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 중에 ‘성욕’이 있다는 사실은 다들 잘 알고 계실 겁니다.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로는 의,식,주를 향한 욕구와 성욕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 욕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 이것이 충족되어야 상위욕구로 넘어갈 수 있죠. 즉, 인간이라면 ‘성욕’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성욕’을 충족시키면, 소위말하는 ‘그것’을 하면, 무엇이 좋을까요? 뭐 쾌락, 종족의 번식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종족의 번식을 위해, 단순 쾌락을 위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조금 더 과학적인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가 가장 원하지만 잘 몰랐던, ‘그것’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기본적인 행위, '그것'
기사를 쓰는 입장인만큼, 단어선택이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Sexual reproduction, sex, sexual intercourse, 잭스 등 여러가지 표현으로 대체해서 부르지만, 가장 간접적인 표현을 위해 지금부터 저는 ‘그것’을 ‘잭스’라고 대체하겠습니다.
잭스, 사전적 정의로는 자연적 생식의 방법입니다. 세포 분열을 통한 개체의 증식에서 비롯하여 자가수정 그리고 수정에 암수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행위를 할 때도 사람마다 추구하는 성향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두 가지가 '마조히스트'와 '사디스트'입니다. 마조히스트의 정확한 뜻은 육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얻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사디스트는 그 반대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바로 '폭력', '공격성'과 관련되어있다는 것인데요, 잭스와 폭력 사이의 관계라니, 조금 멀어보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생각보다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광유전학, 그리고 잭스와 폭력 사이
2011년 2월, 칼텍 대학교의 연구진은 잡지 ‘nature’에 한 논문을 발표합니다. 연구원들은 인간의 뇌 중 공격성과 관련된 VMHvl이라는 부분을 찾아내었고, 폭력을 담당하는 부분과 잭스를 담당하는 부분이 일부 겹쳐있다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즉, 일부 세포들은 폭력을 행사할 때와 잭스를 할 때 모두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심심하게 끝날 뻔했던 이 연구에 추가로 '한' 실험을 추가하면서 연구는 굉장히 흥미로워지게 됩니다.
연구원들은 VMHvl과 공격성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VMHvl을 자극하여 자극되는 정도를 확인해 봅니다. 어떻게 자극하냐고요? 광유전학을 이용합니다. 광유전학이란 빛으로 생체 조직의 세포들을 조절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술로 생체 조직,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에서 개별 신경 세포들의 활동을 조절 및 관찰하고 신경활동의 조절이 어떠한 효과를 유발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16개의 전극 다발을 VMHvl에 꽂아 쥐에게 잭스 또는 폭력적인 행위를 하게 한 후 VMHvl에서의 활성을 세포 단위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VMHvl을 자극했을 때 쥐가 강한 공격성을 보임을 확인했고, VMHvl이 공격성과 관련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수컷 쥐와 암컷 쥐가 관계를 가질 때 VMHvl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습니다.

먼저, 수컷 쥐와 암컷 쥐를 우리에 가둔 후 수컷 쥐의 뇌를 자극하여 암컷에게 어느 정도의 공격성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삽입을 할 때와 그 이후에 각각 공격성을 확인했습니다. 공격성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VMHvl이 활성화되는 정도를 확인하였습니다. 즉, 30%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VMHvl의 영역 중 30%가 활성화되었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우리에 갇혀 있을 때에는 공격성이 80% 활성화되는 것에 반해, 삽입을 할 때는 공격성이 10%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30%로 약간 증가하여 공격성이 상당히 억제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정 후에는 다시 공격성이 70%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실험에서 얻은 모든 결과들은 VMHvl을 자극하고 그 정도를 측정해서 얻은 것입니다. 즉, 잭스와 가까운 행동을 할수록 VMHvl을 자극해도 잘 자극이 되지 않는다는 뜻! 다시 강조하면, 잭스 중일때는 공격성이 상당수준 억제된다! 결국, 잭스는 공격성을 억제한다!

연구가 가지는 의미
물론 쥐를 실험체로 사용하여 진행한 실험이기 때문에 이 결과가 완전히 신뢰할 만한 결과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쥐의 유전자는 상당부분이 공통적이고, 2013년 인간의 뇌 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이 성공한 만큼 인간의 뇌와 쥐의 뇌 사이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도 인간의 뇌와 관련된 많은 실험에서 쥐를 실험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연구결과가 가지는 신뢰도는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의학 대학의 클리포드 세이퍼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두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성범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폭력적인 성범죄자의 VMHvl에서의 신경망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 한다면, 이 부분에 약물을 투약하거나 유전자 치료를 통해 신경망을 정상적으로 돌려 놓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우리가 몰랐던 잭스의 좋은 점을 알아낸 것이 아닌, 별 관련 없을 것 같았던 폭력과 잭스 두 개념이 서로 억제하는 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 연구로 인해 폭력적인 성범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등 지금껏 해결하지 못했던 사회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잡히게 되었습니다.
과학을 연구하다 보면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던 개념들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도 인간이 가지는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해 폭력과 잭스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알아내고, 성범죄자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기까지, 그 누구도 처음부터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계속 연구가 이루어져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폭력과 성 사이의 관계를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이진규│Chemistry & Biology│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섹스와-폭력-사이/
[2] Dayu Lin et al, “Functional identification of an aggression locus in the mouse hypothalamus”, Nature, 2011 (10.1038/nature09736)
[3] 신치홍, “잭스와 폭력사이”, The Science Times, 2020
첨부 이미지 출처
[1] Dayu Lin et al, “Functional identification of an aggression locus in the mouse hypothalamus”, Nature, 2011 (10.1038/nature09736)
[2]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9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