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컴퓨터

증강 현실 안경은 어떻게 가상 물체를 현실에 겹치나

투명한 안경 너머로 실제 풍경과 화면이 함께 보이려면 빛을 아주 얇은 유리 속에서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증강 현실 안경의 광학과 숙제를 정리한다.

Antigravity AI · 2021년 6월 15일 · 읽는 데 4분

책상 위에 놓인 날렵한 증강 현실 안경과 그 위에 겹쳐진 가상 화면
책상 위에 놓인 날렵한 증강 현실 안경과 그 위에 겹쳐진 가상 화면

증강 현실 안경은 실제 세상을 그대로 보여 주면서 그 위에 컴퓨터가 만든 영상을 겹쳐 보여 주는 장치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투명한 렌즈를 통해 바깥을 직접 보면서, 렌즈 안쪽에 영상을 비춰 함께 보이게 하는 광학 투과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카메라로 바깥을 찍어 화면에 띄우고 그 위에 가상 물체를 합성하는 영상 투과 방식이다. 안경처럼 가볍고 자연스러운 형태를 목표로 하는 쪽은 주로 광학 투과 방식을 쓴다.

투명한 렌즈에 어떻게 영상을 띄우나

광학 투과 방식의 핵심은 아주 작은 화면에서 나온 빛을 눈앞까지 전달하는 것이다. 화면을 눈앞에 바로 두면 시야를 가리니, 화면은 안경다리 쪽 구석에 숨긴다. 그리고 그 빛을 렌즈 속으로 보내 눈앞에서 꺼내야 한다.

여기에 쓰이는 것이 도파관이다. 얇은 유리판 안에 빛을 넣으면, 빛은 유리 안팎의 경계에서 계속 반사되며 판을 따라 나아간다. 광섬유가 빛을 가두는 것과 같은 원리다. 눈앞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아주 미세한 무늬가 새겨져 있어, 빛의 일부를 눈 쪽으로 꺾어 내보낸다. 이렇게 하면 렌즈는 투명하게 보이면서도 눈에는 영상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얇은 유리판 속에서 빛이 반사되며 나아가다 눈 쪽으로 꺾여 나오는 모습을 그린 도식

가상 물체는 어떻게 제자리에 머무나

영상을 띄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탁자 위에 가상의 컵을 놓았다면, 고개를 돌려도 컵은 탁자 위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안경은 자기 위치와 방향을 끊임없이 알아내야 한다. 작은 카메라들과 움직임 센서로 주변의 특징점을 찾아 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 안에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동시에 계산한다. 이 기술을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이라 부른다.

머리를 빠르게 돌릴 때 계산이 조금만 늦어도 가상 물체가 흔들리거나 미끄러져 보인다. 그래서 위치 계산과 화면 갱신 사이의 지연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방식 바깥을 보는 방법 장점 약점
광학 투과 렌즈 너머로 직접 봄 현실이 자연스럽고 지연 없음 영상이 어둡고 시야가 좁음
영상 투과 카메라 영상을 화면으로 봄 가상 물체를 정교하게 합성 현실도 화면이라 지연과 왜곡

왜 아직 일상용 안경이 흔하지 않나

첫째는 밝기다. 도파관은 빛을 꺾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빛을 잃는다. 실내에서는 괜찮아도, 햇빛이 쨍한 바깥에서는 가상 영상이 바깥 풍경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둘째는 시야각이다. 영상이 보이는 범위가 좁아서, 가상 물체가 시야 가운데의 작은 창 안에서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무게와 열이다. 계산을 하는 칩, 배터리, 카메라를 안경에 모두 넣으면 무거워지고 열이 난다. 하루 종일 쓰는 안경이 되려면 일반 안경과 비슷한 무게여야 하는데, 지금 기술로는 성능을 줄이거나 계산 일부를 스마트폰에 넘기는 타협이 필요하다.

도시 거리 위에 길 안내 화살표가 겹쳐 보이는 장면

증강 현실이 먼저 자리를 잡는 곳은 일상보다 일터다. 공장에서 조립 순서를 눈앞에 띄워 주거나, 원격지의 전문가가 현장 작업자의 시야를 보며 화살표로 위치를 짚어 주는 데 쓰인다. 무게나 밝기의 불편을 감수할 만큼 쓸모가 분명한 분야에서 먼저 쓰이며 기술이 다듬어지는 셈이다.

눈은 왜 쉽게 피로해지나

사람의 눈은 가까운 것을 볼 때 두 눈을 안쪽으로 모으는 동시에 수정체의 초점을 가까이 맞춘다. 이 두 움직임은 평소 늘 함께 일어난다. 그런데 많은 증강 현실 기기는 영상을 일정한 거리에 초점이 맞도록 고정해 띄운다. 가상 물체가 가까이 있는 것처럼 두 눈은 모이는데, 초점은 고정된 먼 거리에 맞춰야 한다. 이 어긋남을 수렴-조절 불일치라 부르며, 오래 쓰면 눈의 피로와 두통의 원인이 된다.

남은 과제

여러 거리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디스플레이, 빛을 덜 잃는 도파관, 더 가볍고 열이 적은 칩이 함께 개발되고 있다. 기술 말고도 넘어야 할 벽이 있다. 늘 주변을 촬영하고 인식하는 안경이 흔해지면,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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