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한 가지 있다. 한달에 한 번 찾아와 우리를 괴롭히는 악마, 바로 월경이다. 고작 월경 하나탓에 사람들은 하루 온종일 허리를 통통 두드리며 다니기도 하고, 진통제와 친밀해지는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그에 반헤 당신이 남자라면 원경은 다소 공감하기 힘든 주제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이야기를 전해듣는다고 한들 직접 겪는 것과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임과 동시에 생물학및실험2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면, 혹은 적어도 공부를 했다면,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이 아니라도 생물에 관심이 있다면 알 것이다. 월경은 화에 형성 호르몬과 난포 자극 호르몬을 포함한 다양한 호르몬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며, 자궁 외벽에 형성된 두꺼운 조직과 월경혈 등이 함께 질을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기간은 편차가 크지만, 대체적으로는 28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5~7일간 지속된다. 이 정도가 원경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정보이다. 이 글에서는 이보다 더 다양하고, 사소하면서도 새로운 월경 관련 지식들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월경과 초콜릿?

물론 어떠한 문제든 개인차가 있겠지만 – 그 전까지는 관심이 없다가도 월경만 다가오면 손길이 가는 곳이 있다. 무엇인지 감이 오는가? 바로 초콜릿, 케익, 사탕 등의 단 음식들이다. 꼭 이 종류의 식품이 아니라도, 또 평소 좋아하던 음식이 아니라도 갑자기 달달한 음식에 눈이 가고는 한다. 이 감각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에이, 그냥 먹고 싶으니까 핑계대는 거 아냐?’ 동시에 이 감정변화를 겪는 사람 또한 얼떨떨하게 느낄 것이다.
단순한 심경변화와 같이 느껴지는 이 현상은 사실 호르몬에 의해 신체 내 상황이 변화하며 발생하는 것이다. 월경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생식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자궁 내벽이 수정란을 착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런데 이 프로게스테론은 자궁 내부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항상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한 월경 전에는 세로토닌 농도 또한 함께 떨어진다. 세로토닌은 행복이라는 감정과 관여되어있다고 알려진 호르몬인데, 체내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질 경우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증가하게 된다. 이때 단 음식, 특히 초콜릿과 바나나 등의 식품에는 세로토닌 전구체가 많이 존재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대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세로토닌 농도가 낮은 상태에서 초콜릿을 먹을 경우 두시간 정도가 지나면 세로토닌 농도가 다시 균형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월경 전후로 단 음식에 손이 가는 건 논리적 비약이라고 생각하는가? 믿지 못하겠어도 괜찮다. 이를 직접적으로 증명한 실험이 존재하니 말이다. 인제대학교 신경과학 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암컷 쥐의 난소를 제거하자 단 음식을 먹는 빈도가 줄었고, 수컷 쥐를 거세하여 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자 일반 수컷보다 단 것을 즐겨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월경 전으로 단 음식이 끌린다면 이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위에서 말하였듯 여기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 말이다. 다만 초콜릿을 포함한 몇 가지 음식은 월경통을 심화시키는 부작용 또한 존재하니, 이러한 부분에서는 유의하는 것이 좋겠다.
반갑지 않은 손님, PMS
월경은 온갖 다양한 통증이 정기적 모임을 갖는 자리가 된다.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 반가운 인사말과 함께 가슴통증 – 여성의 3분의 2 정도는 가슴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 이 찾아온다. 에스트로겐 수치의 감소는 우리에게 편두통과 불면을 소개해준다. 근육의 운동성과 관련된 호르몬의 영향으로 변비나 설사를 겪기도 한다.
이러한 통증은 언제 겪게 될까? 월경을 하는 시기? 물론 이도 사실이지만, 월경 이전부터 통증들은 하나 둘씩 시작된다. 월경이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찾아오는 다양한 정신 및 신체적 변화를 PMS(Premenstrual syndrome), 즉 월경 전 증후군이라고 부르며, 여성의 20~50%가 이를 겪는다고 알려져있다.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는 월경이 몇 시간 전부터 최대 10일 전까지 다양하며, 월경이 시작되고 몇 시간 지나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PMS에 대해서는 그 증상이나 대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기 힘들다. 이 시기에 찾아오는 증세도, 그 강도도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PMS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월경 시작까지는 한참 남았음에도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거나 우울해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정신적인 증상부터 살펴보자면, 과민, 불안, 극심한 기분변화나 등을 들 수 있다. 큰 이유가 없음에도 갑자기 우울해진다면, 그 변화가 평상시와 비교해 뚜렷하게 다르다면 월경이 곧 찾아오는 것이 아닐지 의심해볼 필요성이 있다. 특히 5%의 여성은 월경전 불쾌 장애라는 심각한 PMS를 겪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병원진료를 통해 증상을 안정시킴과 동시에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신체적인 증상 또한 다양하다. 심박이 갑자기 높아지거나 현기증이 나는 경우, 복부 하위에 압박이 느껴지는 경우, 관절이나 근육에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 그리고 사지 말단이 저린 경우를 포함하여 다 늘어놓을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사례가 존재한다.
말하였듯 PMS의 증세는 개인차가 크며, 그 정도가 약한 경우는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하지만 심각한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PMS의 강도가 너무 심한 경우 병원에 찾아가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이는 비단 월경 전후의 컨디션 뿐만이 아니라 만성질환과도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한 PMS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질환, 뇌졸중, 치매 등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에서는 20년간 25세 이상 여성 3500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PMS가 심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고 발표했다. (여기 이 맥락 맞는지 확인하기.) 당장 병원에 가는 게 귀찮아서, 사소한 일 같아서 몸에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 심각하지 않은 PMS를 겪고 있으나 이 증상을 완화하고자 하는 경우는 어떨까? 우선 다양한 의약품이 도움이 될 것이다. 진통제를 자주 먹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약을 먹기를 꺼려하는 사례가 종종 있으나, 실제로 월경은 일정 주기로 특정 기간에만 이뤄지며, 통증이 심한 시기는 월경 기간 중에서도 일정하게 정해져있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진통제에 대한 내성은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 이 이유로 진통제를 먹는 것을 말린다면 이는 무시해도 좋다. 또한, 약품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도 의지하고 싶다면, 비타민 B가 당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월경 주기 동화설, 정말로?

월경 주기 동기화, 월경 주기 겹침, 월경 전염……. 이러한 단어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꽤나 많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다양한 경험담이 차고 넘친다.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친구와, 같은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언니와 어느 순간 월경 주기가 같아졌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다시 이 주기에 대한 기본적 개념으로 넘어가보자. 월경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경 시기에는 호르몬 분비가 안정되지 않아 시기와 기간에 있어 뚜렷한 반복성이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얼마정도 지나면 사람마다 다른 월경주기가 생겨나게 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28일에 한 번, 총 5~7일간의 지속이다. 그러나 이 월경주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우선 시간이 지나며 새로운 월경주기가 생겨나는 경우가 존재한다. 혹은 몸상태에 따라 2주에 한 번, 3달에 한 번, 10일간, 2일간……. 이렇게 근본 없는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월경주기가 실제로 동화될 수 있을까? 실제로 겪어보면 그런 것 같다 싶기도 하다가, 호르몬의 분비가 어떻게 동화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막히게 된다. 이러한 의문을 갖고 연구에 뛰어든 사람이 있는데, 이가 바로 마샤 맥클린톤이다. 마샤 맥클린톤은 하버드대 심리학과 대학원생 시절 논문을 하나 냈는데, 이가 바로 월경 주기 동화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재학생 대상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룸메이트와 처음 만났을 시기에는 학생들 간의 월경주기가 7일에서 10일 정도 차이가 있었는데 – 평균적인 주기와 기간을 고려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 시간이 지나며 이 차이가 점점 좁혀졌다는 것이다. 이 현상의 근거로 제시된 것이 바로 페로몬이다. 페로몬은 같은 종의 동물들끼리 서로 대화하기 위해서 쓰는 화학적 신호의 일종으로, 학생들이 룸메이트의 페로몬의 영향을 받아 월경 주기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으로 그 주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페로몬으로 인한 월경 주기의 동화는 사실이 아니다. 인간 페로몬은 아직도 논쟁이 오가고 있으나 – 또한 온갖 SNS에서 이 단어를 볼 수 있지만 - 그 효과는 밝혀진 바 없다. 또한 논문이 다소 허술하기도 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신기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학생들간의 월경 주기가 좁혀진다는 건 인체 내부의, 혹은 외부의 공통적인 자극을 의미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단순히 같이 생활한다고 해서 월경주기가 무조건 같아지거나 비슷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차이가 조금, 아주 조금 좁혀지는 것은 가능하다. 특히 대학교나 고등학교 등의 기숙사, 즉 연령대와 생활패턴이 비슷한 여성들이 모인 환경이라면 말이다. - 혹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시기가 비슷해질 수도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와 같은, 모든 학생이 특정 시기에 같은 이유로 피로도를 호소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쉽다! -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월경주기는 우리 생활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생활주기와 신체 컨디션과 같은 요소가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면 자연스래 비슷해지는 취침시간이나 활동량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아직도 월경 주기 동화가 사실일 것이라 믿는가? 생활환경 이외의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한 가지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심리적 요인, 다른 단어로는 착각이다.
<참고자료>
[1] 위키피디아 – 분자 미식학
https://ko.wikipedia.org/wiki/%EB%B6%84%EC%9E%90_%EB%AF%B8%EC%8B%9D%ED%95%99
[2] 위키피디아 – Burnt (film)
https://en.wikipedia.org/wiki/Burnt_(film)
[3] 위키피디아 – Molecular gastronomy
https://en.wikipedia.org/wiki/Molecular_gastronomy
[4] Food for tomorrow? How the scientific discipline of molecular gastronomy could change the way we eat - Hervé This
<이미지>
[1] https://www.cineman.ch/en/movie/2016/AdamJones/
[2] https://culinaryreviewer.com/is-sous-vide-cooking-safe/
[3] http://msk-ingredients.com/virtual-kitchen/spherification-great-results-from-our-easy-to-follow-recipe.html
[4] https://blog.khymos.org/2007/02/04/egg-white-foam-microwave-vauquelin/
[5] https://www.cheftools.co.uk/products/item/gastrovac

Biology 학생기자 정예진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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