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상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학교 개학은 연기되고, 직장인들은 재택 근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고 하루 확진자 수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전염병의 감염 경로와 감염자 수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뉴스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의 쟁점이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연구는 수리생물학, 역학 분야에서 이미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SIR 모델, SIER 모델 등 물리적, 수학적 ‘모델링’을 이용해 어떻게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할 수 있는지,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해 어떻게 전염병을 차단하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해 다뤄볼 것입니다.
SIR 모델; 잠복기가 없고 회복된 후 면역이 생기는 전염병
모델이란 어떤 시스템이나 개념에 대한 구조나 원리를 보여주기 위한 패턴이나 설명을 의미합니다. 1927년에 커맥(Kermack)과 맥켄드릭(McKendrick)이 발표한 SIR 모델도 그러한 것 중 하나입니다.[1] 감염병 예측에 있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모델 중 하나인 SIR 모델은 잠복기가 없고, 완치 후에는 이 병에 대한 면역이 생겨서 이제는 감염되지 않게 되는 질병을 가정합니다. 이런 대표적인 전염병으로는 홍역, 풍진 등이 있습니다.[2] 이후에 등장할 다른 모델에서도 SIR 모델은 가장 기본이 되는 모델인 만큼 이 분야에서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생사(vital dynamics)가 없는 전염병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생사가 있거나 잠복기가 있는 등의 병의 경우 조금 뒤에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SIR 모델에서는 세 개의 변수를 사용합니다. S(Susceptible)는 감염된 적이 없어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수, I(Infected)는 감염된 사람의 수, R(Recovered)는 회복하여 감염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의 수를 의미합니다. 학자들은 ‘미분방정식’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감염자 수의 증가하는 정도를 수치화합니다. 변수들의 기호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래와 같습니다.

이제, SIR 모델에 사용되는 세 변수, S, I, R에 관한 식이 아래와 같습니다.

이 미분방정식을 풀고 그 그래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 푸른 선이 미 감염자(S), 빨간 선이 감염자(I), 그리고 초록색 선이 완치된 사람(R)을 나타냅니다. 2015년에 있었던 메르스 감염자 곡선(노란색)과 완치자 곡선(분홍색)과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3]


이 식은 얼핏 보면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한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식입니다. 첫 번째 식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의 변화를 나타냅니다. 이때, 직관적으로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수 변화는 새로 감염된 사람의 수만큼 감소합니다. 첫 번째 식의 항 βSI/N 이 이것을 나타냅니다. 두 번째 식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염된 사람의 변화는 새로운 감염자만큼 더해지고, 완치되어 더 이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수만큼 빼질 것입니다. 첫 번째 식과 비교한다면, 미 감염자의 수가 감소한 만큼 감염자의 수가 증가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완치된 사람은 식에서 γI로 표현되었습니다. 마지막 식은 완치된 사람의 수 변화를 나타내므로, 감염자의 수가 감소한 만큼 완치된 사람의 수가 증가함을 볼 수 있습니다.
기초 감염 재생산 수 (Basic Reproduction Number, R0)
이렇게 모델을 만들고 나면, 어떤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 변수에 그 상황에 적절한 수를 대입해서 감염 인구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숫자는 어떻게 설정하는 것일까요? 이 숫자들을 선정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지표가 있습니다. 바로 ‘기초 감염 재생산 수’입니다. 기초 감염 재생산 수는 β를 γ로 나눈 값으로, 한 명이 감염된 후 그로 인해 나타나는 평균 추가적인 감염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면, 홍역은 12~18의 기초 감염 재생산 수를 가지므로 감염된 사람 1명이 많게는 18명까지 새로운 감염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4] 백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요! COVID-19를 비롯한 수많은 전염병은 R0 값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분석가들은 이 기초 감염 재생산 수 외에도 몇몇 데이터를 분석하여 현재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숫자들을 찾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병의 확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감염자 수 줄이기
이제 모델을 만들었으니 모델을 분석하고 나온 결과를 이용해야 합니다. 이 모델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감염자 곡선을 낮추는 것’입니다. 최대 감염자 수를 줄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 새로 감염되는 사람을 줄이는 것은 위에서 소개된 SIR 모델에서 β를 줄이는 것과 같습니다. 즉, 한 명의 감염자가 미 감염자와 접촉을 적게 할수록 최대 감염자 수가 감소한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실천하기 위한 사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있죠. 또 한 가지 방법은 하루 동안 완치되는 감염자 수를 늘리는 것, 즉 γ를 더 크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왼쪽 아래로 갈수록 최대 감염자의 수가 줄어들고, 오른쪽 위로 갈수록 최대 감염자의 수가 증가합니다.

가장 왼쪽 아래의 경우 감염자가 거의 증가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β가 매우 낮고 γ가 매우 높아서 기초 감염 재생산 수가 특정 값보다 작을 경우 감염자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결국 자연적으로 소멸합니다. 일반적인 그래프에서는 감염자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가 아직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면, 자연 소멸하는 전염병의 그래프는 회복하는 사람이 감염되는 사람보다 빨리 오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 퇴치하기; 효과적인 백신 접종
홍역 전염병은 기초 감염 재생산 수가 최대 18까지 오르는데도 불구하고 요즘 홍역 감염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사례는 보기 드뭅니다. 이것은 신생아들이 태어날 때 홍역 백신을 맞기 때문입니다. 높은 기초 감염 재생산 수 때문에 거의 모든 신생아에게 홍역 백신 접종을 권유하고 있고, 그래서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백신이 전염병 확산 저지와 소멸에 효과적이려면 어느 비율 이상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해야 합니다. 이 또한 기초 감염 재생산 수와 연관이 있습니다.
신생아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실시하는 경우, 백신 접종이 완료된 신생아는 미 감염자가 아닌, 면역이 있는 사람들에 속합니다. 백신 접종이 있는 이 SIR 모델에서는 면역이 있는 사람들의 수를 V (Vaccinated)라는 변수로 표현합니다. 즉, 백신 접종을 받은 신생아는 V 그룹에 속하게 됩니다. (이 기사에서는 상황을 최대한 간단하게 하기 위해, 출생 비율과 사망 비율이 같다고 놓아 인구가 일정하다고 가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모델링하는 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모델도 그 숨은 의미를 파악하면 이 식의 의도를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미 감염자는 백신 접종을 못 한 신생아만큼 증가하고, 전염병 외의 이유로 사망한 사람과 감염된 사람의 수만큼 감소합니다. 감염자의 수는 새로 감염된 사람의 수만큼 증가하고, 전염병을 앓다가 사망한 사람의 수만큼 감소하고, 완치된 사람의 수만큼 감소합니다. 면역 인구는 백신 접종을 받은 신생아의 수만큼 증가하고, 면역이었던 사람 중 사망한 사람만큼 감소합니다. 이를 식으로 표현한 것이 위의 식인 것입니다. 다음 그래프는 신생아에게 백신을 접종한 경우, 각 그룹의 인구 변화를 나타냅니다.

이 모델의 미분방정식을 풀게 되면, 이 백신이 전염병 퇴치에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기초 감염 재생산 수에 의해 결정되는 특정 비율보다 많은 수의 접종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접종을 시키지 못하더라도 감염자 수를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는 볼 수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모델; SEIR 모델, SEIRS 모델...
SIR 모델도 꽤 정확하게 전염병의 확산을 예측할 수 있지만, 여전히 잠복기가 없거나, 회복 후에는 완전히 면역이라는 점 등 이상적인 점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더 현실적인 모델을 만들기 위해 SIR 모델의 변형 모델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인 SEIR 모델은 잠복기가 있는 전염병의 미 감염자, 노출된 사람, 감염자, 완치된 사람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더 발전된 모델인 SEIRS 모델은 SEIR 모델과 비슷하지만, 완치 후 일시적으로 면역이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전염병에서 감염자 수의 변화를 모델링합니다.[5] 더욱 현실적인 모델은 신생아가 출생 후 일시적으로 면역이 생기는 것을 고려한 MSEIR 모델, MSEIRS 모델 등이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Wolfram MathWorld – Kermack-McKendrick Model https://mathworld.wolfram.com/Kermack-McKendrickModel.html
[2] Wikipedia – Compartmental Models in Epidemiology
https://en.wikipedia.org/wiki/Compartmental_models_in_epidemiology
[3] Youtube – The Coronavirus Curve – Numberphile
https://youtu.be/k6nLfCbAzgo
[4] 위키피디아 – 기초 감염 재생산 수
https://ko.wikipedia.org/wiki/기초감염재생산수
[5] HIV Model IDM – SEIR and SEIRS Models https://www.idmod.org/docs/hiv/model-seir.html
첨부 이미지 출처
[1] (그림4)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LVL7&articleno=8692762
[2] https://www.freepik.es/fotos-premium/fondo-creativo-primer-plano-molecula-virus-cuerpo-fondo-verde_4675238.htm
[3]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Graph_SIR_model_without_vital_dynamics.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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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민준
발행호│2020년 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