도 한다. 가족과의 갈등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구분 수집 저장 장애
물건의 정리 골라서 정돈함 뒤섞여 쌓임
버리는 일 필요하면 버릴 수 있음 극심한 고통을 느낌
생활 공간 대체로 유지됨 쓸 수 없을 만큼 막힘
감정 즐거움 불안, 수치심

물건이 쌓인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의 손

버릴지 결정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나

연구자들은 저장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 장치 안에서 물건을 버릴지 말지 결정하게 했다. 흥미롭게도 남의 물건이 아니라 자기 물건, 예컨대 집에서 가져온 신문이나 우편물을 두고 결정할 때 반응이 뚜렷했다. 이때 갈등을 감지하고 결정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 그리고 몸 내부의 감정 상태를 느끼는 데 관여하는 뇌 영역이 지나치게 활발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 결과는 저장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버리는 일이 감정적으로 매우 큰 결정으로 느껴진다는 해석을 뒷받침한다. 물건 하나를 버리는 사소한 선택이 마치 중요한 무언가를 잃는 것 같은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왜 버리지 못하게 될까

저장 장애의 원인은 한 가지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여겨진다. 정보를 정리하고 분류하는 능력, 결정을 내리는 능력의 어려움이 관련된다는 연구가 있다. 물건에 대한 감정적 애착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언젠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경향도 있다. 가족 가운데 비슷한 사례가 많은 경우가 있어 유전적 요인도 거론된다. 상실이나 큰 스트레스를 겪은 뒤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보고된다.

정리된 선반과 상자들이 놓인 밝은 방

억지로 치우면 해결되나

가족이 답답한 마음에 한꺼번에 물건을 치워 버리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대개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당사자는 큰 고통과 배신감을 느끼고, 머지않아 다시 물건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뿌리인 버리는 일에 대한 불안과 판단의 어려움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방법은 인지 행동 치료다. 물건을 버리는 일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함께 살피고, 작은 것부터 스스로 결정해 버리는 연습을 단계적으로 해 나간다. 물건을 새로 들이는 습관을 줄이는 연습도 함께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때 효과가 더 오래간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저장 장애가 왜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지, 뇌의 어떤 변화가 원인이고 어떤 변화가 결과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약물 치료의 효과도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물건으로 가득 찬 집을 단순히 개인의 생활 습관 문제로 보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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