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피가 파란 이유, 구리로 산소를 나르는 헤모시아닌
사람의 피는 철을 품은 헤모글로빈 때문에 붉고, 문어의 피는 구리를 품은 헤모시아닌 때문에 파랗다. 산소를 나르는 두 방식의 차이와, 문어가 심장을 세 개나 가진 이유를 살펴본다.
편집부 · 2026년 11월 6일 · 읽는 데 4분
문어의 피가 파란 것은 산소를 나르는 단백질로 헤모시아닌을 쓰기 때문이다. 헤모시아닌은 분자 안에 구리 원자를 품고 있는데, 이 구리가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색을 띤다. 사람의 피가 붉은 것은 철 원자를 품은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해 붉은빛을 내기 때문이다. 같은 일을 하는 단백질이 서로 다른 금속을 쓰면서 피의 색이 갈린 셈이다.
철과 구리, 두 가지 해법
동물이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보내려면 산소를 붙잡았다가 필요한 곳에서 놓아주는 운반체가 필요하다. 산소는 물에 잘 녹지 않아서, 피에 그냥 녹이는 것만으로는 큰 몸을 유지할 만큼 나를 수 없다. 척추동물은 철을 쓰는 헤모글로빈을 택했고, 문어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 많은 갑각류와 일부 거미류는 구리를 쓰는 헤모시아닌을 택했다.
헤모시아닌에서는 구리 원자 두 개가 산소 분자 하나를 함께 붙잡는다. 산소를 붙잡지 않은 상태의 헤모시아닌은 거의 무색이고,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색이 된다. 그래서 문어의 피는 산소가 많은 쪽에서는 파랗고, 산소를 내준 뒤에는 색이 옅어진다. 사람의 피가 산소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선홍색과 검붉은색 사이에서 바뀌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세포 안이 아니라 피 속에 떠 있다
두 단백질은 들어 있는 자리도 다르다. 헤모글로빈은 적혈구라는 세포 안에 담겨 혈관을 돈다. 헤모시아닌은 세포에 담기지 않고 혈림프라고 부르는 체액에 그대로 녹아 떠다닌다. 세포 밖에 떠 있는 단백질은 신장 같은 기관으로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아주 크게 뭉쳐 있다. 문어의 헤모시아닌은 여러 단위가 모여 만든 거대한 원통 모양의 분자로, 단백질 가운데에서도 손꼽히게 크다.
| 구분 | 헤모글로빈 | 헤모시아닌 |
|---|---|---|
| 금속 | 철 | 구리 |
| 산소와 결합한 색 | 붉은색 | 푸른색 |
| 들어 있는 곳 | 적혈구 안 | 체액에 녹아 있음 |
| 쓰는 동물 | 척추동물 등 | 문어, 오징어, 많은 갑각류 등 |
산소를 덜 나르는 대신
같은 부피의 피가 나를 수 있는 산소의 양을 비교하면 헤모시아닌은 헤모글로빈보다 적은 편이다. 이 약점을 보완하려는 듯 문어는 심장이 세 개다. 두 개는 아가미 쪽으로 피를 보내 산소를 받아 오게 하고, 나머지 하나가 산소를 받은 피를 온몸으로 보낸다. 문어가 헤엄칠 때는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심장이 잠시 멈춘다는 관찰이 있어, 문어가 오래 헤엄치기보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쪽을 즐기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헤모시아닌에도 장점이 있다. 헤모시아닌이 산소를 붙잡고 놓아주는 정도는 온도와 체액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극지의 차가운 바다나 산소가 적은 깊은 바다에 사는 종에게서는 그 환경에 맞게 성질이 조정된 헤모시아닌이 발견된다. 차가운 물은 산소를 더 많이 녹이므로, 운반 능력이 조금 낮아도 생활에 필요한 산소를 대기에는 충분할 수 있다.
파란 피를 가진 다른 동물들
투구게의 파란 피는 헤모시아닌 외에도 세균 독소에 반응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의약품과 주사기가 세균 독소에 오염되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데 오랫동안 쓰여 왔다. 바닷가재와 게도 헤모시아닌을 쓴다. 다만 헤모시아닌을 쓰는 동물이라고 모두 같은 단백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연체동물의 헤모시아닌과 절지동물의 헤모시아닌은 구조가 상당히 달라서, 비슷한 일을 하는 단백질이 서로 다른 계통에서 따로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남은 질문
왜 어떤 동물은 철을, 어떤 동물은 구리를 쓰게 되었는지는 아직 분명한 답이 없다. 먼 옛날 바다에 녹아 있던 금속의 양, 각 동물 무리의 조상이 이미 가지고 있던 단백질, 사는 곳의 온도와 산소 농도가 함께 작용했으리라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바다가 따뜻해지고 산소가 줄어드는 지금, 구리에 기대는 동물들이 이 변화를 어떻게 견딜지도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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