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sir 모델로 전염병을 예측하다
미분 방정식과 통계물리학을 이용하여 바이러스의 확산 양상을 예측하는 SIR 모델의 원리와 전염병 통제 시스템을 살펴본다.
편집부 · 2025년 12월 21일 · 읽는 데 4분
전염병이 창궐하여 전 세계가 공포에 빠졌을 때, 질병을 막기 위해 최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백신을 개발하는 생물학자들뿐만이 아니다. 모니터 앞에서 복잡한 수식과 코드를 들여다보며 바이러스의 다음 이동 경로를 예측하고 방역 정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또 다른 영웅들이 있다. 바로 수학자와 통계물리학자들이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COVID-19 팬데믹 당시, 뉴스에는 '정점 시기', '감염 재생산 지수(R0)', '집단 면역' 같은 낯선 수학 용어들이 매일 등장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뛰며 퍼져나가는 혼란스러운 현상을 어떻게 수학 공식으로 예측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중심에는 1927년 영국의 생화학자 윌리엄 커맥과 역학자 앤더슨 맥켄드릭이 제안한 감염병 예측의 고전, 'SIR 모델(SIR Model)'이 있다. 사람들의 이동 패턴과 입자들의 무작위 충돌을 다루는 통계물리학의 원리가 결합된 이 우아한 미분 방정식은 혼돈에 빠진 인류에게 질서 있는 예측의 등대가 되어준다. 바이러스의 확산 곡선을 꺾기 위한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의 정밀한 수리 모델링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세 개의 상자, SIR 모델의 탄생
SIR 모델은 전체 인구를 감염 상태에 따라 아주 단순명료한 세 개의 그룹(상자)으로 나눈다. 첫 번째는 아직 병에 걸리지 않아 언제든 감염될 수 있는 '감수성자(S, Susceptible)' 상자다. 두 번째는 현재 병에 걸려 남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감염자(I, Infectious)' 상자다. 세 번째는 병에서 회복되어 면역력을 얻었거나 안타깝게 사망하여 더 이상 감염에 관여하지 않는 '회복자/제거자(R, Recovered/Removed)' 상자다. 전염병이 확산된다는 것은 S 상자에 있던 사람들이 감염되어 I 상자로 이동하고, 시간이 지나 병을 이겨낸 I 상자의 사람들이 R 상자로 이동하는 끊임없는 흐름을 의미한다. 물리학자들은 이 각 상자 인구수의 변화량을 시간에 대한 미분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변수가 등장한다. 하나는 S와 I가 만나 감염이 일어날 확률인 '감염률(β)'이고, 다른 하나는 감염자가 회복되어 R로 넘어가는 '회복률(γ)'이다. 이 세 개의 상자와 두 개의 수도꼭지(전이율)를 수식으로 묶어 컴퓨터로 계산하면, 전염병이 언제 최고조(정점)에 달하고 언제 소멸할지 아름다운 종 모양의 꺾은선 그래프로 예측할 수 있다.
감염 재생산 지수(R0), 운명을 가르는 숫자
SIR 모델이 도출해 내는 가장 결정적인 숫자는 바로 '기초 감염 재생산 지수(R0)'다. R0는 감염률을 회복률로 나눈 값(β/γ)으로, 감염자 1명이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 들어갔을 때 평균적으로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지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지표다. 만약 R0가 1보다 작으면(감염자 1명이 1명 미만에게 전파), 바이러스는 더 이상 퍼지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소멸한다. 반면 R0가 1보다 크면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독감의 R0는 1.3 정도지만, 전염성이 극도로 강한 홍역은 R0가 12~18에 달한다. 방역 당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책을 통해 이 R0 값을 1 이하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백신을 접종하여 S(감수성자)를 강제로 R(회복자)로 이동시켜 바이러스가 만날 먹잇감을 없애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통해 β(감염률) 자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R0를 낮추는 핵심 원리다. SIR 모델은 백신 접종률을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려야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지(1 - 1/R0)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수학적 나침반 역할을 한다.
통계물리학이 도입된 네트워크 역학
초기의 고전적인 SIR 모델은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만날 확률을 가진다'는 단순한 가정을 바탕으로 했다. 물컵 안의 잉크 분자들이 골고루 퍼져나가는 확산(Diffusion) 현상과 같이 취급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사람들은 잉크 분자처럼 무작위로 섞이지 않는다. 가족, 직장 동료, 학교 친구 등 특정 사람들과 주로 접촉하며, 활동 반경이 유독 넓은 이른바 '슈퍼 전파자'도 존재한다. 현대의 수리 역학 모델링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물리학의 '복잡계 네트워크(Complex Network)' 이론을 도입했다. 인구를 점(Node)으로, 접촉 관계를 선(Edge)으로 연결하여 거대한 사회적 그물망을 컴퓨터로 구현한 것이다. 통계물리학자들은 이 네트워크 위에 바이러스를 떨어뜨리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대중교통 이용 데이터, 스마트폰 GPS 이동 정보, 비행기 항로 등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마치 일기예보를 하듯 서울의 감염자가 내일 뉴욕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확률까지 매우 정교하게 예측해 낸다. 단순한 미분 방정식이 거대한 사회 물리학(Sociophysics) 시뮬레이터로 진화한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와 예측의 한계
수리 모델링이 완벽한 마법의 수정구슬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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